[가리사니] 신경제와 경제 금융화



1930년대 대불황에 빠진 자본주의를 개혁하기 위해 케인스는 기관투자가를 비롯한 일체의 금리 생활자를 안락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70~80년대 대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새 케인스주의가 내세운 저물가-저금리 안정화 정책과 금융-기업 구조조정 정책은 이런 케인스의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금융 세계화에 통합된 `신흥시장'을 형성하려는 현 정부의 경제개혁과 국내외 기관투자가가 주도하는 이른바 `소액주주운동'도 마찬가지다. 두 경우 모두 연금기금과 상호기금 같은 금리 생활자를 대변하면서, 케인스가 걱정하던 대로 `투기의 소용돌이 위에서 기업을 거품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투기거품과 시장붕괴

신자유주의적 정책개혁의 한계는 우선 투기거품의 폭발로 인한 금융시장 붕괴로 드러난다. 금융시장의 수익률이 실물경제의 펀더멘틀(이윤율에 영향을 주는 거시적-미시적 여건)에서 괴리되는 노이즈 현상이 투기거품을 형성한다. 투기거품의 폭발은 `시장'과 `경제', 주가와 펀더멘틀의 수렴을 강제한다. 올해 1월4일 다우존스 공업주가가 사상 최고 시세인 1만1723을 기록하지만 4월14일 `피의 금요일'에 5.6% 하락하면서 클린턴식 신경제의 한계가 드러난다.

 

투기거품을 측정하는 지표인 주가수익률(PER)은 주가와 순이익(손익계산서 상 영업이익에서 이자와 법인세를 뺀 좁은 의미의 이윤으로 배당금과 유보금의 합)의 비율인데, 이를 배당률과 배당수익률의 비율로 표시할 수 있다. 여기서 배당수익률이란 실질이자율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더하고 배당성장률을 뺀 것이다. 주가수익률은 이자율이나 주가처럼 무작위적으로 운동한다.

 

에스앤피(스탠더드 앤 푸어스)500 지수로 계산한 주가수익률의 장기 평균값은 14.4인데, 70년대 내내 평균값을 밑돌다가 80년대부터 상승세를 타면서 87년 8월 23.4, 88년 11월 12.1, 92년 7월 26.1, 95년 1월 16.1로 등락을 거듭한다. 96~97년 이후 신경제가 도래하면서 배당률 상승, 실질이자율 하락, 리스크 프리미엄 하락, 배당성장률 상승으로 인해 주가수익률이 급상승해 98년 11월 이후 올해 초까지 계속 30을 넘는다. 특히 97년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나스닥 첨단기술주가가 시장을 이끌면서 투기거품과 시장붕괴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올해 3월 사상 최고 주가수익율 368을 기록한 나스닥은 이미 단순한 투기가 아니라 폰지(금융 피라미드) 상태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클린턴 집권 이후 급속하게 진행된 미국경제의 금융화는 주식 및 부채 시장가치와 자산 대체비용의 비율인 토빈의 `q'로 설명할 수 있다. 에스앤피500 지수로 계산한 q는 이윤율과 마찬가지로 70~80년대 하락한다. 68년에 달성된 전후 최고값은 아직 100%에 약간 미달하고, 73~75년 공황 이후 80년대 중반까지는 전후 최저값인 30~40%에 머무른다. 87년에도 50%를 약간 웃돌아 장기 평균값인 65%에 훨씬 못 미치던 q는 90년대 들어와 급상승하는데, 사상 최고값인 29년 대공황 직전의 122%를 돌파한 것은 97년 말이다. 언젠가는 시장의 경착륙이 경제를 대공황에 빠뜨릴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금리생활자의 반역

이렇게 q를 금융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80년대 성행하던 정크 본드를 이용한 기업인수는 q가 예외적으로 낮은 데 따른 것이다. 90년대 q가 급상승하지만 투자 증가는 그에 못 미치고 자본축적은 집적(이윤의 재투자)이 아니라 집중(소유권의 이전)이라는 형태로 진행된다. 금리생활자의 반역을 상징하는 `주주 가치의 극대화', 그리고 이를 위한 기업 지배구조의 개혁이 전 산업에 걸친 리엔지니어링-다운사이징-네트워킹을 낳고, 특히 금융·정보통신·전기전자·자동차 산업에서 기업합병 열풍을 초래하는 것이다.

 

윤소영/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spinmax@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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