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빈치 코드 - 전2권 세트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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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찌나 재미있던지, 책장 넘길 때마다 눈동자가 자동으로 오른쪽 밑으로 끌어당겨졌다. 왼쪽 페이지 위부터 아래로, 다시 오른쪽 페이지 위부터 아래로 읽어나가야 하는 그 새를 참지 못하고 이야기의 다음 전개가 궁금해서 책장 넘기면 오른쪽 밑부터 읽더라는 말이다.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고, 특히 추리소설이라고는 평생 열 권도 읽지 못했지만, 내가 이제까지 읽은 소설 중에서 책장 넘기고 오른쪽 밑부터 읽은 책은 이 놈이 처음이다.

나는 소설이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야기꾼들 중에는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위대한 철학적 이야기꾼도 있고 톨스토이 같은 교훈적 이야기꾼도 있고 움베르토 에코처럼 지식의 세례를 주는 이야기꾼도 있고 이 책의 저자처럼 이야기 그 자체가 재미있는 이야기꾼도 있다.  무거운 책도 있고 가벼운 책도 있으며, 삶의 지표가 되는 책도 있고  카타르시스를 주는 책도 있고 엔터테이너가 되어 주는 책도 있다. 이 책은 이 가운데 가볍되 읽기에 즐거운 책 중에서 보기 드문 수작이다. 피날레가 다소 불만스럽지만  `well made`  소설임에 틀림없다. `well made` 제품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그저 `재미로` 한번 읽어볼 가치는 있다.

게다가 이 책에는 만만치 않은 지식의 선물도 담겨 있고 나름대로 시대정신을 해석하는 메시지도 녹아 있다.훌륭한 이야기꾼들의 덕목 중 또 하나는 `따라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다. 이야기에 빠져서 듣다 보면 나도 그가 말한 장소에 가보고 싶고, 그가 읽은 책을 읽고 싶고, 그가 한 일을 해보고 싶고.... 사람이나 사물이나 장소나 생각에 대한 이야기꾼의 동경과 찬사, 혹은 미움이 나에게 전파되어 내게 새로운 생각, 감정을 불어넣어 주고 나를 확장시킨다. 나의 다음 독서목록에 다빈치와 루불 박물관, 기호학에 관한 책들이 새로 등장하게 된 것도 이 책을 읽고난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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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7-16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빼놓지 말아야될 것이 역시 번역이야기인데... 출판사에서 엄첨 일정 독촉을 했는지 어쨋는지 몰라도 뒤로 갈수록 번역이 힘이 빠집니다. 앞부분에서는 꽤 힘이 느껴지는 문장들이 많았는데, 뒷부분에서는 그야말로 옮겨 놓기만 한 느낌... 한창 흥미진진해지는 부분에서 약간 맥이 빠지는 느낌이 좀 있었습니다. 어쨋든 읽는 내내 박진감 넘치는 잘 만든 헐리웃 영화 한편 보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당연히 영화화하겠죠? 작가가 상당히 영화적 구성을 많이 차용하기도 했고... 여주인공은 누가 좋을까요?

배바위 2004-07-19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여주인공이요? 글쎄... 저는 헐리우드 배우들 이름을 잘 못 외워서...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 나온 여주인공이 어떨까요.. 아니면 안젤리나 졸리, 아니면 니콜 키드먼... 영화 망하겠다.
 
진화심리학 하룻밤의 지식여행 4
딜런 에반스 지음, 이충호 옮김, 오스카 저레이트 그림 / 김영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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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룻밤은 아니지만 하루아침에 진화심리학의 기초개념을 꿰뚫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전까지 한 시간여 만에 일독을 끝내니 머리속에 진화심리학의 명제들이 일렬로 정렬되었다. 얼마 전에 스티븐 핑커의 <빈 서판>을 읽었기에 더 쉽고 재미있게 읽었을 수도 있다. <빈 서판>을 읽고 이 책을 읽든, 거꾸로 읽든 두 권 다 읽어보는 것이 좋겠고, <이기적 유전자>도 읽어볼 생각이다.

진화심리학은 단순한 심리학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이자 인간관이다. 때문에 진화론이라든가 심리학에 관심없는 사람이라도 세상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해서,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접해볼 만하다. 진화심리학을 잘 이해하면 연애를 더 잘 할수도 있고, 가정이 더 행복해질지도 모르며 마케팅을 더 잘하거나 조직을 더 잘 이끌지도 모른다. 혹은 마음이 더 평온해질지도 모른다.

다른 세계관이나 인간관에 관한 이론들이  대체로 만만치 않은 체계와 내용을 담고 있는데 비해, 진화심리학은 술술 읽히고 쉽게 이해되는 재미있는 세계관이다. 특히나 이 책은 탁월한 단순화 능력의 소유자가 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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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4-07-0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하룻밤 시리즈는 대체로 다 정리를 잘 해주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그림이 있어 졸리지 않구요... ^^

배바위 2004-07-01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룻밤시리즈, 다른 것도 좋습니까? 전 안 읽어봤는데... 라캉과 푸코, 데리다도 있는 듯하던데.. 혹시 읽어보셨나요?

가을산 2004-07-0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보니까 촘스키, 진화심리학, 기호학, 프로이트, 라캉, 융, 스티븐 호킹... 이렇게 보았네요.
혹시 정신분석에 대해 사전지식이 있으시면 라캉을 바로 읽으셔도 되구요, 그렇지 않으면 프로이트, 융과 함께 라캉을 보시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푸코, 데리다도 나왔나요?

배바위 2004-07-02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분석학이라고는, 한 20년 전에 프로이트 책을 놓고 끙끙대다 몇 페이지 못 넘기고 포기한 기억이 전부인데요. 프로이트와 융과 라캉을 한꺼번에 읽어야 하다니... 너무 가혹한 지적 고문이 되겠군요. 아, 그리고 푸코와 데리다도 나왔습니다.

ceylontea 2004-07-08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런 재미있어 보이는 책도 있었군요...언제 기회가 닿으면.. 흠흠..

배바위 2004-07-08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보세요. 정말 재미있어요. 혹시 재미없으면 <빈 서판>도 같이 읽어보세요.
 
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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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내 스타일의 책을 만났다. 우리 선인들의 지혜, 멋들어진 한문 문장, 18세기 조선, 절제 속에 배어나오는 분방함 등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한 권에 다 들었다. 10년 전만 해도 이런 글들을 보기 힘들어 삭막했다. 우리 선인들의 이야기를 이처럼 멋들어지게 조탁해낸 글들이 툭툭 튀어나오니 이제 책 읽을 맛이 난다.

 <백이전>을 일만번 읽고도 까먹는 건망증을 무서운 노력으로 이겨나간 김득신, 굶어죽은 동생을 향해 울부짖는 이덕무, 과거시험대필꾼이면서도 존경받고 산 노긍, 산과 내, 온갖 꽃과 대나무 천그루, 도서 천 권과 애첩이 따라주는 동동주가 있는 마이 스윗 홈을 그리던 허균, 비가 올 듯하자 벗들과 말타고 세검정에 올라 술 한 잔에 폭포수의 장관을 감상하던 정약용...

책을 읽으면 그들이 마치 눈앞에 살아오는 듯하다. 그들이 대면했던 삶이 내게도 느껴지고, 그들의 섬세함과 기발함과 장난스러움과 슬픔과 의분이, 그들이 운명을 향해 쟁투하던 기개가 내 가슴을 친다. 

특히 세검정에서 술 한 잔 하기에 가장 적절한 때를 찾아 서슴없이 말 달려간 정약용의 모습은 진정한 풍류객의 자세를 보여준다. 이 책에는 바야흐로 민물매운탕의 계절을 맞아 정약용이 조정에서 `땡땡이`를 치고 뚝섬에서 배타고 양수리에 나가 물고기 잡아 매운탕 끓여먹는 이야기도 나온다. 진정한 풍류객은 아무 때 아무 데나 가서 놀지 않는다. 가장 적절한 장소에 가장 적절한 때를 골라 노닌다.

선조들의 이야기가 특별히 살가운 이유는 현실감 혹은 감정이입 때문이 아닐까. 바로 이 땅에서 나의 선조들이 살았던 이야기이기에 더욱 리얼하게 느껴지고 나도 그럴 수 있을 듯한 자신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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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4-06-22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푸른 역사가 잘 됬으면 하는 맘이 많았는데, 계속 좋은 책이 나와서 참 흐뭇합니다.
푸른 역사 사장님이 제 까마득한 대학 선배님이시거든요..^^
그걸 떠나서 우리 역사책을 한결같이 내는 것이 쉽지 않은데, 계속 하시는 것을 보니 참 좋습니다. 인문서가 안 된다구 해두 좋은 책은 독자들이 알아보니 다행이구요..

배바위 2004-06-23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년인가 8년인가 역사출판의 한 우물만 판 결과 나날이 좋아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람과 역사 이야기만큼 재미있는 것도 드물죠.

solha 2004-06-26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세기의 지식인들을 다뤘다는 점.
 

6월12일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바르샤바필과 협연하는 백건우의 쇼팽을 듣다. 깊고도 맑은 피아노 소리가 한 치의 틀림도 없이 레코드처럼 풀려나오고, 오케스트라와 주거니 받거니 마치 대화하듯 얽키고 설킨다.

바르샤바필은 할아버지 단원, 할머니 단원들이 적잖이 눈의 띄어 이채로웠다. 폴로네즈 40번을 오케스트라로 편곡하여 연주한 것도 이색적이었다.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솔리스트는 행복하리라.  연주 속에서 느끼는 최고의 카타르시스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솔리스트들의 몫이 아닐까 싶었다. 백건우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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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에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사라 브라이트만의 공연을 보다. 브라이트만이 부르는 노래를 직접 들어보니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에 부부가 모두 입을 벌리고 경악했다, 마리아 칼라스 이래 최고의 엔터테이너다! 라고 마음속으로 격찬하다보니 생각이 마리아 칼라스에게 미쳐,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를 직접 들어보지 못한 것이 눈물나게 아쉽다.

특이한 음색과 메가톤급 성량만 해도 발군인데, 무대미술과 볼거리에서도 인상적인 무대였다. 와이어에 몸을 묶고 허공에 매달린 채 공중제비를 돌며 아무렇지도 않게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니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DVD로 봤던 남아프리카공연과 비교해 보면, 50% 정도밖에 무대 준비를 하지 않아... 변방에 사는 서러움을 느꼈다. 남아프리카는 아프리카 맨끝에 붙어있지만.. 영국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사니 변방이 아니었다,  물론 무대준비를 100% 하지 못한 것은, `입장료*입장객수`가 대형무대와 오케스트라 동원에 부족하기 때문이었으리라 짐작되지만,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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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4-06-14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서상(書商)님 다우신 정확한 통찰력이시네요...... 말이 좋아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이지 그곳은 변방이 아니지요. 국제적인 관심도로 보나, 그 잘난 인종적 구분으로 보나 말이죠. 결국은 여기가 변방이지요...... 정신없이 사는 저는 이렇게 말은 해도 결국 그 남아공 공연의 DVD를 봐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