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은 날의 숲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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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남한산성> 이후 세번째로 읽은 김훈의 소설이었다. 정말 재밌게 읽었다.  

우리말의 아름다음과 힘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조연주인데, 디자이너였다가 세밀화가로 계약직 공무원이 된다. 전방에서 자연을 연구하는 공무원을 도와 세밀화로 자연을 남기는 임무를 부여받은 여자이다. 김훈의 필체가 워낙 남성적이라 화자가 여자임을 알게 되면서 좀 놀라긴 했지만, 딱딱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하는 화자의 어투에 소설이 끝날 무렵에는 익숙해져간다. 

화가이기 때문에 다양한 자연상태를 그림에 담는 장면이 나온다. 김훈이 휴전선 근처의 아름다운 자연과 계절의 바뀜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거의 찬탄이 쏟아질 정도로 글에 압도된다. 그림은 정지된 장면을 남길 뿐이지만, 김훈의 글은 시간과 공간, 냄새와 정서, 인간의 역사와 자연을 관찰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느낌까지도 세밀하게 포착한다. 소설의 주 무대가 되는 휴전선 근처의 자연환경을 묘사하는 부분에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와 우리말과 글이 이런 표현이 가능하구나라는 놀라움이었다. 

조연주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말 좆내논, 어머니, 휴전선 연구소의 사람들, 군인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묘사하는 김훈을 필체는 마치 세밀화처럼 사실적이다. 어디에서도 감정을 격하게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철저하게 사실적인 묘사에서 겪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내 젊은 날의 숲>은 소설이기 보다는 장편의 시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잘 정제된 언어를 구사하는 소설이다. 꼭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은 아름다운 우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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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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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이후 장하준의 신작이 나왔다. 역시 장하준 교수 답게 기존 경제학의 통념에 도전하고, 사람들이 경제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경제학을 잘모르는 일반인도 이 책을 읽으면서 경제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수 있다. 

특히, 시장의 기능을 강조하고, 자유무역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는 자유주의 경제학 이데올로기의 문제점에 대해서 날카롭게 지적한다. 전작인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느낀 감동을 또 느꼈다. 특히 리뷰어가 재밌게 읽은 부분은 복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흔히 복지국가라는 개념은 과다한 세금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과다한 정책으로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들고, 경제의 활력을 없앤다고 생각하기 쉽다.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시대는 변화하고, 근로자들은 새로운 시장환경에 유연하게 변화를 해야하는데,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지 않으면 근로자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변화할 시도를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최저임금, 건강보험, 실업급여, 근로자 재교육 등 사회 전반의 안전망이 잘 구축되어 있으면, 시대가 변해서 지금의 일자리가 의미가 없어지면 근로자들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데 적극적일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사회 안전망이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보니, 어떤 산업이 경쟁력이 떨어지면 보호주의에 기대고, 노조가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새로운 시도를 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럽은 미국에 비해서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마치 자본주의 사회에서 파산법을 통해서 자본가들이 의욕적으로 사업을 벌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23가지의 상식과 편견을 지적하며, 자본주의 사회라는게 자유무역, 시장 개입 최소화라는 단순한 규칙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고 지적한다. 저자의 주장 대부분에 공감이 갔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맞을 것 같은 이야기도 잘 생각해보면 단순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특히, 고등교육과 생산성과의 관계가 그러했다. 저자는 대학교육이 보편화된다고 해서 생산성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자에 대해서 또 놀란 것이 학계에 있으면서도 현장에서 사업을 하는 경영자들의 생각과 현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점이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전체적인 임금수준이 높아지고 서비스 노동의 가격은 올라간다. 제조업은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전체 경제부문에서 서비스 부문이 커지고, 제조업의 부문이 줄어드는데, 이런 현상만 보고 서비스업만 중시했다가는 큰 일 난다는 날카로운 지적을 하고 있다. 

마치 제조업체가 환경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제품을 만들 수 없듯이, 금융혁신도 위험이 없겠는지 충분히 검토해서 사회에서 통용되도록 해야한다는 참신한 주장을 하고 있다. 최근의 금융위기의 근본이 사실상 복잡성에 기인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금융전문가 조차도 이해하기 힘든 다양한 파생상품의 등장이 기초자산에 복잡한 파생상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만큼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 제한된 혁신만을 허용해야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책 한권으로 경제학의 많은 토론주제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단지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가들의 지식이 아니라, 경제학을 현실의 문제로, 정치의 문제로 만드는 재미있는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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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권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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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고전부터 국내외 소설을 100편은 읽었을 것 같은데, 최악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브리다가 영적인 지도자를 만나서 내적인 변화를 통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는 이야기인데, 구체성도 떨어지고, 공감이 어렵다. 

만약 환타지를 쓴다면, 새롭고 낯선 설정에서 보편적인 인간의 감성에 호소해서 공감을 만들고, 일상을 소설로 쓴다면 그런 평범함 속에서 특별한 상황과 영적인 깨달음을 다룰 수 있다면 좋지 않았을까?  일상은 아니고 판타지 같은 느낌인데, 다루는 내용이 공감하기 어려운 독특한 영적 체험을 다루려고 시도하고 있다.

소설의 중반부까지 내 지적능력으로는 저자의 설정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달전승은 무엇이고, 해전승은 무엇인지? 브리다가 왜 갑자기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마법사를 찾았는지? 도데체 마법사와 브리다가 왜 소울메이트가 되는지? 소설이 전체적으로 개연성이 부족하고, 구체성이 떨어지다보니, 공감이 되지를 않는다. 파블로 코엘류의 명성에 비춰봤을 때 어이없는 소설이었다. 내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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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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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삼성을 생각한다>의 소설 버전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 재벌 기업의 회장이 구속되었다가 풀렸다. 재벌 회장은 다시는 그런 상황을 겪고 싶지 않아서 경쟁 기업의 광범위한 불법로비를 본 받고 싶었다. 업계 최고의 로비 전문가를 경쟁사에서 영입하는 걸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새롭게 만들어진 회장 직속의 '문화개척센터'는 계열사를 총동원하여 불법 비자금을 만들고, 불법 로비를 광범위하게 벌인다. 학계, 정계, 기자, 공무원,검찰 등 각각 구체적으로 어떻게 로비를 하는 지 묘사한다. 소설가 조정래에 대해서 감탄하게 하는 게 상세함과 구체성이다. 정말 그럴듯하다. 작가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등장인물의 섬세한 마음을 정말로 실감나게 표현한다.

편법과 불법의 삼종 세트인 비자금 조성, 불법 로비, 불법 상속이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지 소설속의 캐릭터를 통해서 그려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저자는 수컷의 본능과 권력욕을 말한다. 돈의 힘에 한없이 나약한 보통 사람을 그려낸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은 불법 로비의 대상은 아니었겠지만 작가가 묘사하는 수컷의 본능과 돈에 무너지는 사람들의 양심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다. 보통 사람들도 직장 생활을 하며 오너에 충성하고 처자식을 핑계대며 권력에 복종하고 정의에서 벗어난 일을 조금씩하거나 불의에 눈을 감는다.

소설가 조정래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시대적 과제로 '경제민주화'를 꼽고 있다. 엄청난 규모로 부와 권력이 대규모 기업집단에 쏠리고 있다.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는 권력을 가진 그들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불법 로비를 하고 불법 상속을 한다면 아주 심각한 문제이다. 저자는 이 시대의 중요한 핵심 과제로 보았다. 마치 과거에 독재정권 타도가 시대의 과제였듯이.

과거의 독재정권 타도 정치민주화의 싸움이 험난했던 싸움이었고, 승산이 없다고 생각되었지만 결국에는 승리한 것과 같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싸움도 이 시대의 과제이고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고 저자는 낙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소설이고,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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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기술 - 개정증보판
배상복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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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려운 글쓰기 이론을 다룬 것이 아니라, 실용적으로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준다. 우리글을 잘 구사하기 위한 원칙을 알려주고, 실전 문장을 통해서 잘못된 문장을 고치면서 보여준다. 눈으로 실제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 

저자가 제시하는 문장의 십계명은 다음과 같다. 

1. 간단명료하게 작성하라. 
2. 중복을 피하라.
3. 호응이 중요하다.
4. 피동형으로 만들지 마라.
5. 단어의 위치에 신경 써라.
6. 정확한 단어를 선택하라>
7. 단어와 구절을 대등하게 나열하라.
8. 띄어쓰기를 철저히 하라.
9. 어려운 한자어는 쉬운 말로 바꿔라.
10. 외래어 표기의 일반원칙을 알라. 

원칙을 눈으로 읽고 머리로 이해하기는 쉽다. 실제의 글쓰기에서 올바르게 습관을 형성하기는 쉽지 않다.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꼭 읽어봐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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