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대립이 사라져가는 이 시대의 민중의 모습

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소설의 서평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리뷰어는 경제경영서의 경우 목적의식을 가지고 읽고 책을 평가하려고 노력하지만, 소설은 그냥 즐기려고 읽기 때문에 그냥 좋았다, 나빴다라고 평가하는 단순함 밖엔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냥 바리데기는 재밌게 읽었고, 좋은 소설같다고 생각한다. 바리데기를 읽으면서 드는 생각들을 가볍게 써보고자 한다.

이념의 대립이 사라진 21세기, 자본주의가 전지구적으로 순탄한 항해를 하고 있는 것처럼보이고, 모두의 삶은 이전 시대보다 나아진 것처럼 보여서 낙관적으로 생각된다. 이런 시대에 소설가 황석영은 탈북소녀 바리데기를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 걸까?

공산주의니 자본주의니 하는 싸움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독재국가는 굳건히 남아서 민중이 신음하고 있다. 북한의 인민들은 기아에 굶주리고 있지만, 독재를 유지하기 위한 폐쇄적인 사회속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빈민문제는 전세계의 많은 인구를 신음하게 하고 있다. 여러가지의 원인이 있을 것이다. 종교적인 문제, 독재의 문제 등이 그것이다. 그런 빈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일거리가 있는 곳을 향해 불법이주민이 되어서 불안한 지위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자본의 세계화는 또다른 의미의 다양한 신분, 다양한 민족이 엉켜삶면서 불안한 지위, 어려운 상황에 처한 빈민의 문제를 만들어낸다. 바리데기가 영국에서 하층민의 생활을 하면서 뼈져리게 경험한 삶의 모습이 그것이다. 바리데기는 탈북자, 밀입국자의 신분이었고, 파키스탄 출신이면서 이슬람교도, 영국에 거주하는 남편을 얻었고, 직장에서는 베트남출신 등 다양한 아시아출신과 일을 했다.

그런 바리데기의 아픔의 내면에는 종교적인 문제, 가난한 나라, 다양한 형태의 전쟁(종교에 의한 분쟁, 독재정권, 테러리즘)이 그 배경에 깔려있다. 소설은 바리데기의 가족과의 이별, 자신의 남편과의 이별과 재회, 자신의 아이의 죽음 등의 아픔을 현대사의 9.11테러, 영국지하철테러,국경분쟁 등을 연결시키면서 훌륭하게 현 시대의 민중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소설이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을 진단하고 묘사해준다고 생각한다. 바리데기는 전세계의 어떤 언어로 번역되더라도 저자가 그리는 민중의 삶이 공감될 만큼 민족적이면서도 세계화된 인류의 삶의 모습을 담았다고 생각한다. 바리데기의 아픔을 공감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하마드 야누스(마이크로 크레디트 운동을 전개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 총재)처럼 빈민운동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어 방글라데시의 빈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전세계에 그 파급효과를 미치는 것도 방법이겠고, 수많은 분쟁지역을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도 의미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독재정권을 개방시켜서 실질적으로 그 속의 민중이 삶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자신의 가족과의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치리더들이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바리데기와 같은 상황속의 민중의 아픔을 공감하는 것이 시작이라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숱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의 문제에도 마치 우리의 바리데기를 바라보듯이 생각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아픔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무하마드 야누스처럼 실질적으로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인 기제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잘 번역된 삼국지...

삼국지 세트 - 전10권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6월

어렸을때 삼국지를 읽었고, 좀더 나이 먹어서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었었고, 이번에 황석영의 삼국지를 완독하게 되었다. 황석영의 삼국지는 작가가 밝히고 있듯이 나관중의 삼국지에 충실해서 번역을 잘하는데 주력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의 만화나 여러 작가들의 삼국지는 삼국지에 대해서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조조중심으로 삼국지를 기술하려는 것이 많다. 그런 시도에 대해서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원문 소설 자체도 소설일 뿐이고, 작가의 의도에 의해서 인물은 재창조되기 마련이라 생각한다.

나관중의 삼국지의 주인공은 흔희 유비라 알려져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리뷰어는 주인공은 제갈량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비중과 뛰어난 영웅이라 느껴진다. 소설의 중간부분에서 유비, 관우, 장비도 죽고, 조조도 죽는 등 주요한 주인공이라 생각한 인물들이 책의 중반이후에 죽으면서도 스토리가 계속되다 보니 그런 느낌이 든다. 마치 드라마가 중간정도 밖에 안되었는데, 주인공이 죽은 느낌이랄까? 어쨌든, 누가 주인공인가는 그렇게 중요치 않으리라 생각한다.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소설로부터 얻었느냐가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리뷰어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처세와 경영법에 주의깊게 봤다. 우선 모사와 주군의 관계인데, 끝까지 살아남아서 위/촉/오를 이루는 군주들은 어떤 상황에 접했을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모사들의 의견을 두루 들어서 의사결정을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중간에 스러져간 군웅은 훌륭한 모사들의 좋은 의견을 내었지만, 자신의 의견, 능력을 과신하다가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다. 모사의 의견을 잘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다른 사람의 의견을 고려해서 꺽을 줄 알아야함을 알려준다.

유비는 부드럽기만하고 무능하다는 믿음에 관한 것인데, 유비가 부드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도원결의 이후 초창기에는 수많은 전투에서 역전의 용사였음을 알 수 있다. 제일 먼저 자신의 명성을 세움에 있어서 남의 힘으로만은 일어설 수는 없다. 비록 도원결의를 통해서 강력한 관우와 장비를 얻었음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유비 본인이 수많은 전투에 참여했고, 전투에서 이겼던 경험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황제가 조조를 치도록 밀서를 내렸을때 조조의 세력이 강성했고, 들통났을때 자신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서하여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는 강한 모습을 보인다. 부드럽고, 약하기만한 유표와는 다른 모습이다.

위촉오의 성공한 군주들은 인재를 대함에 있어서 자신의 가족보다도 더 아낄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한 모습들이 나온다. 조자룡이 유비의 아들을 위험속에서 구해왔을 때, 유비는 자신의 어린 자식을 패대기치는 쇼(!)를 보여주기도 했고, 조조도 허저가 자신을 구하다 죽은 것을 안타까워하며, 상당히 오랬동안 허저의 죽음을 슬퍼했다. 인재가 군주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므로 너무나 당연히 인재를 소중하게 생각해야하지만, 자신에게 있는 인재를 당연하게 생각하여 막대하고, 그런 인재에게 배반을 당하고 죽는 어리석은 군주도 많았다. 인재를 중요하게 생각해야하는 경영자들이 마음에 새겨야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대인 관계에서의 인과응보이다. 많은 경우 자신이 남에게 베푼대로 자신이 행한대로 돌려받는다. 조조의 자식은 무자비하게 황제의 지위를 찬탈했다. 조씨의 자손은 마찬가지로 사마씨로부터 무자비하게 황제의 지위를 찬탈당함으로서 그 업을 받는다. 많은 장수들이 자신의 죽음을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거나, 원한을 만들므로서 자초한다. 유비는 술을 먹고 부하를 매질하여, 부하에 의해서 죽음을 당한다. 이런식의 사람의 마음에 남긴 상처는 계속 남아서 다른 상황에서 되돌아온다. 이런 원한의 사슬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술수를 쓰더라도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고, 진심으로 승복할때까지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다. 제갈량이 그러한데, 남만의 왕을 복속하기 위해서 7번을 잡아서 풀어준다. 주유와의 싸움에서도 상대의 계략을 꿰뚤어보지만, 그의 존재를 파괴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유가 먼저 죽자 자신과 계략으로 쌓을 수 있었던 주유를 진심으로 그리워하고, 추모한다. 유비 또한 여러번 형주, 서주를 취할 기회가 있었지만, 미련할 정도로 겸손하게 사양한다. 이런 모습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상처를 주지않고, 업을 쌓지 않고 자신의 것을 취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투가 끊임없이 나온다. 뛰어난 역전의 용사라 하더라도, 사지에 몰려 간신히 목숨을 유지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뛰어난 제갈공명 조차도 적의 계략에 속아서 정신없이 도망간 경우가 허다하다. 그만큼 전투는 만만찮고, 그 자체가 변화무쌍한 생과사를 오가는 전투의 상황이라는 것이 수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사업과 유사하게 느껴진다. 승패는 병가지 상사라고 한다. 전투에서 잔뼈가 굵은 지휘관 정도 되어야 적의 얕은 술수에 속지 않고, 웬만한 일들에 대해서 대비할 수 있다. 초심자는 100%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사업과 유사하다고 본다. 많은 경험을 가진 경영자가 사력을 다해도 쉽지 않은 것이 사업이라 생각한다.

삼국지에서 재밌는 부분을 꼽으라고 하면 제갈량과 주유의 머리싸움, 적벽대전 장면을 꼽고 싶다. 조조의 87만 대군 -그 이후에도 단 한번도 그런 대군이 동원되지 않는다. -이 대패하는 적벽대전은 정말 대단하고 재밌다. 그리고, 주유가 제갈량의 존재를 두려워하여 끊임없이 제갈량을 제거하려고 하지만, 번번히 제갈량은 주유의 모든 수를 헤아리고 이에 대비하는 부분도 무척 재밌다. ^^

리뷰어는 여전히 삼국지보다는 대망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일본과 중국의 문화의 차이를 논할 수 있겠지만, 재미면에서나 교훈면에서 대망이 더 탁월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