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처음 접했다. 이 책 <불안>이 재미있다고 추천을 받고 책을 사놓고도 웬지 손이 가질 않았다. 웬지 사변적이고, 저자의 감상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막연하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인간은 높은 지위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그 본질적인 이유가 사랑받고 싶고, 무시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로의 자아 자체  보다는 사회적 지위에 관심을 갖는 것을 속물근성이라 칭하고 있다. 속물이란 하나의 가치척도를 지나치게 떠벌이는 사람을 가르킨다.  

우리는 준거집단, 즉 우리가 같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조건과 우리의 조건을 비교하여, 상대적 행복감과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과거 중세시대에는 신분제에 의해서 신분이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을 같은 준거집단으로 놓고 비교하지 않기 때문에 현대보다도 행복했을꺼라는 논리를 전개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지, 저 높은 성에 있는 귀족이 많은 땅을 소유했다 하더라도 그건 남의 일이다.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가 능력주의 사회가 됨으로써 항구적으로 불안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부자가 되지 못한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그것은 자신이 모자라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신분제로 인해서 고결하고 능력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낮은 신분이라면 높은 신분의 사람과 비교하면서 괴로와하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힘으로 일궈낸 것이라고 믿는 재능이란 것도 시대가 바뀌고 어디에 조명이 비추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사회적 지위를 쟁취하는데 있어서 운이 작용하기 때문에 불안하다. 또한, 대부분의 현대의 삶은 고용주에 자신의 행복을 의존해야한다. 이것 자체가 불안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또한 사업의 안정성이 시장에서 계속 이윤을 내는데 달려있고, 이런 고용주의 이익에 자신의 일자리의 안정성이 달려있다는 것 자체가 불안을 만들어낸다. 또한 세계경제가 자체적인 불안정성을 가지고 있어서 아무리 좋은 회사라 하더라도 불안정하다. 

 저자는 이런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의 역사적인 기원과 현대의 불안의 원인을 소개한 이후에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 해법으로 철학을 바탕으로 사회적 지위라는 속물적인 가치척도를 무시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예술로 속물근성을 비판하고 풍자할 수 있다.많은 근대의 위대한 소설들이 이런 풍자를 다루고 있다. 미술영역에서도 귀족과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을 미로 찬양하던 것에서 보통사람들의 삶과 속물근성을 풍자하는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들이 등장했다.  

소유가 늘어날 수록 행복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 소유가 늘어나도 오히려 행복수준은 떨어진다. 새로산 자동차는 잠시 동안 행복감을 줄 뿐이다. 고착된 사회적 지위를 변화시키는 정치를 통하여 이런 속물근성에 도전할 수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흑인의 지위 등이 현대에 어떻게 신장되었나 생각해보라. 신문과 텔레비전에 주입되어 있는 물질주의, 기업가 정신, 능력주의에 대한 열망은 체제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의 이해관계를 반영한다. 모든 지배 이데올로기는 지배계급의 관념이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아무런 회의 없이 무조건 숭배하고 존경하는 경향이 조금이라도 줄어든 세계를 만들 수 있다. 신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해지는 기독교나 여타의 종교, 그리고 모든 세속적 가치를 뒤짚고 무시하는 보헤미안이 이런 속물근성에 도전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가 제시한 불안의 근원에 대한 문제제기가 탁월하게 느껴진다. 그 해법들이 충분해서 현대인의 불안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현대인이 막연하게 느낀 불안의 실체를 해부하고 그 대응방법에 대해서 고민토록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탁월한 저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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