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장으로 산다는 것 - 사장이 차마 말하지 못한
서광원 지음 / 흐름출판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리뷰어도 사업을 7년째해오면서, 가끔씩 하는 말이 있는데, 사장과 직원은 뼈속깊이 각인된 유전자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것은 경험을 해보고, 뼈에 사장으로서의 직무를 새긴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이기 때문에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해왔다. 이 책은 그런 사장이 느끼는 고뇌와 고독, 특히 감정적인 외로움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사업을 최소한 1년이상 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고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똑같이 평범한 인간으로서 많은 책임을 지는 리더의 자리에 앉은 사람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그 감성을 접근했다는 측면에서는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이 책은 딱 거기까지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사람이 준비없이 사업을 하게 되었을때, 사업의 성장의 각단계별로 학습하고, 발전해야하는데, 그것을 쫓아가지 못하게 되었을때, 이 책에서 말하는 고독감과 외로움에 직면한다고 생각한다. 소규모 조직을 이끄는데 있어서는 소규모 조직을 이끄는데, 그리고, 창업단계에서는 그 단계에서 필요한 자질과 역량, 경영지식이 필요하고, 규모가 커지면서 점차로 또다른 역량, 지식이 필요하다. 문제는 회사의 성장의 속도가 항상 사람의 성장의 속도보다 빠르다는데 있고, 지금의 상황에서 사장에게 요구되는 것을 충족시키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를 위해서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것이 사장에게 요구되기 때문에 빨리 발전하지 못한다면, 사장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사장은 특히, 창업가 사장은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에 의해서 성과를 보상받는다. 그래서 미래를 생각하고, 장기적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하지만, 고정급여를 받는 직원은 단기적인 보상에 익숙해지고, 정해진 급여를 받는데 필요한 일만을 하려할 뿐이다. 이런 간극을 좁혀줄 경영상의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이미 서구에서는 한세기전부터 그런 간극을 높이는 고민을 해온 기업이 있었고, 그런 경영지식을 바탕으로 성과보상, HR 등에 대한 지식이 넘쳐난다. 그런 지식을 가져와서 남들과 다른 보상시스템을 만들어야 직원들이 다르게 움직일 수 있는 토대가 생길 것이다. 그냥 섭섭하고, 서운하게 생각할만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장만 의사결정을 하고 고독한 것은 아니다. 회사는 모든 층위에서 리더십을 필요로하고, 가능한 최대한 선에서 의사결정이 실제로 일을 하는 현장에서 이뤄지도록해야지, 정보를 알고 있고, 실제로 성과에 기여할 수 있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의사결정을 하는 중간단계의 리더십이 상층부까지 잘 커뮤니케이션되고, 그런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 신속하게 돌아가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사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후임이 지속적으로 키워지고 있는 조직에서는 이 책에서 만큼 외로움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사장의 외로움과 고독은 스스로 초래한 면이 크다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슈퍼맨이 되고자 했기 때문에 외로워진것은 아닐까? 최고경영진 조차도 성공한 기업들은 집단경영체제에 의해서 성공한 경우가 많다고 피더드러커는 <경영의 실제>에서 밝히고 있다. 겉으로는 CEO, CFO, COO 등의 상급경영진으로 역할과 책임이 나뉘어져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장점과 단점을 서로 잘 활용하는 신뢰를 가진 경영팀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집단으로 토론을 통해서 더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 그런 토론을 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경영을 해야한다는 점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까? 한명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것은 독재가 되기 쉽고, 그것은 외로운 독재자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최종의 결정을 하는 것이 CEO의 역할이겠지만, 동일한 통찰력의 레벨에서 토론을 할 수 있는 그룹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성공을 하고, 규모가 커진 대기업이 되면, 최 정점에 사장이 한명이 있겠지만, 그 회사에는 사실 독립된 많은 사업단위별로 많은 사장이 필요로하고, 자신의 사업단위 성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그런 사장들 역시 최고위층사장을 외롭지 않게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사장은 철학을 다루고, 비전을 다루고, 전략을 다루는 사람이다. 조직내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관계 맺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회사가 가고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알고, 회사의 사업리더를 가치관에 맞게 키워내고, 그런 자신의 직무를 잘 이해하고, 자신의 한계를 잘 안다면 외로워지지는 않고, 사랑받고, 조직내외부에서 믿음과 신뢰를 얻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장의 자리, 리더십이라는 것도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하나의 직업이며, 그것은 그에 맞는 훈련과 공부를 필요로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문제점과 잘 안되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어도, 어떻게하면 잘할 수 있는지, 최고의 수준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경험하지 못한다면 쉽게 알 수 없다. 이를테면, 골프를 싱글을 치는 사람과 같이 치면서, 코치를 받는 것과 처음 배워서 3개월 된 사람들끼리 모여서 치는 것을 상상해봐라. 창업한지 2~3년된 창업가들이 모여서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마치 초보자들이 모여서 어렵다는 것을 하소연하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 것이다. 진정 잘하고 싶다면, 최고 수준을 실행하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배워야한다고 생각한다. GE는 최고경영자의 사관학교라고 불리고 있다. 그 내부에서 뛰어난 경영진이 뛰어난 미래의 경영진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리뷰어는 경영의 전문성을 실현하고 있는 좋은 경영자의 책, 경영서, 훌륭한 경영자, 좋은 경영시스템을 갖춘 대기업의 중간경영층등을 만나면서 초보자들이 해준 충고와는 다른 조언을 바탕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믿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30년씩 CEO를 하신분들이 직원들이 같이 밥먹으러가자고 하는 사람이 없다고 했을때 섭섭함을 많이 느낀다고 하는 것처럼,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고독을 느끼는 자리인 것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