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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페퍼 교수의 지혜경영
제프리 페퍼 지음, 이재석 옮김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유능하고 똑똑한 경영자들이 잘못생각하기 쉬운 것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많은 경영자들이 자신의 경력을 쌓아가면서 유능했기에 그 자리에 올랐고, 자신이 경영자가 아닐때 자신의 경영진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답답함을 자신이 경영자가 되어서는 답습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경영자가되면 자신의 과거에 느꼈던 답답했던 경영진의 모습을 답습하게 된다.
이 책은 경영자에게 효율성과 성과를 추구하기 위해서라도 지금하고 있는 행동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것을 조언한다. 리뷰어 역시 사업을 10년째 해오면서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것에 대해서 공감하고, 과거에 내 생각에 잘못이 있지 않았나, 생각을 바꾸어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저자인 제프리페퍼교수의 이야기는 그렇게 색다른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다. 기업에 속한 직원들은 공동체의 일원이며, 단지 노동력을 돈으로 바꾸기위해서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직원의 자발성에 기대지 않고, 강압적인 방법으로 무엇인가를 얻으려고한다면, 직원들은 당장에는 그 압력(!)에 굴복할지몰라도, 그 폐해는 클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많은 경영자들이 한번 쯤은 고민해보았을 법한 주제를 다양하게 꺼내든다. 회사에서 업무시간에 인터넷 서핑을 하는 등의 개인적인 시간을 쓰는 것에 대해서 회사가 다양한 형태의 인터넷접속 차단장치를 도입하고, 이메일을 감시하는 툴을 쓰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과연 그게 생산적이겠느냐하는 것이다.
저자는 그런 식으로 회사에서 개인적인 용무를 볼 수 없다면, 맞벌이에 갈 수록 핵가족화된 개인의 입장에서는 근무시간을 줄일 수 밖에 없고, 회사의 차단막을 피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더욱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차라리 SAS경영자의 말처럼, 직원들이 업무시간에 포르노 사이트를 보려한다면, 포르노 사이트를 찾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그 사이트 주소를 정리해서 알려주는게 어떻겠냐는 말을 상기시킨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회사는 직원들을 믿어야하고, 업무 성과와 결과에 대해서 요구해야지, 과정에 대한 과도한 통제는 오히려 반감을 사고,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자기실현적인 예언에 주의하라고 말한다. 직원들을 믿지 못하고, 감시하면할 수록 직원들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근본적인 처방으로 제시하는 것은 직원들을 감시하기 위해서 첨단 장비를 사용하기 보다는 그런 결정들이 경영자 스스로 직원을 믿지 못한다는 생각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보라는 것이다. 만약 현재의 직원들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다른 직원을 뽑고, 신뢰한다면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라는 것이다.
리뷰어 역시 한때 직원들에게는 규율이 필요하고, 업무시간에 다른 용무를 보지 못하게 통제하거나, 각종 감시 장치를 두어야한다고 생각했었던적이 있었으나, 요즘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회사가 선의로 직원들을 믿고 좋은 대우를 해주어야한다. 그리고, 기계를 고용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고용했다면, 업무시간에 개인적인 용무를 보는 것도 허용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대신, 의심과 통제에 포인트를 두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려는 성과와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업무시간 중간의 개인적인 용무를 보는 것이 과다해서 성과에 지장을 줄 정도이고, 그것 때문에 사람을 믿지 못하겠다면 그런 뜻을 개인에게 직접 전달하고, 행동의 변화를 요구하거나, 그래도 그런 것이 안지켜진다면 해고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직원을 믿지 못하기에 감시시스템을 만들고 거기에 편안함을 느낀다면, 직원들은 회사에서 무엇인가를 하는데 있어서 늘 감시당한다고 느끼고 편안하게 일에 몰입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저자가 장시간 근무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 부분도 마음에 들었는데, 미국도 역시 직원의 충성도를 장시간 근무에 두는 경향이 마찬가지로 있는거 같다. 그리고, 유럽은 장기간의 여름휴가를 가지만, 미국은 상대적으로 휴가일 수가 적다고 한다. 그런대도 불구하고, 미국기업의 생산성이 유럽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지는데 있어서 장시간근무가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근무시간이 짧다면, 회사는 업무를 조직하는데 있어서 최대한 효율을 내려 노력하고, 쓸데없는 회의는 줄이고 업무 처리에 있어서 어떻게과 무엇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충분한 휴식은 직원들의 에너지를 충분히 충전도록해서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기업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리뷰어 역시 동감하는 주제이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야하는데, 단지 업무시간만 증가시켜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근본적인 변화를 가로막는 길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인센티브 제도가 성과의 복잡성을 단순화하고, 직원들은 수동화하는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기존의 퇴직금 제도를 손봐서, 그때 그때 회사의 직원들에 대한 의무를 청산하고, 직원들이 연금선택을 하도록하는 방식이 직원들에게 일에 몰입하기 보다는 자신의 퇴직연금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등 폐해가 크다고 지적한다. 회사입장에서는 그때 그때 직원들과의 잠재적 채무관계를 청산하고 싶은 것이지만, 이런 식의 단순한 생각이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떨어뜨리고, 업무몰입도를 떨어트린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노조가 역으로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직원들이 회사에 애사심을 가지고, 장기간 재직하게 만들고, 회사의 주요한 의사결정을 노조와 상의함으로써 실행력을 높이는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안좋게만 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밖에도 대주주관계에서 총주주수익률의 허구, 합병을 통해서 경영진의 에고를 실행하려는 경향, 경영진 보수는 왜 높아만가고 그 대안은 무엇인지, 그리고, 기업가의 윤리적인 행위에 대한 생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영진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상식에 도전하고, 좀 다르게 생각할 것을 주문한다.
리뷰어역시 사업을 하면서 늘 궁금해하고, 화두를 가졌던 분야에 대해서 저자의 인사이트가 도움이 많이되었다. 경영은 사람에 관한 이론이고, 실천에 대한 이론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람은 시스템과 논리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경영자는 그런 사람에 대한 고민을 해야하고, 그러면서도 성과를 내야한다는 절대적인 철칙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스스로의 견고한 생각의 틀을 말랑말랑하게 만들고 다시금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문제를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