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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ㅣ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1
로버트 맥키 지음, 고영범.이승민 옮김 / 민음인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헐리우드에서 시나리오를 쓰는 극작가들이 교과서 처럼 읽는 책이라고 해서 흥미를 가지고 손에 잡았다. 시나리오 작법이라 과연 저자는 무엇을 말하려고 할까 궁금했다.
이 책의 원제는 <Story>이다. 모든 컨텐츠 산업에서 만들어지는 컨텐츠들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게임, 영화, 연극, 뮤지컬,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사람들이 즐기는 컨텐츠는 스토리가 있고, 스토리를 사람들을 흥미있게 만들기도하고, 지루하게 만들기도하고, 일생일대의 짜릿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헐리우드의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이면서, 많은 시나리오 작가를 키운 사람이다. 저자인 로버트 맥기의 시나리오 작법은 어떻게 좋은 스토리를 만들고, 영화의 시나리오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런 그의 시나리오 작법은 컨텐츠 산업 전반의 어떻게하면 소비자에게 먹히는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도 준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서술은 주로 영화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어떻게 좋은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까에도 확장된다.
리뷰어는 게임업체에서 일을 하면서 좋은 스토리가 좋은 게임을 만드는데 분명 일조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고민을 심화할 수 있어서 좋았다.
몇가지 생각나는 대목만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대립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즉, 주인공과 주인공의 이야기를 지적으로 흥미진진하고 감정적으로 흡인력 있도록 만드는 것은 오로지 적대 세력의 역할이다. 여기서 적대세력은 주인공의 의지와 욕망에 맞서는 모든 세력을 총치한다.
그리고 저자는 인간 경험의 한계까지 갈등을 깊고 넓게 전개하는 이야기라면 반드시 어긋남과 상반, 그리고 부정의 부정이 포함된 궤도를 따른다고 한다. 이를테면 정의가 긍정이라면, 어긋남은 부당함, 불의는 상반되는 개념이되고, 부정의 부정은 전횡이된다. 이야기가 정의에 관한 것이라면 부정적인 것도 정의가 의미 있을만큼 강력해야한다. 그리고, 부정의 부정은 양적으로 뿐만아니라 질적으로도 악화되는 복합부정이 된다. 정의가 부정의 부정으로 치달으면 힘이 정의가 되는 전횡의 상태가 된다.
등장인물에 관해 저자는 두가지의 중요한 측면을 배열하는데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인물묘사와 진정한 성격이다. 인물묘사는 겉으로 관찰 가능한 인물의 외모, 나이, 지능지수, 직업, 개성, 태도, 가치 등의 것을 말하고, 진정한 성격은 이런 묘사속에 숨어 있고, 진짜 성격이 나오는 것은 딜레마에서 내리는 선택을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다고 말한다.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선택하느냐가 곧 그의 사람됨이다. 부담이 클 수록 그 선택은 인물을 더 깊고 참되게 보여준다고 말한다.
인물의 차원은 모순을 뜻한다고 말한다. 인물의 깊숙한 내면의 모슨이나 인물묘사와 인물 내면 간의 모순이 있어야하고, 이런 모순이 일관성이 있어야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주인공의 경우 다양한 차원을 가지게 되고, 다양한 단역 배우들과 관계를 구성하면서 그런 주인공의 다양한 차원이 드러나게 되면서, 사람들은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게된다는 것이다. 작가가 실수로 한번 등장하는 단역에 다양한 차원을 주게될 경우, 관객은 그 단역이 다시 나오지 않나 의아해하다가 황당해하게 되므로 다양한 차원의 인물을 설정할때는 주의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야기와 실제생활의 커다란 차이는 이야기에서는 실제 생활에서 매일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 즉 어떤 종류의 반응을 예측하면서 행동을 하면 예측한 바대로 반응이 되돌아오는, 그런 종류의 일들이 모두 걸러진다는 점에 있다.
이야기에 관객이 집중하는 것은, 등장 인물이 주변 세계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면서 어떤 행동을 취했을 때 그 행동이 그의 기대에 정면으로 대립되는 힘을 불러일으키는 바로 그 한순간뿐이다. 등장인물을 둘러싼 세계는 그의 기대와 완전히 다르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지고 반응한다.
친구가 당연히 집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친구의 음성은 들리지 않고 침묵만 흐르고, 문을 돌려보니 잠겨있지 않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친구는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있다. 이렇게 이야기는 진행되는 것이다. 기대와 다르게 ...
그리고, 저자는 갈등의 세가지 차원을 설명하고 있다. 내면의 심리적인 갈등인 내적 갈등, 주변의 지인들과의 갈등인 개인적갈등,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나 외부의 세력에 대항한 초개인적인 갈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잘 구성되면 세계의 갈등이 서로 연관되면서 다양한 층위의 갈등이 존재하고, 서로 영향을 미치는 때이다. 얽힘은 한층위에서만 갈등이 있는 것이고, 이야기가 복잡하다는 것은 이런 세층위의 갈등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다양한 갈등을 드러내기 위해서 중심플롯과 복수개의 보조플롯을 진행시키고, 때로, 중심플롯과 보조플롯이 모순되게끔 배치해서 영화에 아이러니를 더할 수도 있고, 각 플롯의 도발적인 사건이 나타나는 시점을 영화 곳곳에서 등장하도록 해서 관객이 계속 집중하도록 할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은 자신이 예상한 것과의 간극을 발견하고,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고, 그것이 새로운 현실성을 만들고, 또다른 갈등에 직면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렇게 전진하게 되면서 욕망의 대상을 향해 이동하면서 위험은 점점더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식을 주인공의 내면으로 들어가 이런 갈등을 실제로 느끼면서 글을 전개하는 것을 내면으로부터의 글쓰기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영화 사업 종사자, 글을 쓰는 이 뿐 아니라, 컨텐츠 산업 종사자들이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