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즈, 플리즈 미! 2 팝툰 컬렉션 7
기선 글 그림 / 팝툰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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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한민국의 소위 말하는, 혼기가 꽉~ 찬 미혼 남녀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가운데 하나란 바로 이런 말들일 것이다.   


  “넌 결혼 안 하니? 대체 국수는 언제 먹여 줄 거야?”

 

  그것도 애인 없는 싱글이라면 이런 종류의 말은 언제나 엄청난 압박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말하는 사람들이야 그저 한 마디 씩 지나는 말로 할 수 있다지만, 비슷한 종류의 말을 계속해서 들어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이 마치 제 값에 팔리지 않은 유행 지난 물건이 되어가는 심정일 테다. 처치곤란의 재고품들이 세일에 세일을 거쳐 결국에는 떨이 상품으로 헐값에 팔려나거나 폐기처분 되는 것처럼 자신들도 언젠가는 필요 없는 폐품 취급을 받게 되는 건 아닌 가 불안해하면서 말이다.

  2005년 여름을 강타하며 국민드라마의 반열에 올랐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수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었던 이유는 주인공 김삼순이 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 어쩌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물론 단지 현실만을 반영했다면 그토록 많은 삼순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을 리 만무하다. 주인공 삼순이는 철저히 현실 속에 있는 인물이되 이야기는 그녀들이 꿈꾸는 판타지 로맨스를 절묘하게 버무려 놓았기 때문에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삼순이가 사랑받는 사이 뉴요커 4인방의 적나라한 싱글 라이프를 그려낸 미드 <섹스 앤 더 시티>도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수많은 골드 미스들은 삼순이의 로맨스를 지지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캐리나 미란다가 되고 싶어 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두 드라마가 인기를 끈 이후 비슷한 아류의 영화, 드라마, 소설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기선의 신작 <플리즈, 플리즈미>는 삼순이와 캐리의 중간쯤 되는 어중간한 주인공 구애리와 그녀의 두 친구들이 주인공이다. 아니, 구애리 그녀는 어쩌면 삼순이나 캐리보다는 비슷한 시기에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뭐 하나 잘난 것 없이 집안의 애물단지가 되었던 주인공 최미자씨와 더욱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 기선이 자기 주변의 평범한 싱글녀들의 이야기들을 직접 수집하고 귀동냥으로 담아냈다는 <플리즈, 플리즈미>는 그래서 좀 더 현실적이고 솔직한 화법을 구사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똥차 취급을 받으며 노처녀란 이름으로 싸잡아서 매도되었던 이십대 후반 이상의 여자들에게 요즈음 서른은 더 이상 올드미스가 아니다. 오히려 결혼하지 않은 당당한 싱글녀들에게 골드미스란 신조어가 생겨났고, 그녀들은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엄청난 영향력을 지니는 거대 단체로 자리 잡았다. 이 작품에서도 그녀들은 결혼적령기의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결혼 자체에 대해선 그닥 고민의 흔적을 풀어놓지 않는다. 다만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싱글들의 삶은 예상보다 화려하지도, 멋있지도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그녀들은 일과 사랑, 재테크 때문에 고민하고 결코 녹록치 않은 인생을 한탄한다. 특히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구애리와 친구들의 사랑이야기가 부각되고 있는데, 그녀의 이야기는 참으로 공감이 가면서도 안타깝다. 왜 남자는 여자가 적극적으로 다가가면 도망가고 달아나면 잡고 싶어 할까? 설령 남자의 적극적인 구애로 시작된 관계일지라도 만남이 지속되다보면 관계의 역전은 순식간에 일어나는 것이 남녀관계의 일반론이다. 구애리 이전에 서른을 살아냈던 삼순이와 미자씨가 결국에는 멋지구리한 연하남의 사랑을 쟁취한 것처럼 우리의 주인공 애리씨도 솔로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사랑에 있어서 언제나 Loser가 되었던 애리씨가 이번엔 꼭 그녀와 꼭 맞는 상대와 사랑에 빠지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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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 21
토모코 니노미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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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가을, 클래식이라는 새롭고 낯선 소재로 만들어져 예상외의 큰 호응을 얻었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종종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와 비교대상이 되곤 했다. 일본의 청춘스타 우에노 주리와 타마키 히로시 주연의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는 『Green』과 『주식회사 천재패밀리』로 독특하지만 따뜻하고 서정적인 감성을 담아낸 작가 Tomoko Ninomiya의 최근작인 동명만화가 원작이다. 그렇다면 최근에 발매된 21권까지 8-9년 동안 연재를 이어온 스테디셀러 『노다메 칸타빌레』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클래식이라는 다소 무겁고 쉽지 않은 소재로 유머러스하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노다메 칸타빌레』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반짝반짝 빛나는 캐릭터의 힘에 있다. 엉뚱하고 캐 발랄한 4차원 매력소녀 주인공 노다 메구미(통칭 노다메)를 시작으로 유명 피아니스트를 아버지로 둔 까칠한 엘리트남 치아키 신이치(치아키 선배),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이지만 시시 때때로 노다메를 노리는 변태 중년 프란츠 폰 슈트레제만(가명 미르히 홀스타인)을 비롯하여 치아키가 대학시절 지휘했던 R☆S(Rising Star) 오케스트라의 개성 강한 연주자들과 파리 유학생활에서 조우하는 음악을 둘러싼 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의 대 향연이 펼쳐진다.

  한 번 들은 음악은 그대로 연주해 내는 피아노 천재이나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즐거워서 치는 피아노 외에는 온통 먹는 것과 치아키 선배에게만 열중하는 노다메와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지녔지만 어렸을 때 겪었던 비행기 사고로 인한 비행공포증으로 해외유학은 일찌감치 포기한 치아키 신이치의 기묘한 대치가 이 만화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다. 엉뚱하고 단순 무식하지만 사람을 끌어 모으는 묘한 재능이 있는 노다메와 든든한 백그라운드에 결백에 가까우리만큼의 완벽 추구형으로 음악 외에 인맥 쌓기엔 허술한 치아키. 치아키는 노다메를 만나면서 음악 뿐 아니라 음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희노애락의 기쁨을 알아가게 되었고, 반대로 천부적인 감각과 재능을 지녔지만 단지 피아노는 즐길 뿐 자신에게 쏠리는 지나친 관심은 회피해 왔던 노다메는 또 다른 천재 음악가 치아키를 만나면서 조금씩 피아니스트로 변모해 가고 있다. 얼핏 까칠하고 잘난 남자 치아키가 어리숙하고 종잡을 수 없는 노다메를 사육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어장관리의 진수를 보여주는 노다메에게 치아키 선배가 서서히 길들여지고 있는 것. 어찌되었든, 겉보기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고 불협화음만 낼 것 같은 두 사람이 서서히 서로에게 물들어 가면서 만들어내는 음색은 어떤 빛깔일까? 이 만화에 열중해 있노라면 마치 그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답고 유려한 멜로디가 귓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느낌이랄까?

  클래식은 어렵다는 편견 따위는 우주 저 멀리 날려버릴 정도로 평소에 클래식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 할지라도 유쾌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만화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클래식을 소재로 음악에 열중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어쩌면 이 만화의 방점은 음악 그 자체보다는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따뜻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 속에서 펼쳐지는 노다메와 치아키의 성장통일 테다. 꿈도 사랑도 모두 쟁취하는 게 어렵지 않아 보이는 노다메의 진정 부러운 인생에 브라보!!!! 헌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노다메의 성공기가 썩 배 아프지 않는 걸 보면 정녕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힘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Life is Cantabile(인생은 노래하듯이). 
  Love is Appassionato(사랑은 열정적으로)~ 
  노다메에게 한 수 배워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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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커피 1
기선 지음 / 애니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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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어느 신문 기사에서 20-30대의 꿈 속 직업 가운데 하나가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2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이 불씨를 당긴 격이지만, 카페나 커피 전문점 따위는 어느 정도 사람들의 환상 속에 곱게 포장된 직업이라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커피를 소재로 한 만화는 어떨까? 

  교과서에도 실린 바 있고 여러 번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었던 유명한 소설 <사랑 손님과 어머니>를 모티브로 했던 만화 <게임방 손님과 어머니>로 인기를 끌었던 만화가 기선의 신작 <오늘의 커피> 1권이 발간되었다. 처음엔 거의 소설책 한 권과 맞먹는 가격(정가 10,000원)에 조금 뜨악했지만, 요즘 만화책 값도 점점 오르는 추세에다 올 컬러 내지로 되어있다고 하니 일단 한 번 읽어 보기로 했다.

  음식에 있어서는 거의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내가 거의 유일하게 별로 즐기지 않는 음료가 바로 커피인데(다른 하나는 탄산음료^^) 아이러니하게도 이 만화는 커피를 주제로 한 만화란다. 커피의 ‘커’자도 잘 모르는 내가 이 만화를 본다고 재미가 있을까? 싶은 의구심이 먼저 들긴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커피를 즐기지 않고 잘 모르는 독자의 눈이 더 객관적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에스프레소가 커피의 진리라고 믿는 29세의 커피 오타쿠 나기태! 그는 자신의 독선과 고집으로 점점 손님을 잃어가는 낙원카페의 사장이기도 하다. 바로 앞 건물에 대형 커피 전문점이 들어서자 점점 위기의식을 갖게 되고, 그러던 중 자판기에서 환상의 비율로 커피를 뽑아내는 절대미각의 소유자 오난지를 만나게 된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 만화의 진행방향이 슬슬 그려지기 시작한다. 해외 유학 중 커피 맛에 빠져 바리스타의 길로 들어선 이후, 설탕과 크림이 들어간 커피는 죄악이라고 생각하는 외곬수의 커피마니아와 커피 이론에 대해선 일자무식이지만 나름 절대미각을 갖고 있으며,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커피를 만들 줄 아는 해피메이커의 만남. 이 둘의 불협화음이 차츰 화음을 이루며 하모니를 만들어 낼 때 끝내는 낙원카페의 호황기도 찾아올 테고 덧붙여 언밸러스한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도 슬금슬금 시작되지 않을까.

  커피라는 소재로 만들어내는 자잘하고 유쾌한 에피소드와 만화가 K의 커피노트로 평소에 몰랐던 커피에 대한 지식도 알 수 있게 하는 만화 <오늘의 커피>! 독자의 기대치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 주면서도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한 번쯤 뒤통수를 치는 그런 만화를 즐겨 보는 독자 입장에서 <오늘의 커피>는 얼마 만큼의 빤함과 새로움으로 찾아올 것인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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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NANA 20
야자와 아이 지음, 박세라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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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렬하고 독특한 이미지를 온 몸으로 발산해대는 만화가 야자와 아이의 <NANA> 20권이 발매되었다. 도쿄로 향하는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이름이 똑같은 스무 살 나나들의 이야기는 어느덧 20권 째로 이어지고 있다. 연재는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고 있지만 만화 속 시간은 아주 더디게 아마도 몇 년 쯤 흘렀으리라 본다. 중반 이후(어디가 중반이라는 거니?), 끝을 알아야 중반도 되지 않을까마는 암튼, 중반 이후 부터 이야기의 시점이 교묘하게 미래와 현재(혹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나나들의 비극을 예고하고 있으므로 살짝 흐트러진 긴장감이 조금씩 되살아나긴 했는데, 그래도 그렇지 자꾸만 복잡해지는 이야기는 심히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일명 하치(충견 하치코에서 유래^^)로 통하는 귀여운 나나와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대놓고 사랑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로커 나나의 대비는 이 만화 전체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다. 두 명의 나나를 중심으로 나나가 보컬로 참여하고 있는 블래스트와 하치와 애정관계로 얽힌 타쿠미와 나나의 그, 렌이 활동하는 인기 정상의 그룹 트라네스 멤버 간의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관계의 실타래는 볼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게 한다. 게다가 블래스트와 트라네스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 간의 갈등과 대립, 점점 꼬여가는 미묘한 감정 선은 이제 따라가기가 버거울 지경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 만화를 볼 때 '답답함'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된 걸까? 이전까지 야자와 아이의 만화는 독특하고 다소 과격할 만큼 난해한 패션 감각을 자랑하긴 했지만, 그래도 유쾌하고 캐 발랄한 만화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 만화 <NANA>는 문득 문득 유치찬란한 엉뚱 유머를 쏟아내긴 해도 근본적으로 칙칙하고 암울한 포스를 가득 뿜어내고 있다. 그나마 초반에는 그들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 우정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가슴을 열었었다. 인기에 편승해 더욱 복잡한 관계구도를 설정하고 다소 억지스러울 만큼 이중 삼중으로 이야기를 꼬아대는 통에 솔직히 독자 입장으로썬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NANA>의 뒷이야기에 관심을 끊을 수 없는 이유는 어쩔 수 없는 미련, 혹은 연민 같은 거다. 아직은 그들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을 때, 아프지 않은 아름다운 퇴장으로 물러나 주길 바라면서……. 도대체 언제 끝날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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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9-02-14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히 공감하는 글이군요..^^
 
환상게임 1 - 완전판
유우 와타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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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판타스틱 게임>이라는 해적판으로 발행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만화 <환상게임> 완전판은 과연 어떨까? 이상하게도 꽤 오래전 구매한 이 만화를 초반부만 조금 읽고 내버려두었다가 최근 작품인 <환상게임 현무개전>을 읽고 난 후에야 다시 볼 마음이 생겼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중 3 소녀 미주가 과도한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친구인 진아와 함께 우연히 도서관에서 보게 된 고서 <사신천지서>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책 속 세계인 홍남국에서 ‘주작의 무녀’가 된 미주가 무녀를 지키는 주작칠성사와 함께 주작을 불러오기 위해 벌이는 파란만장한 여정이 그려진다. 같이 책속으로 들어온 친구 진아는 상대국인 구동국의 ‘청룡의 무녀’가 되어 미주와 대립각을 세우고, 미주는 주작칠성사의 일원인 유귀와 서로 사랑하는 것도 모자라 그 밖의 여러 꽃미남들에게 사랑의 화살표를 마구 받기에 이른다.

  그야말로 과도한 판타지 로맨스의 결정판으로 차원을 뛰어넘어 과거의 세계(아마도!)로 건너가 그 곳의 절대 훈남 캐릭터와 사랑을 하며, 스펙터클한 전쟁 또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극복하며 활약하는 스토리는 동 시대에 발행된 또 다른 만화 <하늘은 붉은 강가>와 비교되어지며 판타지 만화의 재미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또한 <환상게임>은 만화를 시작으로 애니메이션, OVA, 소설, 게임에 이르기까지 one source multi-use 전략을 제대로 실행해 주신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가 후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환상게임> 연재 후 1년에 단 1회도 <환상게임> 일러스트를 그리지 않은 해가 없었다고 하니, 가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겠다. 덕분에 최근에는 <환상게임>의 속편이자 전신인 <환상게임 현무개전>까지 연재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만화를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지만 똑같은 작품에 대한 생각이나 감상은 나이를 먹는 만큼, 세월이 흐른 만큼 달라지는  모양이다. 중학교 때, 해적판으로 발행된 <판타스틱 게임>을 보았던 그 시절에는 참 두근두근 설렘을 안고 보았었는데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는 ‘이 만화가 이런 내용이었나?’ 하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실제 여주인공의 나이는 겨우 중 3이지만, 해적판 만화가 성행하던 그 당시만 하더라도 중 3 소녀의 판타스틱 로맨스는 우리나라 설정을 과도하게 앞서간 탓에 <판타스틱 게임>에선 주인공 나이가 고 3으로 설정되었었다. 완전판에선 주인공이 실제 나이로 돌아오긴 했지만, <판타스틱 게임>의 지나친 후광 탓인지, 해적판과 별 다를 바 없이 주인공의 이름은 한국명으로 고쳐졌고, 그러면서도 중간 중간 일본과 한국을 혼용하여 번역한 프로필이나 설정은 보는 이를 더욱 혼란에 빠뜨렸다. 차라리 원서 그대로 번역하여 헷갈리지 않게  하거나 이왕 한국식 이름으로 표기했다면 설정도 완벽하게 바꿔 놓았어야지, 주인공의 이름은 한국식으로 ‘강미주’인데 출신지는 ‘도쿄’라는 식의 엉성한 번역은 수시로 이야기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었다. 특히 온갖 고난과 시련을 극복한 주인공들이 나름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맞았지만 인기에 편승하여 재개된 2부에서는 긴장감이 현저히 떨어져버렸다. 본편에서 비장한 죽음을 맞았던 유유가 유령이 되어 활약(?)하는 장면에서는 반가움보다는 실소가 터졌다. 박수칠 때 떠나란 말을 이 작가는 너무 외면했던 거지.

  분명 이 만화에는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책속이나 다른 세계로의 여행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 여주인공에 동화되어 낯설지만 환상적인 이(異) 세계에서 펼쳐지는 알흠다운 꽃미남들과의 모험 이야기에 절로 빠져들게 만든다. 단지 조금만 욕심을 덜 부려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면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만한 명작이 되지 않았을까. 절대 과욕은 금물이라는 교훈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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