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게임 1 - 완전판
유우 와타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판타스틱 게임>이라는 해적판으로 발행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만화 <환상게임> 완전판은 과연 어떨까? 이상하게도 꽤 오래전 구매한 이 만화를 초반부만 조금 읽고 내버려두었다가 최근 작품인 <환상게임 현무개전>을 읽고 난 후에야 다시 볼 마음이 생겼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중 3 소녀 미주가 과도한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친구인 진아와 함께 우연히 도서관에서 보게 된 고서 <사신천지서>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책 속 세계인 홍남국에서 ‘주작의 무녀’가 된 미주가 무녀를 지키는 주작칠성사와 함께 주작을 불러오기 위해 벌이는 파란만장한 여정이 그려진다. 같이 책속으로 들어온 친구 진아는 상대국인 구동국의 ‘청룡의 무녀’가 되어 미주와 대립각을 세우고, 미주는 주작칠성사의 일원인 유귀와 서로 사랑하는 것도 모자라 그 밖의 여러 꽃미남들에게 사랑의 화살표를 마구 받기에 이른다.

  그야말로 과도한 판타지 로맨스의 결정판으로 차원을 뛰어넘어 과거의 세계(아마도!)로 건너가 그 곳의 절대 훈남 캐릭터와 사랑을 하며, 스펙터클한 전쟁 또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극복하며 활약하는 스토리는 동 시대에 발행된 또 다른 만화 <하늘은 붉은 강가>와 비교되어지며 판타지 만화의 재미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또한 <환상게임>은 만화를 시작으로 애니메이션, OVA, 소설, 게임에 이르기까지 one source multi-use 전략을 제대로 실행해 주신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가 후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환상게임> 연재 후 1년에 단 1회도 <환상게임> 일러스트를 그리지 않은 해가 없었다고 하니, 가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겠다. 덕분에 최근에는 <환상게임>의 속편이자 전신인 <환상게임 현무개전>까지 연재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만화를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지만 똑같은 작품에 대한 생각이나 감상은 나이를 먹는 만큼, 세월이 흐른 만큼 달라지는  모양이다. 중학교 때, 해적판으로 발행된 <판타스틱 게임>을 보았던 그 시절에는 참 두근두근 설렘을 안고 보았었는데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는 ‘이 만화가 이런 내용이었나?’ 하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실제 여주인공의 나이는 겨우 중 3이지만, 해적판 만화가 성행하던 그 당시만 하더라도 중 3 소녀의 판타스틱 로맨스는 우리나라 설정을 과도하게 앞서간 탓에 <판타스틱 게임>에선 주인공 나이가 고 3으로 설정되었었다. 완전판에선 주인공이 실제 나이로 돌아오긴 했지만, <판타스틱 게임>의 지나친 후광 탓인지, 해적판과 별 다를 바 없이 주인공의 이름은 한국명으로 고쳐졌고, 그러면서도 중간 중간 일본과 한국을 혼용하여 번역한 프로필이나 설정은 보는 이를 더욱 혼란에 빠뜨렸다. 차라리 원서 그대로 번역하여 헷갈리지 않게  하거나 이왕 한국식 이름으로 표기했다면 설정도 완벽하게 바꿔 놓았어야지, 주인공의 이름은 한국식으로 ‘강미주’인데 출신지는 ‘도쿄’라는 식의 엉성한 번역은 수시로 이야기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었다. 특히 온갖 고난과 시련을 극복한 주인공들이 나름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맞았지만 인기에 편승하여 재개된 2부에서는 긴장감이 현저히 떨어져버렸다. 본편에서 비장한 죽음을 맞았던 유유가 유령이 되어 활약(?)하는 장면에서는 반가움보다는 실소가 터졌다. 박수칠 때 떠나란 말을 이 작가는 너무 외면했던 거지.

  분명 이 만화에는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책속이나 다른 세계로의 여행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 여주인공에 동화되어 낯설지만 환상적인 이(異) 세계에서 펼쳐지는 알흠다운 꽃미남들과의 모험 이야기에 절로 빠져들게 만든다. 단지 조금만 욕심을 덜 부려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면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만한 명작이 되지 않았을까. 절대 과욕은 금물이라는 교훈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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