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백의 신부 1
윤미경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신화나 전설은 세월의 흐름이 무색할 정도로 오래도록 읽혀지고 기억되어진다. 그리스로마신화의 재해석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던 신일숙 님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과 『프쉬케』라던가 북유럽 신화의 최고신 오딘을 섬기는 한승원 님의 『프린세스』, 동양적인 한(恨)의 미학을 처절하게 그려낸 김혜린 님의 『불의 검』, 그리고 신화와 판타지의 기묘한 조합이 돋보였던 김진 님의 『바람의 나라』에 이르기까지 일찍이 순정만화에서도 신화와 판타지는 오묘하고 신비로운 느낌으로 사랑받아왔다. 『레일로드』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윤미경 님이 그려내는 신화는 어떤 모습일까? 중국 고대 신화의 수신(水神)이자 요즘 드라마 <주몽>의 인기로 새삼 부각되고 있는 해모수의 아내 유화의 아버지이기도 한 하백(河伯)이 윤미경 님의 만화로 되살아 난 것이다. 비록 구전되는 신화 속의 하백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는 인물이긴 하지만, 뭐 어떠랴? 그것 또한 만화를 보는 즐거움 아닌가.

  장편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놀라움을 선사했던 윤미경 작가님의 전작 『레일로드』는 아름다운 그림체와 더불어 잔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꾸밈없이 솔직 담백한 시선으로 보여주었다. 신작 연재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접하고부터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는데, 그 장르가 놀랍게도 동양 판타지였다. 나의 예상을 보기 좋게 벗어나버리고 만 것. 『레일로드』가 잔잔한 일상과 소박한 이웃의 모습을 보여준 정겨운 일일 드라마였다면, 『하백의 신부』는 수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틱하고 이국적인 느낌의 미니시리즈랄까(어쩌면 적절한 비유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하백의 신부』가 『레일로드』보다는 장편연재가 될 것 같으니 말이다).

  오랜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수국(水國)에 제물로 바쳐진 하백의 신부 소아. 그러나 막상 수국에서 대면하게 된 그녀의 남편이자 수신(水神) 하백은 예상과는 너무도 다른 인물로 소아를 또 한 번 놀라게 한다. 건방지고 시니컬한 꼬마 하백이 밤마다 꽃미남으로 변신하는 변태(變態) 미소년이었던 것. 물론 1권 시작하자마자 여주인공이 하백의 정체를 알게 되면 만화적 재미가 감소됨을 우려한 작가의 철철 넘치는 배려로 인해 무신경하고 둔한 여주인공의 전형을 이어가는 소아 역시 하백과 무이(밤이 되면 커지는 하백의 다른 이름)를 먼 사촌지간 쯤으로 알고 있다. 하백과 무이를 전혀 닮지 않았다고 말하는 소아의 대사에서 그녀의 기막힌 관찰력을 엿볼 수 있다. 마을의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제물로 바쳐지는 순결한 처녀 이야기는 비단 전설이나 신화에서 뿐 아니라 전래동화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익숙한 설정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진부한 설정을 어떻게 재미있는 전개로 이끌어 가느냐가 이 만화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백의 신부로 당첨(?)되어 낯선 수국에서 생활하게 된 호기심 많고 당차지만 여리고 순수한 소녀 소아와 오만하고 성질 나쁜데다가 잘생기고 변신 능력(?)까지 두루 갖춘 꽃 소년 하백(비록 나이를 가늠할 수 없으나 겉보기 등급 상 충분히 ‘소년’으로 분류할 만하다^^)이 이 만화의 중심인물이다. 그리고 하백과 소아를 둘러싼 주변 인물, 특히 비밀을 가진듯한 대장군 후예와 카리스마 넘치는 하백의 어머니 서왕모, 무라 여신, 무산신녀 요희, 불의 신 주동, 의사 겸 발명가인 태을진인에 베일에 쌓인 하백의 첫 번째 신부 낙빈에 이르기까지 온통 신비롭고 화려한 등장인물들을 『하백의 신부』에서 만날 수 있다. 

  과연 월하노인이 소아에게 쥐어준 두 개의 빨간 끈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하백과 무이? 아니면 후예? 그도 아니라면 또 다른 제 3의 인물이 등장할까? 하백이 꿈에서도 잊지 못하는 첫 번째 신부 낙빈은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1권을 읽고 난 뒤에는 온갖 물음표들이 머리 속을 가득 채워 더 없는 초조함과 간절함으로 2권을 기다리게 만든다. 도대체 어떤 만화인지 헷갈릴 정도로 비슷비슷한 만화에 질려버린 독자라면 아름답고 신비로운 윤미경 표 판타지의 세계로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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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6-18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편이 몹시 기대되는 작품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