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NANA 20
야자와 아이 지음, 박세라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강렬하고 독특한 이미지를 온 몸으로 발산해대는 만화가 야자와 아이의 <NANA> 20권이 발매되었다. 도쿄로 향하는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이름이 똑같은 스무 살 나나들의 이야기는 어느덧 20권 째로 이어지고 있다. 연재는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고 있지만 만화 속 시간은 아주 더디게 아마도 몇 년 쯤 흘렀으리라 본다. 중반 이후(어디가 중반이라는 거니?), 끝을 알아야 중반도 되지 않을까마는 암튼, 중반 이후 부터 이야기의 시점이 교묘하게 미래와 현재(혹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나나들의 비극을 예고하고 있으므로 살짝 흐트러진 긴장감이 조금씩 되살아나긴 했는데, 그래도 그렇지 자꾸만 복잡해지는 이야기는 심히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일명 하치(충견 하치코에서 유래^^)로 통하는 귀여운 나나와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대놓고 사랑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로커 나나의 대비는 이 만화 전체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다. 두 명의 나나를 중심으로 나나가 보컬로 참여하고 있는 블래스트와 하치와 애정관계로 얽힌 타쿠미와 나나의 그, 렌이 활동하는 인기 정상의 그룹 트라네스 멤버 간의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관계의 실타래는 볼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게 한다. 게다가 블래스트와 트라네스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 간의 갈등과 대립, 점점 꼬여가는 미묘한 감정 선은 이제 따라가기가 버거울 지경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 만화를 볼 때 '답답함'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된 걸까? 이전까지 야자와 아이의 만화는 독특하고 다소 과격할 만큼 난해한 패션 감각을 자랑하긴 했지만, 그래도 유쾌하고 캐 발랄한 만화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 만화 <NANA>는 문득 문득 유치찬란한 엉뚱 유머를 쏟아내긴 해도 근본적으로 칙칙하고 암울한 포스를 가득 뿜어내고 있다. 그나마 초반에는 그들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 우정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가슴을 열었었다. 인기에 편승해 더욱 복잡한 관계구도를 설정하고 다소 억지스러울 만큼 이중 삼중으로 이야기를 꼬아대는 통에 솔직히 독자 입장으로썬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NANA>의 뒷이야기에 관심을 끊을 수 없는 이유는 어쩔 수 없는 미련, 혹은 연민 같은 거다. 아직은 그들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을 때, 아프지 않은 아름다운 퇴장으로 물러나 주길 바라면서……. 도대체 언제 끝날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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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9-02-14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히 공감하는 글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