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소설에서 느껴지는 가장 강한 인상은 깊고 고요하며 한편은 자포자기적인 슬픔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행복했던 적이 전혀 없다. 그는 항상 깊고 고요하며 자포자기적인 슬픔을 운명처럼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 그는 결코 유쾌해 본 적이 없으며, 인생이라는 가혹한 변방지대에 유배당한 죄인만이 갖을 법한 지독한 고독을 신체 일부분으로 지니고 다니는듯 싶다. 그에게는 린을 만나는 것만이 그 유배에서 풀려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내 인생에 대해 말하자면 몇 마디로 요약될 수 있다. 린이 왔다가 다시 떠났다라고." -p.141

하지만 린은 그를 그 지독한 고독에서 풀어주지 못한다. 결국은 그런것이다. 그는 그런 운명을 지닌 것이다. 린은 그에겐 결국 한낱 허망이었으며, 빛바랜 행복한 희망이었을 뿐이다.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분명 고독한 사람일 것이다. 소설속의 주인공처럼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지라도, 어떤일을 계기로든, 또는 아무 이유없이로든,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세상엔 그런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세상을 살아가는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것처럼 불편하고 힘들어서 어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만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것만으로도 위로 받을 수 있는 법이다.

이유없이 마음이 고독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래서 어느 순간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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