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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두는 여자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읽은후 리뷰를 쓴다는것은 내겐 무척 어려운 일처럼 여겨진다. 소설은 여타의 사회 과학 서적들과는 달리 뚜렷한 주제나 지식을 전달해 주지도 않을 뿐더러, 또한 에세이나 수필, 기행문등과는 또 다르게 뚜렷한 감정이나 감상 포인트를 전해 주지도 않는다. 소설은 그저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론 같은 이야기라도 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어조를 가지고서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화자가 그 소설속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짐작해 내야 할 수 밖에 없고, 읽는 사람 각자가 살아온 동안 겪은 경험이나 그들이 형성해 온 가치관에 따라 소설속의 이야기를 달리 해석하기도 한다. 그래서 소설은 작가가 쓴것과는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그리고 또한 소설을 읽은 후 느끼는 각자의 감정은 어쩌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전해 줄 수도 있다. 아니, 말로 표현은 해 보고 싶지만, 어떻게 해도 정확하게 또는 근사치에라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어 안타깝게 하는 그런 어조로 말이다. 마치 아주 잘 알고 있었던 누군가의 이름이나 사실들이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아 머릿속이 간지럽던 그런때의 느낌처럼 말이다.
"샨 사"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느꼈던 것은 그런거였다. 이 소설의 소재는 사랑, 운명, 바둑, 중국, 전쟁등의 것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모든 소재가 얼기설기 짜여져서 이야기하는 그 깊은 속내는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그리하여 나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숨이 막혔고,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으며, 운명이라는 것을 저주하게 될 것 만 같은 막연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그렇게 내게 전이된 우울증은 한동안 날 사로잡았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소설속에서의 바둑은 한낱 소재였을 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바둑이라는것에 대한 완벽하게 무지한 어리석은 나의 견해일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속에서의 바둑은 아주 중요한 소재이며, 주인공은 바둑을 둠으로서, 바둑을 통하여 세상을 보고, 또 다른 주인공과 소통하게 되지만, 기실은 바둑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들이 만나게 된게, 그렇게 운명의 끈이 엮이게 된게, 바둑이 하나의 창이 되어줄 수 있었다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사실 소설을 읽고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언지를 알고 싶어하는것은 어리석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내 자신이 이야기를 써 본 적은 전혀 없지만, 작가는 무언가 이야기 하고 싶어서 소설을 쓰는게 아닌지도 모르겠다. 신내림을 받은 무당이 그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병이 나듯이 작가도 마찬가지인지도 모르겠다. 마음 한구석에 신이 내려 아니면, 이야기라는것이 마음 한구석에 덩어리져 생겨나서 작가는 그 이야기를 뱉어내지 않고서는 시름시름 앓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작가가 토해낸 이야기들을 귀기울여 듣고, 마음속에 무늬를 만들어 가는것이 우리들의 역할인지도. 여하튼 비극적 결말에도 불구하고 이소설이 아름다웠노라고 얘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