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 1995년에 이 책은 '로맨스'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간행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 번역된 그 책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니, 그 당시엔 그다지 인기가 없었나 보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이 번역되고 제목도 바뀌어 나온 이 책을 읽은 이들은 하나같이 모두 '독창적이다, 참신하다, 아주 재밌다.'라고 평하고 있다.

2. '사랑'이란 감정은, 특히나 남녀간의 사랑이란 감정은 너무 보편적이어서, 더 이상 얘기라고 만들만한게 없을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자극적이면서도 결코 있을법하지 않은(정말 소설같은) 소재들로 점점 강도를 높여가며 끊임없이 반복되어(점점 업그레이드 하면서) 이야기 된다. 더구나 사람들은 이야기의 뻔한 플롯을 대부분은 다 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세부사항만 다른체 끊임 없이 반복되는 이야기들에 공감하고 감동한다. 어찌보면, 참 이해하기 힘든 행태이기도 하다.

3.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랑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사업차 탔던 비행기에서 클로이라는 여성을 만났고, 첫눈에 사랑에 빠졌으며, 몇번의 데이트 다음에 연인 사이가 되고, 연인들이 흔히 하는 사랑의 행위들을 하고, 사랑의 대화를 나누고, 자기들만의 비밀 암호를 나누어 갖고, 남에게는 보이지 않는 서로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너무나도 사소한-만약 그녀가 다른사람이었다면 결코 고려되어지지도 않을만큼-일들로 싸우기도 하고, 눈물범벅이 되어 서로 화해하기도 하고, 화해 후 더욱더 서로를 사랑하기도 하고, 그리고 시간이 흐름으로 해서 생긴 연인의 무관심을 어렴풋이 깨닫기도 하고....그리고, 연인의 배신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렇다. 이것은 너무나도 평범한 러브 스토리였던 것이다.

4. 오아시스 콤플레스에서는 목마른 사람이 물, 야자나무, 그늘을 본다고 상상한다. 그런 믿음의 증거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신에게 그런 믿음에 대한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간절한 요구는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환각을 낳는다. 갈증은 물의 환각을 낳고, 사랑에 대한 요구는 이상적인 남자나 여자라는 환각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오아시스 콤플렉스가 완전한 망상인 것만은 아니다. 사막에 있는 사람은 실제로 지평선에서 무엇인가를 본다. 다만 야자나무는 시들었고, 우물은 말랐고, 오아시스는 메뚜기로 뒤덮여 있다. -p.142

5. 책 안의 화자는 항상 사유하고 추론한다. 내가 왜 클로이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클로이의 어떤점이 나의 마음을 끄는지. 내가 다름사람이 하고 있을 일에 대해선 별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클로이가 그 일을 하고 있을경우 심하게 화를 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클로이의 사랑이 변한거라 느껴진다면 왜 그렇게 된건지.

6. 사랑의 가장 큰 결점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비록 잠시라고 해도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p.194

7. 이 사랑이야기는 평범했지만, 특별했다. 책 속의 나는 사랑의 모든 점을 구석구석 관찰하면서, 사랑의 실체를 모두 벗겨 보려고 했다. 그 시도는 어느정도 먹혀들어 책 속의 나는 클로이의 어떤점이 나를 사로잡았는지,클로이와의 사랑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었는지 거의 속속들이 그 본질까지도 밝혀낸듯 하다. 더구나 사랑이라는 감정이 신비스럽게 서로에게 빠져드는 감정이 아닌 인간 자신의 자기연민에 대한 보답일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런 결론까지 은유적으로 보여주기까지 한다.

8. 이 책에서 우리는 사랑에 대한 수많은 철학적담론들을 알게되고, 그 동안 불명료하던 사랑의 과정을 분석할 수 있게 되고, 사랑이라는 실체 없는 감정에 대한 우리 자신들의 기대심리에 대한 일깨움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어느 누구도 이 책을 읽고 나서, 사랑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리적 본능과 마찬가지로 목적론적 결과로 표현되거나 인과관계로 표현되는 인간의 감정중 하나라고 단정 짓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가 사랑하는데는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사랑에 빠지게 된 과정은 우리가 생각하는것처럼 운명적이 아니라 단순한 우연이라서 만약 그자리에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있었더라도 충분히 사랑에 빠질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모든 걸로는 표현할 수 없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을 거라고 나는 내심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아마 결코 말로 표현되어 질 수도 없을 것이고, 하물며 분석되어지지도, 원인과 결과를 나눌 수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오만여가지 것들의 영향으로 아마 평생 사랑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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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ll 2008-03-13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사랑하는지를 도대체가 알수없었는데..이 책속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훔쳐봐야겠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