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사랑한 과학자 - 구름의 분류법을 고안해 낸 19세기 기상학자 루크 하워드의 삶과 업적
리처드 험블린 지음, 조연숙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은 이후로 가끔씩 하늘을 보며 구름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지껏 권운이니 층운인니 적운이니 하는 따위의 이름과 형태를 완전히 매치시켜서 딱 보면 저게 무슨 구름인지 알겠다 따위의 전문적인 지시는 할 수가 없다. 단지 난 가끔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면서 저렇게 변화 무쌍하고 잡을 수 없을것 같은 형태를 지닌 구름에 누군가가 이름을 부여했고 그로인해 구름학(neophology)이라는-현재의 나에게도 생소한-이라는 학문이 탄생했고, 기상학의 변화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다. 그 모든 일들이 무척이나 신기하게 여겨지기만 할 뿐이다.

루크 하워드는 엄격한 퀘이커 교도였던 아버지 뜻에 따라 엄격한 규율 아래서 생활을 해 왔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어린 하워드에게 위안이 되었던 것은 거대한 하늘에서 갖가지 모습으로 흘러다니며 같은 모습을 10분 이상은 결코 유지하지 않았던 구름을 관찰하는 일이었다고 하는데, 참 대견스럽기 그지 없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중에 구름의 명명법과 구름 류법을 발표한걸 보면 말이다. 어린시절의 관심사를 어른이 되서까지 그토록 꾸준이 가지고 가는 사람도 참 드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루크 하워드의 삶은 참 재미가 없다. 우리가 영웅이나 좀 유명한 사람에게서 기대하는 스캔들이나 삶의 굴곡같은건 루크 하워드의 삶에선 전혀 보이지 않는다. 루크 하워드는 아버지의 뜻을 전혀 거스르지 않고 기숙 학교를 잘-비교적 모범적으로-다녔고, 그 후에도 아버지의 뜻에 따라 역시나 엄격한 퀘이커 교도였던 사람-이름이 생각 안남-의 도제로 들어가 약제사 수련에 들어간다. 이렇듯 루크 하워드는 별 굴곡 없는 삶을 살아가면서도 특이하게 구름에 대한 열정은 항상 간직하고 살아왔던 것 같다. 그리하여 결국 기회가 왔을때,-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여가 시간과 경제적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자리 제의가 들어왔을때-그것을 수락함으로써 그토록 잠재적으로 열망하고 있었던 구름연구에 심열을 기울일 수가 있었다. 물론 그 환경에는 한창 과학에 대한 관심이 사회 전반적으로 많았었다는 사실과 과학 관련 클럽들이-루크 하워드도 정기적으로 연구논문을 발표하곤 하던 한 과학 클럽의 회원이었다.-우후죽순격으로 생겼던 것도 큰 역활을 했겠지만 말이다.

사실 각각의 구름 형태에 이름을 붙여주고, 구름 형태를 분류하자는 아이디어는 루크 하워드만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도 새털구름이니 양떼구름이니 뭉게 구름이니 하는 말들이 있듯이 예전부터도 각기 나라마다 구름에 무수히 많은 이름을 붙여 불렀을 것이다. 멀게는 그리스의 철학자였던 탈레스도 구름에 대해 연구를 했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루크 하워드가 명명한 구름 분류법이 가장 유명해지고 유력해졌던 것은 그 분류법이 세계 어디서나 통용될만한 것이었고, 무엇보다도 과학적이고 논리적이었으며, 누구나 쉽게 구분할 수 있을만큼 잘 만들어졌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물론 구름의 이름들이 정착하는 과정에서는 그것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경쟁자들도 많았고, 그 이름을 거부한 반대자들도 많았지만,현재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권운이나 층운 적운이라는 이름은 우리 학창시절의 교과서에도 실릴만큼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후에 영국의 보퍼트는 구름의 명명법에서 힌트를 얻어 유명한 보퍼트 풍력계급을 만들었다고 한다. 가끔 이름을 짓는것 하나만으로 어떤 분야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켰다는게 참 어이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그 이면에는 나름대로의 타당한 이유가 있긴 하지만,(가령, 날씨마다 구름모양이 다르다는거라던지 역사적으로 지식을 축적하기 위해서 공통된 명칭이 있어야 백년전의 구름모양과 현재의 구름모양을 토대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것)얼마나 쉬운 일처럼 보이는가? 이건 마치 콜롬버스의 달걀을 상키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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