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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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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랜만에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을 읽었다. 커트 보네거트를 알게 된건 10년도 더 된거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영향받은 미국작가 11인이었던가. 뭐 그런 비슷한 작가 리스트에 올라 있던 사람이었다. 그때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던 시절이었고. 영향받았다는 작가들도 한창 궁금했던 시절.

  그때는 그의 책을 세권 정도 읽었던 것 같은데, 내용들은 하나 같이 희미하다. 그나마 기억나는 내용은 '갈라파고스'의 물고기처럼 변해가는 인간들 정도. 동생과 엄청 신기해하면서 이 소설을 읽었던 생각이 난다. 또 '저 위의 누군가 날 좋아하나봐.'란 책 제목을 들여다 보며, 도끼병 책이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던 기억도 새록새록 난다. 그 당시 도끼병, 공주병 이런 단어가 한창 생겨나서 유행하던 시절이었는데.

  다시 만난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은 '여전하다'고 말 하지는 못하겠다. 그 당시에 그렇게 재밌었다고 생각했던 코미디는 잘 느끼진 못하겠다. '재미없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단지 기억만큼 흥미롭게 웃지 못했다는 이야기일뿐. 어쩌면 이야기에 따라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갈라파고스'를 읽게 된다면 신기해 하고 흥미로워할까? 모를 일이지만 어쨋건.

  '나치'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좀 식상하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 책이 최근에 씌어 진 건 아닐테니, 이런 표현을 하기도 그렇지만 내가 읽은 시기는 최근이니, 뭐. 

 하워드 W. 캠벨2세의 고백은 그리 놀랄만한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는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린 이야기 자체에 흥미를 갖는다기 보다는 하워드 W. 캠벨2세가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에 흥미를 갖게 된다. 아이러니한 상황에 갖힌 사람들, '극히 일부만 알고 있는 자신의 첩보 활동이 과연 훌륭한 것일까?'하는 생각, 어처구니 없는 꿈을 꾸는 사람들. 그게 다 뭐라고? 그에게서 진한 허무주의의 낌새를 느낀다. 어쩌면 세상 전체가 미쳐 돌아가는 그 시기, 그리고 현재에 가장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지냈던 사람은 하워드 W. 캠벨2세가 아니었을까?

  옮긴이가 남긴 말 중 '가면과 분열의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라는 말이 와 닿는다. 수 없이 많은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 이루어진 지금, 현재가 어찌 정상적일 수가 있을까?

   
   이것은 내 이야기들 가운데 내가 그 교훈을 아는 유일한 이야기이다. 뭐랄까, 대단한 교훈은 아니고, 그저 우연히 알게 된 교훈이다. 그것은, 즉 우리는 가면을 쓴 존재라는 것, 그래서 그 가면이 벗겨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 9쪽  
   

 부디 그의 목을 옥죄는 올가미가 그에게 평화를 가져다 주기를. 

 ** 그나 저나 Mother Night는 무슨 의미일까? 궁금해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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