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인 2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에 와서야 곱씹어 보면, 난 우울했었다. 날씨는 추워졌고, 햇볕은 생명력을 잃어버린듯 흐물흐물해졌으며, 난 열중할 필요성을 가진 일을 한개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마찬가지로 열망에 들뜰만한 일도 없었다. 내 주변에 흘러가는 세상은 한 없이 고요했으며, 추웠다. 아침이면 침대 밖으로 발을 내 딛기가 싫었고, 먹는 것도, 웃는 것도, 말하는 것도 귀챦은 순간들이 시시때때로 찾아와 벗어나기 위해 "끙"하고 소리를 내야 했다. 하루종일 똑바로 누워서 가슴에 손을 모으고, 천장을 쳐다보는게 내가 원하는거 전부처럼 느껴지던 순간들. 렛미인을 읽고 있던 순간들.

  겨울이 성큼 다가와 버린듯해 너무나 추웠고, 오스카르와 엘리의 대화가 너무 가만가만 서걱거리는듯해 가슴이 시렸다. 머릿속에서는 자꾸 검은 차창밖에 흩날리던 눈발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깊고 깊은 겨울밤, 그 안에 혼자 앉아 있는 듯해서, 자꾸 눈을 감게 됐다. 그들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상상해 보려 하다가 그만둔다. 모든것들이 파편처럼 흩어지는 상상을 하게 되는 순간들.

  이 소설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은 모두 사족이 될 뿐일거 같아 난 그저 고요한 심해같은 음악을 계속 반복해서 듣고, 다시 눈을 감는다.
 

 

사랑은 구원일 수 없어도,

이 공고한 지옥,

세상이라는 이름의 진창 속에서 우리가 부여잡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