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외인종 잔혹사 -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주원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마도 가장 매력이 떨어지는 소설 안 주인공들이 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봐도 정이 안 가는 이들의 삶은 비루한 동시에, 안타깝기도 하다. 비루한 이유는 그들의 비겁함과 적합하지 않은 허영심 그리고 이기심 탓이다. 안타까운 이유는 그들의 모습이 전혀 남의 이야기는 아닌 탓이다. 

  그들이 잔혹한 카니발에 초대받게 된 원인은 제각각이다. 그래서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 역시 모두 제각각이다. 장영달에게는 빨갱이들의 쿠데타이고, 윤마리아에게는 데이비드교의 카니발이며, 김중혁에게는 열외인간들의 쿠데타이며, 메시아의 출현을 알리고, 기무에게는 게임회사의 이벤트일 뿐이다. 카니발에 대한 시선이 다른 만큼 카니발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도 제각각이다. 잔혹한 카니발의 원인이야 알 수 없지만, 그 결말의 그 네명의 주인공에 의해 매듭지어 진다. 

  열외인종으로도 호칭되는 잉여인간들에 대한 서술은 적절하지만, 그들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 개연성이나 사건의 결말은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일은 잔뜩 벌여 놨는데, 수습이 잘 안 됐다는 느낌이랄까. '잔혹한 카니발을 겪는 열외인종들을 통해 내가 느껴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한동안 했다. 더구나 모든 사람들의 뇌리에서는 잊혀져 버린 카니발의 의미에 대해서는 더더욱. 

  어느 시기, 어느 사회에서건 소외받는 사람은 생겨날 수 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개인이 아닌 집단을 이루어 살아야 하는 인간의 비극 중 하나가 이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충만하며, 행복한 삶을 살 수는 없는것. 1등이 있으면, 꼴등이 존재하고, 누군가가 부유하면, 누군가는 가난해 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은. 우리는 모두가 함께 잘 살자고 외치며, 살아가지만 그건 가능한 일일지 의심스럽다. 

  그 의미는 모호하지만, 죽은 김중혁을 제외한 세사람의 기억외에는 사라져 버린 카니발이라는 사건이 의미심장하기도 하다. 그 사건을 계기로 그들의 삶이 변화되길 바래보지만, 그건 요원해 보인다. 결국 카니발은 지루한 삶에 반짝 나타났다 사라진 이벤트일 뿐인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기도 하다. 

  분명한 것 하나는, 이런 모호한 의미들 사이에서도 소설이 재미있는것 하나만은 확실하다는 것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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