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 일리노이 주립대 학장의 아마존 탐험 30년
다니엘 에버렛 지음, 윤영삼 옮김 / 꾸리에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현대화된 문명이 지구의 대부분을 잠식해 버린 현재. 원시사회의 원형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현대인들은 멸시와 동경의 감정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것처럼 보인다. 한편에서는 내일 먹을 것을 걱정하고, 작은 질병에도 속수무책으로 생명의 위협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그들의 문화를 거부하고, 한편으론 자연과 동화되어  과도한 경쟁과 업무에 시달리지 않으며 평화롭게 자족하며 살아가는 모습에 부러워 하면서. 그렇다고 그 사회를 멸시하는 사람들이 그들 모두를 현대 사회로 이끌어오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마찬가지로 현대화된 삶을 살고 있던 사람들이 아무리 그들의 사회를 동경한다 해도 그 삶 속으로 뛰어 들기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어쩌면 이런 이중적인 인류의 감정이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결정 짓는것인지도 모르겠다. 한편에서는 그들을 현대화 시키기 위해 애쓰고, 한편에서는 그들의 삶을 보호하자고 주장한다.

 

 다니엘 에버렛은 아마존 내 마이시강 유역에 살고 있는 피다한족들을 선교하려는 목적으로 그들의 세계에 들어간다. 현재는 400명 가량 남아있는 피다한 족들은 현대문명을 접하면서도 절대 현대화되지 않고,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는 평화로운 원주민들이다. 사실 그들의 삶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 전혀 다르고, 그들의 생각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 동안 인류학에 대한 관심은 수 많은 원주민들에 대한 흥미로운 자료들을 세상에 내 놓고 있지만, 피다한 족은 그 동안 알려진 그 어느 부족과도 달랐던 것 같다. 인류라면 누구나 갖고 있다고 알고 있는 죽음의 의식도 피다한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는다. 창조주나 세상의 시작에 대한 인식 또한 이들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은 직접 경험하지 않는 사실들은 믿어주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는 그들은 그래서 앞날을 걱정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갈 뿐이다. 혹자들은 이런 자세가 행복지수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현재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자족하면 살아가는것.

 

 이런 피다한 족들에게 다니엘의 선교활동이 잘 통할리 없다. 그들의 언어를 어렵사리 배워 마가복음을 번역, 녹음 하지만 피다한족들의 신념은 변함이 없다. 사실 원죄의 개념과 내세의 지옥에 대한 두려움으로 교인을 개도하는 기독교의 원리가 피다한족에게 애초부터 통할리가 없다. 자연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그들이 죄악의 개념을 갖고 있을리도 없거니와 설령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그들 자체의 걸름망인 추방으로 그들은 가혹한 벌을 받는다. 게다가 미래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지 않는 그들에게 내세에 대해 지옥 갈까 하는 두려움은 어불성설일 뿐이다. 거기다 더하여 직접경험한 것만을 가치롭게 쳐 주는 그들의 인식은 누구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성경의 이야기들을 믿지 않는다.

 

 다니엘 에버렛은 피다한족과 함께 살며, 자신이 살아 온 환경과 체화한 문화에 따라 가치관과 인식방법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책 곳곳에서 지적한다.

 비록 그들과 거래를 하며 살아가는 까보끌루들은 피다한족을 인간이 아닌 미개한 유인원으로 여기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다니엘의 시선은 애정을 넘어서 동경과 존경으로 변해간다. 결국 선교를 목적으로 피다한족을 찾았던 그의 인식은 아이러니하게도 무신론으로 돌아서게 된다. 기독교 안에서 공고했던 그의 가족은 그로 인해 해체되지만, 그의 정신은 한층 성숙해졌다는 느낌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것을 하나의 가치관 안에서 묶으려 드는 종교 앞에서  피다한 족들은 당당하게 자신들의 가치관만을 받아들임을 선언할 줄 안다.  책 뒷장에 나온 광고 문구처럼 신도 없고, 진리에 대한 강박도 없이 자유롭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피다한족들. 그 안에서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가던 다니엘이 무신론으로 돌아선 건 어찌 보면 정해진 수순처럼 보이기도 한다.

 

 삶은 유한하다. 이 견고한 진리에 대한 강박때문에 우리는 그토록 붙잡고 싶은 것들을 많이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모든것을 놓아버릴 수 있을때, 마침내 삶은 우리에게 행복을 선사해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피다한족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들던 생각들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이렇게 다른 사람의 삶에, 다른 종족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것 또한,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피다한족들의 사람은 대부분의 시간을 불행하게 보내는 현대인들에게 어쩌면 커다란 하나의 메시지인것 같기도 하다.

 

** 이 책의 상당부분은 언어에 대해 할애되어 있다. 세상 어느 언어와도 비슷하지 않은 피다한어를 배우기 위한 다니엘의 노력과 그 언어들에 대한 설명. 언어로 따로 분류된 장에는 피다한 언어가 다른 언어들과 전혀 다름으로 인해 발생하는 언어학적 이론의 논쟁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언어학 이론에 크게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그들의 삶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에 더 많은 관심이 갔던 게 사실이다.그리고, 이 책의 제목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의 의미는 책을 읽기 전에 가장 궁금한 대목이었는데, 피다한족 사람들이 잠자기 전에 "잘 자.", "내꿈꿔."하는 것처럼 하는 밤 인사라고 한다. 아마도 밤에 너무 깊이 잠들면 위험해지는 삶을 사는 피다한 족 사람들의 문화속에서 탄생한 인사일거라는 저자의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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