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세계사 - 개정판 거꾸로 읽는 책 3
유시민 지음 / 푸른나무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를 갖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간은 물론이고, 동물들도 그들의 역사를 갖고 있을 것이고, 식물, 심지어 돌멩이 하나도 그들이 현재 모습으로 존재하게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큰 차이점이라 한다면 인간은 언어를 발명해 냈고, 그로 인해 오랜시간 보존이 가능했다는것, 그리고 그 때문에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아주 오래된 일들을 언어를 통해 알 수 있다는 것일 게다. 동물과 식물, 광물 역시 역사를 가지고는 있겠지만, 그들의 역사는 현재의 존재들에겐 큰 의미를 갖지 못하고, 그의 피 속 또는 몸 속 어딘가 얌전히 잠들어 있을 뿐이다.

 

 언어를 통해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역사를 보고 배우며,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미래를 유추해 내기까지 한다. 역사는 어찌보면, 인간들의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역사왜곡은 너무나도 빈번히 자행되고, 문제가 되고, 또 그것을 감추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일테다.

 

 이 책의 역사적 사건들은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무시되거나, 왜곡된 사건들이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겠지만, 아마 이 책이 쓰여지던 당시에는 소위 빨갱이라고 불려지던 좌파들을 제외하곤 별로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갖지 못하던 얘기들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무리라는 것은 항상 우두머리 집단을 갖을 수 밖에 없는듯 싶다. 민주주의 사회라고 일컬어 지는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사람들은 국민의 하인인 대통령, 국회의원을 마치 옛시대의 왕이나 고관대작들로 여기는 것 같다. 그리고 그들 자신도 자신이 그렇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들은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고, 국민이 또는 무리의 대다수가 그 체제에 대한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반발하지 못하도록 역사를 왜곡하고, 누락시킨다. 그래서 민중이 압제자나 독재자에 항거해서 자신의 권리를 되 찾는 역사적 사건들이나, 그들 편리한 대로 설정해 버린 진실을 파헤친 양심적인 사람들의 끈질긴 투쟁이라든지, 하는 얘기들은 누락시키거나 변형시킨다.  그래서 우리는 12년 정규교육 과정을 거치면서도 이 책에 나온 얘기들에 관해 심사숙고 해 볼 시간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고, 아마 역사책에 나와있더라도 한줄정도로, 아마 스쳐 지나가듯이 읽은 기억밖에 없을 것이다.  

 

 유시민은 이런 책이 더 이상 이슈화가 되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고 얘기한다. 역사적인 모든 사건이 정당하게 평가되고, 많은 사람들의 토론에 의해 의미가 벗겨지고, 왜곡되거나 누락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는 굴곡진 역사의 구비구비를 걸어오는 동안 너무도 강한 트라우마를 갖게 된 듯하다. 아직도 우리나라 일부에선 빨갱이라는 단어가 통용되곤 한다. 아직도 친일파나 친일파의 후손들은 너무나 떵떵거리며 일반대중보다 물질적으로도 잘 살고, 계층적으로도 일반대중을 지배하는 입장에 놓여 있기도 하다. 아직도 우리는 일본에 치를 떨고, 일본은 여전히 우리에게 어떤 사과도 하지 않는다.

 

 역사는 지그재그 행보를 하지만, 그래도 더디게나마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말을 많은 사람들이 한다. 나 역시 그 말을 믿고 있지만, 그 발전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자동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고 본다.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고, 그 과거의 사건들에서 교훈을 얻고, 인간들의 행동양상을 깨닫고, 현재 우리의 행동들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지혜로워질때, 세상은 후퇴하지 않고, 앞으로 전진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적 발전은 인간의식의 발전과 다름 아니다고 본다. 그리고 아직도 인간 의식의 발전에 제동이 걸려 있는 만큼 이 책은 유효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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