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책
박민영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에게 있어서 책읽기는 놀이 이상의 의미를 가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학창 시절 과제를 위해 책을 읽던 경우를 빼고는 무슨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책읽기를 의무적으로 했던 적은 없었다. 책읽기는 그저 남들이 음주가무를 즐기고 시간 나면 어딘가 놀러 가고 싶어 하듯이 내겐 하고 싶고 즐기고 싶은 놀이의 일종이었다. 더구나 어느정도는 내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던 내게는 마침 아주 적합한 놀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건 지금 영화나 드라마들에 몰두하는 취미생활과도 어느정도 부합할 것 같다.

 

 가끔 방송이며, 신문등 언론매체들은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은 무언가 대단한 성공을 이룰 것처럼 떠들어 댄다. 하지만 나는 그저그런 평범한 사람이다. 나름대로 전문직에 발들이고 있지만 크게 성공했다고는 할 수 없는 입장이고, 사회적인 식견이 높아서 사회적 현상과 인류의 문제들에 토론할 수 있을 만 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남들보다 나아보이는 점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내가 읽은 책의 양이 성공을 이루기엔 턱없이 모자란 탓일 수도 있고, 읽었던 책들이 그다지 양서들이 아닌 시시껄렁한 것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그 성공이란 것은 눈이 보이는것이 아닌 탓일지도 모른다. 나로서는 세번째것에 몰표를 주고 싶지만, 아마 그렇다고 한다면 독서인구는 반으로 똑 줄지도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 성공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므로.

 

 여하튼, 아마 나는 책읽는 이유를 평생이 가도 못 찾아낼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 이유를 찾을 생각조차 안 하고 지낼 것 같다. 여기 이 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난 이런 자기 고백적인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 하더라도 아마 내가 책 읽기를 멀리하진 않을 것 같다. 그건 그냥 나의 놀이이니까. 아마도 더욱 즐겁고 몰두할 수 있는 놀이가 생긴다면 책읽기를 끊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수없이 많은 놀이중에 그런 놀이는 본 적이 없다.

 

 "책읽는책"은 습관적으로 책을 읽는 내게 책읽기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요새는 책읽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물론 인터넷 블로그나 동호회를 보면 책읽는 사람이 참 많긴 한데, 실질적으로 주변에서는 찾기가 힘들다. 사회에 처음 나왔을때는 그게 힘들었고 불만이었던 것 같다. 시시껄렁한 연예나 신변잡기적인 얘기가 아닌 좀 더 다른 얘기들이 하고 싶었다. 책에 대한 얘기도 나누고 싶었고, 사회적인 현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 대한 어른의 의견도 듣고 싶었고, 내가 모르는 현상들 그 원인들, 그리고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물질적 보상이 아닌 꿈에 대한 얘기들. 그런 얘기가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의 얘기는 항상 표피에 머무른다. 깊이 없음. 책에 관한 책이 우리에게 매력적인 이유중 하나는 이런 인간관계에 대한 반작용이 아닐까 하고 생각되기도 한다.

 

 이 책은 책을 읽긴 하되 그다지 열정적이지 않은 사람들, 곧 금방이라도 다른 취미가 생긴다면 아주 오래도록 책 읽기를 잊어버릴 사람들, 책읽기에 지겨움을 느끼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책읽기를 다시 돌아보고 더 큰 즐거움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 책읽기가 지겨워지거나 왜 책을 읽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권해주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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