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하나뿐인 병원
캐서린 햄린 지음, 이병렬 옮김 / 북스넛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누"라고 알려진 질병이 있다. 에티오피아의 여인들은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 출산을 경험하면서 "누"라는 질병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른이 넘어서까지 결혼하지 않고 사는 여자들이 많은 남반구의 잘 사는 국가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병이지만, 가뜩이나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에티오피아의 어린 여자아이들은 몸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갖은 아이가 몸속에서 사산되는 경우가 많고,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지 못하고 사산된 아이를 몸안에 계속 가지고 있다가 방광이나 직장의 섬유조직이나 세포가 손상되어 "누"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경우, 여인들의 대소변을 자신의 의지로 조절하지 못하고 흘리게 된다. 몸에서는 지독한 악취가 풍기고, 가족들도 그녀를 버리는 경우가 많고, 사람들도 그녀를 가까이 하지 않으며, 심지어 놀리고 욕설을 퍼 부으며 쫓아내기도 한다. 그녀들 대부분은 너무나 가난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할 생각도 하지 못하며, 평생을 혼자서 고통속에서 외롭게 보내야 한다. 에티오피아의 조혼 풍습과 너무나 부족한 의료서비스가 부른 비극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둘 다 의사인 캐서린과 레그 부부는 에티오피아에 의료 봉사를 갔다가 "누"에 걸려 평생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임산부들을 보고, 백방으로 뛰며, 기부금을 만들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지구에 하나뿐인 "누"환자들을 위한 무료 병원을 만든다.

 

 이 책은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약하면 단 몇 줄로 줄일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이야기지만, 실제적인 현실에 맞부닥쳐서 풀어 나가야 할 문제들은 오백만가지도 더 되었을 것이라는게 뻔히 짐작된다. 더구나 선진국에서 잘 살아가던 두 부부가 자식까지 데리고 에티오피아에 가서 평생을 바치며 살아간다는 것은 일반 사람으로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들 부부가 신의 소명을 받았다는 믿음과 굳은 의지가 없었다면, 지구에 하나뿐인 이 병원은 생겨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자신들의 선행을 자랑하려고 책을 썼나?" 하는 삐딱한 생각을 하다가도 그 어려움과 힘듦이 눈에 선해서 생각을 고쳐 먹게 된다. 나로서는 할 수도 없는 일을 한 사람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것이 얼마나 옹졸한 짓인지 부끄러워 하면서.

 

 현재 남편인 레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캐서린은 혼자 남겨졌고, 이 책은 남편을 위해서 그리고 "누"로 고통받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여인들을 위하여 씌어졌을 것이다. 평생을 그런 가엾은 여인들에게 정상적인 삶을 돌려 주고 싶어했고 지금도 그러기 위해 애쓰는 그들에게 무한한 존경을 바치고 싶다. 그리고 내 사후가 될지라도 언젠가는 헐벗은 가난한 나라의 그녀들도 인간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부를 나눠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 이런 책들은 참 불편하다. 고통받고 힘들게 사는 그런 사람들을 딛고 우리가 안락한 삶을 사는건 아닌지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결국 우리의 안락함은 누군가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 약한자를 보호하고 돌보는 인간의 봉사정신은 분명 위대하게 추앙되기에 부족합이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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