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지음, 배유정 옮김 / 갤리온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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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과의 감동적인 정신적 교감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굳이 신문이나 책, 방송, 영화등을 찾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서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쉽게 찾을 수 있을것이다.

 

 사람은 모든 살아있는것 뿐 아니라, 생명이 없는 물건까지도 의인화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유명한 얘기중에 "규중칠우쟁론기"라는게 있다. 규중의 부인들이 사용하던 바느질 도구들을 의인화하여 세상사를 풍자한 글인데, 인간적 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은 바늘, 자, 골무 등을 통해서도 인간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하물며, 인간과 비슷한 구조의 이목구비와 유사해 보이는 신체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동물에게서 인간적인 모습을 찾지 않을 리가 없다. 어쩌면 이런것에서부터 동물에 대한 인간의 애정이 생겨나지 않았나 하는 상상을 멋대로 해 본다. 여하튼 이러저러해서 개나 고양이는 타 동물보다도 더 인간과는 가까운 동물들이 되었다. 우리는 종종 개나 고양이와 인간에 대한 우정에 관한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 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듀이'가 유난히 특별한 이유는, 단지 한사람과의 우정이 아닌, 아이오와주의 스펜서 마을의 모든 사람과 우정의 관계를 맺은 때문이다. 책의 저자인 비키 마이런은 '듀이'와 자신의 관계는 여느 다른 사람과의 관계보다 보다 더 특별하다고 언급하긴 하지만, 여하튼 '듀이'는 스펜서 마을 도서관의 마스코트이면서, 모든 마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정을 나눠주던 반려동물이었던 것이다.

 

 우연히 도서 반납함에 버려져 '듀이 리드모어 북스'라는 이름을 갖게 된 오렌지색 고양이의 존재가 한창 경제 위기를 맞고, 팍팍한 삶 속에 희망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을런지는 의심스러운 사실이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도 종종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일이나 물건들로 좌절하거나 상처입은 마음을 덜어 낼 수 있듯이 '듀이'도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되찾아 주고, 절망적인 일들을 더 쉽게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다. 비키마이런, 그녀도 '듀이'로 인해 싱글맘으로서의 자신과 딸의 관계에 '듀이'가 얼마나 큰 힘을 줬는지 감격스럽게 회상하곤 한다.

 

 아마 어떤 이는 '듀이'가 아닌 다른 고양이가 반납함에 버려졌더라도 '듀이'처럼 똑같이 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듀이'의 독특함이 아닌 상황의 독특함이 '듀이'라는 존재를 만들어 냈다고. 하지만 '듀이'의 특질을 지니지 않은 다른 고양이가 이 도서관에 살게 되었다면, '듀이'만큼 스펜서 마을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했을 거란 생각도 든다. 도서관을 홍보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 꼿꼿히 고개를 들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고(책 표지에도 보이듯이) 사람을 좋아하고, 상처받은 사람을 본능적으로 알아채고 위로라도 하듯 찰싹 달라붙어 있을 수 있는 '듀이'였기에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것일테다.

 

 사실 애완동물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가져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실제 '듀이'를 만난다면 좋아하게 될 지 잘 모르겠다. '세상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고 고양이랑 나랑만 남는다면 그때나 애정을 갖게 될까?' 이런 생각도 해 본다. 사실 반려 동물이라는게 점점 각박해지고 실리만을 따지게 되는 인간의 이기적인 심리변화에 기인한 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있다. 더 이상 인간에게서 순수한 우정을 기대하지 못한 사람들의 대안이 반려동물이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굳이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어느 순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우리와 다른 종이 있을거라는 생각도 해 본다. 그게 '듀이'처럼 척추동물일 수도 있고, 조류 또는 파충류가 될 수도 있고, 또는 식물이나 광물(?)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어쨋든 세상은 아직도 우리의 이해범위 밖에서 움직이는게 많으니까.

 

 그러고보니, 이 책을 읽고서 쓴 이 글의 결론이 참 생뚱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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