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생태보고서 - 2판
최규석 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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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항상 비루하다. 돈은 항상 나만 갖지 못한 것 같고, 갖고 싶은 것들은 많지만, 지불한 여력은 항상 부족하다. 남들은 어떻게 저리 잘 먹고, 잘 사는지 의구심이 생기고, 내가 무엇이 부족해서 이렇게 비루한 삶을 사는지 답답하고 짜증이 나서 분노가 솟구칠 때도 있다. 반면에 그런 삶에 자족하기도 한다. 갖고 싶은 욕구가 사라져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이 되고, 남들이야 어떻게 살든 나와 아무상관 없이 된다. 그저 내 한 몸 누일 깨끗한 방한칸이면 족할 것 같고, 갈증날때 마실 물 한 모금, 배고플때 먹을 수 있는 밥 한 술, 심심할때 읽을 재미 난 책 한 권, 그거면 그저 남 부러울게 없을 때도 있다. 이렇게 일관성 없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들. 서민. (이 단어는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단어라고 한다.)

 

 이 짤막짤막한 만화가 우스개 소리를 지껄이는듯 하면서도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이유는 위에서 얘기한 일관성 없는 우리 서민들의 본질을 일깨워 주면서 그것들이 결코 나쁘고 보기 흉하지만은 않다고 얘기해 주기 때문이다. 엄마가 자기 아가의 어처구니 없는 우스운 행동을 타인에게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얘기하듯이 최규석씨는 습지(이 만화에서는 호우때 물이 차기도 하는 좁은 자취방)에서 살아가는 네명의 친구들과 녹용이(빈대 붙어 살면서도 주인인것처럼 행동하는)에 대한 얘기들을 풀어놓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누구에게나 습지일지도 모르겠다. 항상 쾌적하고 따뜻하고 밝고 맑은 곳에 머무르기를 꿈 꾸지만, 현실은 눅눅하고 어둡고 춥다. 현실에 불만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현실은 지옥과 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살아가기 위해서, 고통없이 살기 위해서 우리 마음의 메커니즘은 비루하고 남루할지라도 현실에 익숙해지고 심지어는 그에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고 애정을 느끼며 살 수 있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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