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한국경제 길을 말하다
장하준 지음, 지승호 인터뷰 / 시대의창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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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1자 뉴스엔 한-EU FTA가 사실상 타결됐다는 소식이 떴다. 그리고 그에따른 장, 단점에 대한 나름의 분석이 텔레비젼 뉴스에 보도 되기도 했다. 현재로선 우리의 자동차나 공업 분야는 유럽보다는 더 강세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리고 돼지와 같은 축산농가나 농업쪽은 우리가 훨씬 약세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예전같으면 별 관심도 안 뒀을 기사였다. 그리고 예전 같았으면 액면 그대로 믿었을 기사이기도 했다. 누군가가 묻기라도 한다면 뉴스에 보도되었던 그대로가 사실이라 믿고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들려 줬을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는 조금 달라졌다. 사실 진실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는 나는 그 정보에 접근할 루트가 없긴 하다. 설령 내가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한들 그 정보들의 역할과 미래에 가져올 파장들을 어떻게 예측해 낼 수 있겠는가? 그래서 장하준씨와 같은 경제학자들은 현재 우리들에겐 소중한 존재들인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읽기에 지금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 2007년 말에서 2008년 초 이 책이 출간되던 시기에 참여정부는 좌파신자유주의를 외쳤고, 한-미 FTA비준안에 대한 찬성 반대 문제로 국내는 소란스러웠다. 무지몽매했던 나는 그 당시까지만 해도 신자유주의는 대세이고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친구겪인 관계라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배웠던 학교 교육과 경험으로는 그 모든게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당시의 생각들이 얼마나 안일하고 어리석은 생각들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장하준 교수는 그 전부터도 꾸준히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과, 선진국들의 후진국들을 밟고 올라 서려는 행패에 대한 비판을 해 왔다. 그의 책 "사다리 걷어차기"와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신자유주의를 후진국들에게 강요함으로써 가난한 나라들은 현재 하고 있는 생산성 낮은 활동만을 하도록 만든다. 만약 우리 나라가 70년대에 신자유주의에 입각해 경제 발전을 해 왔다면, 우리 나라에 현재 대표적인 수출품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 메모리 칩, LED TV의 생산같은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며, 우리는 여전히 춘궁기를 걱정하며 살아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면에서 신자유주의 보다는 보호주의 무역이 한 나라의 경제를 더 발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자명해 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알고보면 이렇게 확고한 진실도 짚어주지 않는 사람이 없어 알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정부는 이런 책들을 "금지도서"로 지정까지 하곤 했다. 이런 사실을 모르게 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조차 안 될 정도다. 결국 신자유주의라는 것은 선진국 반열에 아직 올라서지 못한 우리에게도 불리한 거지만, 우리보다 못 사는 후진국들에게는 평생 가난할 것을 강요하는 불합리한 제도인 것이다.

 

"선진국들이 후진국들을 윽박질러서 성장 못하게 하면 당장은 거기 있는 관세 내리고 시장에 진출하니까 자기들한테 이익인 것 같지만, 그 시장 자체가 크는 속도고 줄어 들어 버리면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아니라는 거죠. 하지만 그런 이기심에만 호소하는건 아니예요.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그런 얘기도 하는 거라고요. 다만 이기심의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후진국들을 도와주는게 좋은 거라는 얘깁니다. [해리포너]4권에 보면 마술학교 덤블도어 교자이 이런 말을 합니다. "선택은 (사실 선과 악이 아니라) 옳은 것과 쉬운 것 사이의 선택이다." 본질은 선과 악의 선택이 아니라는 거죠. 대개 악한 사람은 몇 명 안 된다고요. 악한 사람은 몇 명 안 되는데, 대개는 '쉽기' 때문에 그 악한 것에 동조하는 겁니다. 옳은 일을 하려면 힘든 게 많으니까요. - 책 속에서

 

 하지만 윗 글에서도 보여지듯이 신자유주의는 후진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게도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을 뿐이다. 만약 우리나라가 후진국이었다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선진국들의 제품들이 이만큼 팔릴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선진국들의 시장도 줄어드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신 자유주의가 아닌 어느정도의 보호주의는 선진국이나 후진국 둘 다에게 이익이 되는 WIN-WIN정책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전 참여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자본시장의 개방을 밀어붙였다. 장하준 교수는 이런 이전 정부를 비판하면서 국가의 개입과 보호정책, 재벌과의 사회적 타협을 추구할것을 주장했다.

 

 지승호씨가 장하준교수를 인터뷰한 그대로를 싣고 있는 이 책은 아무래도 글로 논리정연하게 구성한 글들이 아닌, 대담을 그대로 옮긴 형식이라서 (물론, 주제를 어느정도 가지고 대화를 이끌어 갔긴 했지만.) 뭔가 다듬어 지지 않고, 의견들은 중구난방으로 이 주제와 저 주제를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찌보면 오히려 편하게 하는 대화 형식탓에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더 이해하기 쉬운 듯한 생각도 든다.

 

 누구나 자신이 아는 만큼만 세상이 보인다고 한다. 무지한 상태로 있을때의 세상과 무언가를 알아가면서 느껴지는 세상은 천지차이인것 같다. 과거의 난 내가 알고 있는 전부가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세상은 단순하게 생각됐고, 어디에선가 말해지는 진실들을 듣곤 그게 다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 이면에 얼마나 많은 진실들이 숨겨지고, 덮어져서 누군가에게 이득이 되는 한가지 진실만을 들고서 그게 전부인척 해 버리는지 알게되면 더 이상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진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 장하준 교수도 사람들이 이런 깨달음을 얻길 바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꼭 흑백이 아니고, 진실이 한 가지만은 아니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책 속에서

 

**현재 평택 쌍용 공장에는 해고 노동자들의 공장 점거 때문에 경찰과 대치 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비정규직과 해고의 유연성은, 아무런 대안이 없는 노동자에겐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절망감만을 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런 대규모 시위 상태가 벌어지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복지정책이 잘 된 선진국에서는 해고가 되더라도 실업수당으로도 살아갈 수 있고, 재교육을 받아 다른 직업으로의 전환을 빨리 이룰 수도 잇기 때문에 해고를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복지정책 없이 해고의 유연성만을 도입했을때, 노동자들이 맞게 되는 현실은 절망적이기만 하다. 장하준 교수의 생각처럼 세상의 원칙들이 후퇴하는것 같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점진적인 진보를 이룩해서 언젠가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기를, 그래서 내 이후의 내 후손들은 걱정없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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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09-08-22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을 만 하죠. ^^

장하준씨를 우석훈선생은 평하길 "생전에 경제학사에 실릴 수도 있고, 분명히 사후에는

경제학사에 이름을 올리수 있을 것" 이라고 했죠. 저야 과문해서 이 분의 학문적인 깊이를

헤아릴수는 없지만 말이죠. 서울대에 교수자리를 얻기 위해서 3차례 지원했는데 모두 탈락

했다네요. 주변의 확실한 정보라인에서 들은 것중에 장하준 교수가 고대에 가고 싶어하는데

고대에서도 영..... 한국의 경제학계가 일방적으로 치우쳐진 학문분과에서 좌지우지

되는 것같아서 비전공자의 눈에는 걱정스럽네요

습관 2009-08-24 14:59   좋아요 0 | URL
저 역시 마찬가지인걸요. 알 수 없는건. 그래서 자꾸 읽어 보는 건데, 항상 관심사가 한 방향이 아니라서 깊이가 없네요. 꾸준하지도 않고, 뭐 전공도 아니고, 관심가질만한 일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순전히 흥미에 의지해야 하는데, 이게 그렇게 하나에 꾸준하지 않고, 잡다해서요.

그리고 교수 얘기는 들어보진 못했지만, 그렇군요.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정말 몰아주기를 잘 하긴 하나 봐요. 다양성 없는걸로는 1등 할 것 같아요.

왠지 씁쓸한데요.

아, 참 반갑습니다. 메버릭꾸랑님.(근데, 메버릭꾸랑은 뭘까요? ㅎ)

다이조부 2009-09-02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버릭은 영어단어 로 꼴통 이라는 뜻이라네요.

꾸랑은 저도 표기는 모르지만, 인도네시아어로 사기꾼 이라는 단어랍니다 ^^

저도 반갑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