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 SE 일반판 (2DISC)
마츠 다카코 외, 마츠오카 조지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그에 대한 기억.

창호지에 비친 그는 키가 크고 옆모습을 보이며 서 있다. 그러다가 입으로 토사물을 뿜어낸다.

"고질라다." 어린 마사야의 한마디.

 



 

 배의 앞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마사야를 위해 배를 만들어 주는 아버지. 하지만 완성을 얼마 안 남겨두고, 지겨워 진 듯이 술을 마시러 가 버린다.

 평생 완성되지 않는 그림.

 어느 하나도 제대로 완성해 내지 못해서, 제대로 정착되고 안정된 삶을 살지 못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와 헤어져 어린 마사야를 데리고 할머니 집으로 향하는 그녀. 단 한 번도 마사야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도 않고, 마사야가 방황할때도 항상 믿고 응원해 준다.

 

"마사야, 가게를 열 것 같아. 엄마도 힘을 낼테니 너도 한번 더 힘내서 졸업을 하도록 해!"

 

 항상 단 둘이라서, 유난히 그 둘의 마음은 서로에게 더 애틋하다.  

 

 진공청소기의 모터가 먼지를 빨아들이듯, 봄이 되면 도쿄는 일본의 구석구석으로부터 젊은이들을 빨아들인다. 어둡고 좁은 호스는 꿈과 미래로 가는 터널. 그러나 터널을 통과하면 그 곳은 쓰레기 더미일 뿐이다.

 

 아버지의 젊을적 사진에 기단부만 서 있던 도쿄타워는 더 큰 세상을 향해 도쿄로 떠난 마사야에겐 완성된 타워로 서 있다. 

 
 우리에게 기억이 없다면 사랑이 존재할 수 있을까?

 마사야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며, 그 옛날 아버지를 떠나 어머니와 함께 걷던 그 철길을 떠 올린다.

 어머니가 암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순간, 잠시잠깐 어머니를 잃었던 어린 시절의 빙글거림을 떠올린다.

 

 도쿄타워.

 소박한 어머니는 아들과 살기 위해 온 행복한 1년 동안의 시간에서 평생을 행복하게 살 만한 충분한 행복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 어느 순간에 도쿄타워가 있었다. 너무 늦어서 결국 올라가 보지는 못했던 도쿄타워. 언젠가 셋이 함께 올라 가자고 했던 그곳.

 

 어머니는 떠났지만, 마사야에겐 많은 기억들이 있다. 남들보다 부족했기에 그 기억들은 좀 더 애틋하다.

 

 ** "왜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유급될지도 모른다는, 부담스러우면 그냥 자퇴하면 된다는 마사야의 말에, 어머니는 단 한마디만 반복한다. 실망스러웠을테지만, 천진스런 얼굴로 반복하는 그 어머니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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