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은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막아 세울 수 없는 도저한 시간의 흐름, 그 속에서 고독은 어떤 예외도 없이 깊어지기 마련이었다. 석가모니가 깨닫고 간 것, 공자와 숱한 성인들이 가르친 것들도 종내는 그 간명한 이치에 닿아 있었다. 어떠한 공적과 위업을 쌓은 영웅호걸일지라도 삶은 바닥을 드러내며 소모되기 마련이라는 것. 인간은 홀로 났다 홀로 떠날지나 살아 숨 쉬는 마지막날까지 한 줌의 위로를 갈구하는 나약한 존재라는 것.-3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