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셔스 샌드위치 - 서른살 경제학 유병률 기자가 뉴욕에서 보내온 컬처비즈에세이
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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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우리 부모님은 내게 문화라는 것을 가르쳐 주시지 않았다. 심지어 용돈을 모아 책을 샀던 내게 엄마는, 책보단 배부르게 먹을 무엇이 더 유용하지 않겠느냐고 말씀 하셨던 분이었다. 더구나 읍내는 작고, 집앞엔 논이 넓게 펼쳐져 있던 시골 마을의 어린 소녀로 자라온 내가 문화활동이라는것을 접했을리도 만무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접한 유일한 문화는 책과, 텔레비젼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내게, 다가오는 세기에는 문화를 알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얘기하니 겁부터 덜컥 난다. 

나는 꾸준히 책들을 일고, 종종 영화를 보고, 아주 가끔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고, 또 아주 가끔 전시회를 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내가 문화형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의 대답은 비관적이다. 그래서 더욱 겁이 난다. 

이번해 초, 2009 패션트렌드에는 "컬처비즈"란 단어가 등장했다. 더 이상 잘 만들어진 제품보다는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제품을 소비자들이 소비한다는 의미다. 흔히 거론되는 아이템으로 커피가 아닌 문화를 판다는 "스타벅스"와 성능은 타 제품에 비해 그리 뛰어나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은 "아이팟"이 거론되었다.   

뉴욕의 라이프 스타일은 뉴욕을 알고 있는 대다수 사람의 판타지일 테다. 뉴요커란 단어는 가장 세련된 생활방식을 의미하고, 한때, 우리 나라에 유행했던 된장녀란 단어도 뉴요커를 동경했던 사람들에 대한 비아냥이었다고 본다. 뉴욕이라는 도시가 생겨나던 초창기에는 뉴욕은 별 볼일 없고, 역사도 짧은 미국의 도시중 하나였을지 모르지만, 현재의 뉴욕의 위상은 전 지구의 대표 도시라 할 만하다. 뉴욕이 대표 도시가 될 수 있는 이유, 그건 돈 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문화다. 

초등학생도 아는 "피카소"에 비견될 뉴욕의 화가는 "잭슨 폴록"이다. 잭슨 폴록은 만들어진 화가이기도 한다고 한다. 역사도 짧고 문화도 전무했을 뉴욕은 일찌감치 문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 냈는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현재의 최고의 도시가 된 것일 테다.  

문화는 존재 자체가 필수적인 요소는 아닌것 같지만, 동물과 인간을 구별하는 요건이면서, 존재하는 순간부터는 인류에게 어느 무엇보다도 강력한 도구 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제는 곧 문화적 마인드를 갖지 못하는 사람이 도태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하는게 이 책의 주제인듯 싶다. 그러니 문화적 마인드를 길러야 한다는.

하지만 이런 문화를 우리가 어떻게 길러 나갈 수 있는 것일까?  글쓴이는 글쓰기를 제시한다. 물론 문화적인 활동들을 접하고, 행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표현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경험하고 익힌 것들이 자기화 될 수 있도록 하는것. 의견을 피력할 수 있고,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표출할 수 있는것. 

 이쯤이 되니, 다시 문화라는 정의가 헛갈린다. 결국 문화적인 마인드를 가지라는 것은, 의식을 갖는 문제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신과 편견을 버릴 수 있고,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고, 자신이 깨달은 모든것을 표현하고 발언할 수 있고, 또 즐길 수도 있는 세련된 삶. 그게 문화가 아닐까? 어쩌면 연극이니, 영화니, 소설이니 하는 모든 문화적 활동들은 이런 것들의 한 가지가 아닐까 싶다.  

예전에 읽은 책 중에 "희망의 인문학"이란 책이 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인문학 강의를 해주는, 클레멘트 코스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었다. 사회적 약자들이 마약이나 술 범죄등의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돈이 아니라 인문학 교육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고개를 끄덕거렸던 생각이 난다.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방식등을 배울 수 있다면 그들이 자신을 수렁으로 빠뜨리는 환경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빠져 나올 수 있을거라는 아니, 그런 선택조차 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런 생각은 얼마전 읽은 "세잔의 차"란 책에서도 다시 확인 되었다. 테러와 범죄에 맞서는 보다 효과적인 대책은 전쟁과 군사력 보강이 아니라, 교육이라는 내용이 유난히도 인상적으로 마음에 와 닿았었다. 

여하튼 그렇게 본다면, 우리는 참 유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뉴욕에 비해서는 지나치게 부족할는지도 모르지만, 세상은 좁아지고 있고, 그나마 우리나라는 문화에 대한 선망을 가지고 있고, 문화생활을 하고 싶어하며, 하는 젋은이들을 가지고 있다. 비록 현재의 10대들이 문화보다는 입시에 찌들어 있다는게 약점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샌드위치다. 제목에도 나오는 샌드위치는 우리나를 칭하기도 하고, 모든 세대 모든 개개인을 뜻하기도 한다. 미국과 일본의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각각의 대인관계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우리가 단순히 배고픔만 가시게 하는 샌드위치가 아니라, 보다 맛있는 샌드위치가 되게 하는 단 하나의 열쇠 그건 바로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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