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쉬 - 영혼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티베트 소년
사브리예 텐베르켄 지음, 엄정순 옮김, 오라프 슈베르트 사진 / 샘터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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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전부터 나는,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고 손을 사용하지 못할지언정, 눈만은 멀고 싶지 않았다. 내가 살면서 즐기는 것들이 눈을 이용해야 하는 것들이 대다수인탓이리라 싶다. 시력을 잃느니, 죽어버리는게 낫겠다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한때는 점점 나빠지는 시력때문에, 고통스러운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티베트의 작은 시골마을에 사는 타쉬는 어느날 무서운 열병을 앓고 시력을 잃었다고 한다. 그것은 타쉬의 어머니가 허락도 받지 않고, 노간주 나무로 집 울타리를 지은것에 격분한, 노간주나무에 기대어 사는 귀신의 짓이라고 타쉬와 그의 식구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타쉬는 그 귀신을 용서한다.

사람의 감각에 있어서 너무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시력을 잃고서도 타쉬는 그다지 절망하지 않는다. 시력을 잃음으로써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만났기 때문이다. 아마도 시력을 읽지않는 정안(正眼)을 가진 사람들은 평생 알 수 없는 세계일것이다.

소리로 이루어진 세계, 냄새로 이루어진 세계. 시력은 그 미세한 감각들을 무디게 만든다. 하지만, 타쉬는 시력을 잃음으로서 그 감각들을 체득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날 우연히 로사라는 곳에 있는 시각장애아를 위한 학교를 알게 되고, 그곳을 찾게 된다.

너무나 선한 마음을 가진 타쉬 주변의 사람들을 보며, 난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게 사실은 못내 의심스럽기만 하다.

우리 나라 같은 곳에서 누군가가 눈이 멀게 된다면, 그 사람은 심한 마음고생에 시달릴것이다. 하지만 타쉬의 주변사람들은 모두 타쉬에게 용기를 준다. 오히려 타쉬에게 새로이 생긴 재능(이야기를 상상하고 그걸 풀어내는 재주)에 열광하기까지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눈먼 삶을 개척해 가는 타쉬에게 감동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주변의 사람들의 선한 마음에 감동받는다. 내가 눈이 멀더라도, 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많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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