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우울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염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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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문명이라고 하면, 메소포타미아니 수메르니 하던 학창시절 사회 시간에 배웠던 고유명사들이 떠오른다. "문명의 우울"이라는 매력적(?)인 제목을 보면서 나는 그런 문명을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런 나의 일차원적인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가긴 했지만.

문명은 "고도로 발달한 인간의 문화와 사회"를 말한다고 인터넷에서 찾아 본 어느 사전에서 얘기한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혜택들, 텔레비젼, 전화, 영화, 책, 자동차, 버스, 비행기, 식당, 호텔, 백화점 그리고 지금 당장 떠오르지 않는 수많은 기타 등등의 것들, 그것들은 모두 문명을 대표할 수 있을 것이다.

몇일 전부터 자발적 선택으로 인하여 장시간 TV시청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생겼다. 우연히 자주 보게 된, 인상적인 어느 이동통신사의 광고중에 "그시절의 주소록, 그시절의 메신저, 그 시절의UCC, 그 시절의 이모티콘"등의 카피가 나오는 광고가 있다. "문명"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게 발달 될 수록 무언가 인간적이 감정을 잃어 버린다고 하는 생각.

어디선가 본 글 중에 그런 얘기가 있었다. 괴테의 시대는 내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의 원리를 자신이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 우리는 내가 사용하는 물건, 내가 먹고 있는 음식, 내가 입고 있는 옷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게 길러낸 무엇을 원료로 만들어 냈는지, 어떤 경로로 내 피부에 닿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정체를 알 수가 없고, 믿음을 가질 수가 없는 시대가 된 것 같다. 두려움과 의심이 가득한 세계가 된 듯 싶다.

문명은 우리에게 감정적으로 인간적인 면을 빼앗아 간 듯한 상실감을 안겨 주면서, 그 실상을 알 수 없는 복잡한 메카니즘으로 인해 두려움과 의심을 불러 일으킨다. 우리가 문명에 대해 우울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이거 아닐까? 하는 생각.

히라노 게이치로는 일본인 답지 않게, 유치함을 삭제해버린 어른스러움,-나는 헬로키티나 만화에 과도하게 열광하는 일본인들이 유치하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표지에 나온 사진에도 엿보이는 시니컬함을 가지고, 그가 글을 쓸 당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일들에 대한 글을 썼다. 아마 쓰고자 하면 오만가지 잡다한 일들에 대해 우울함을 찾아낼 수 있겠지만.

아마 인간들은 평생 쉼없이 더 많은 것들을 발명해 내고, 발전시켜 내면서 만들어 내고, 더 발전시켜 낸 것들에 대해 우울한 감정을 평생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반대로 새로운것들 발전해 낸 것들이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것도 확실한 일이다. "문명의 기쁨" 또는 "문명의 환희"도 써 볼 만한 글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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