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는 일본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축약해놓은 모델이라고 해도 좋을 회사다. 훌륭한 브랜드를 갖고 있지만,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갖은 종류의 사업부가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고, 이런 사업부들은 대부분 회사의 핵심 역량인 정밀 영상장비 사업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올림푸스는 전 세계 내시경의 70퍼센트 정도를 생산한다). 올림푸스는 또한 해외에서 계속 미심쩍은 인수합병들을 진행해왔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전략적인 목적이 아니라 1980년대 말 버블 경제 시기에 투자했다가 잘못된 프로젝트를 은폐하기 위한 목적의 인수합병이었다. - P351

도쿄전력은 일본 기업들의 전반적인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축소판과도 같다. 후쿠시마 재난 현장의 수많은 도쿄전력 직원은 사고 직후 긴박했던 며칠 동안 영웅적이고, 글자 그대로 자기희생적인 행동을 보여주었다. 반면 도쿄전력의 경영진은 명백한 직무유기를 해오고 있었고 결국 파멸적인 결과를 불러왔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본 기업들의 서비스 수준과 품질에 대한 집착은 여전히 다른 나라에서는 오직 꿈에서나 바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요즘 등장한 ‘블랙 기업‘이라든지 비정규직을 거리낌 없이 작취하는 관행을 보면, 일본 재계의 기득권층이 비록 개인적인 축재를 위해서는 아닐지라도 자신들 계층의 지위와 특권을 지키기 위해 단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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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비즈니스가 봉착한 문제에 대한 그간의 분석들을 보면, 일본에는 잘되고 있지 않는 분야에서 잘되고 있는 분야로 인력과 자본을 효과적으로 재배지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결여되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런 분석은 틀리지 않았다. 일본에도 세계적인 트렌드를 따라 인수합병 시장이며 주주 행동주의, 투자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런 것을 통해 기업의 행위가 궁극적으로 제어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게 효율성을 포기할 때는 그만큼 치러야 하는 대가가 있다. 하지만 효율성을 포기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일본 대부분 국민의 사회적 안정과 경제적 보장이 확보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대가는 지금껏 치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여겨져왔다. 일본 경제계가 답해야 할 중요한 질문은 이제 그 대가가 너무 커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대가를 치르고 얻는 것보다 대가가 더 커지는 지점에 이미 도달한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이다. - P335

일본에서 여전히 누군가를 해고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법원과 행정 당국이 허용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일본에서 누군가를 해고한다는 것은 회사가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본 회사는 생존이 걸려 있는 긴박한 순간이 되어서야 해고할 수있거나, 하려고 할 것이다.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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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여성들과는 달리 일본의 여성들은 한 번도 누가 떠받들어주는 대접을 받지 못했다. 여성이 방에 들어온다고 일어서는 일본 남성은 없다. 누군가 일본 여성을 위해 의자를 빼주거나 문을 잡아준다면, 그것은 그녀가 여성이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에서였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여성은 남성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제대로 교육받은 아내라면 항상 한발 뒤에서 남편을 따라간다. 여성이 하는모든 행동과 모든 말은 같은 나이, 같은 출신, 같은 계급의 남성들보다 스스로가 낮은 위치에 있고 거기에 복종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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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브 루스, 윌리 메이스, 샌디 코팩스, 조 디마지오와 같은 미 메이저리그의 개성 넘치는 야구 스타들과는 달리, 나가시마 시게오나 오 사다하루(우리나라에는 왕정치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옮긴이)같은 고도성장기 일본의 야구 스타들은 전형적인 팀 플레이어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단 하나의 팀, 요미우리 자이언츠 소속이었으며, 주어진 연봉을 받아들일 뿐 단 한 번도 협상하지 않았다. 일본 야구의 연습은 선수 개개인의 실력을 발전시키는 것보다는 전반적인 노력이나 인내를 강조했다. 그런 경향이 어찌나 심했던지, 코치들이 재능 있는 선수들을 필요. 이상으로 밀어붙여 망가뜨린다는 비난을 들을 정도였다. 이는 끊임없는 노력과 단결된 팀워크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일본 기업 인사부서의 핵심 원칙을 그대로 반영한다. 일본 기업의 경쟁력은 비상한 팀워크와 사원들의 자기를 돌보지 않는 직업 윤리,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표현으로 바꾸자면 곤조 또는 ‘갓쓰‘에 있었다. - P255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나 정부 부처에서 일하고 있으면서 자이언츠의 광팬이 아니라면 조직에 부적응한다거나 혹은 그 이상의 의심을 살 정도였다.
오사카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은 달랐다. 오사카의 홈팀 한신 타이거즈는 도쿄의 자이언츠를 능가하는 열광적인 팬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열광은 영원한 패자에 대한 열광이었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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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이미 예로부터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는 전통이 있어서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했다. 일본인들은 직계 가족과 친한 친구를 제외한 모든 종류의 인간관계에서 정해진 행동 양식을 선호하고 예상외의 상황을 극도로 꺼리는 나머지 서양 사람들에게는 거의 병적으로 보일 정도다. 사람들은 언어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신호를 통해서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그에 맞춰 어떻게 대접받기를 기대하는지 의도적으로 상대에게 전달한다. 가령 일본의 비즈니스 미팅에서 명함을 교환하는 습관은 서로의 상대적인 지위를 확인하기 위한 일종의 의례다. 일본 기업의 경영진이나 공무원 무리와 함께 있을 때는, 이들이 자동차나 식당이나 회의실에서 어디에 앉는지, 사무실에서의 자리 배치는 어떻게 되는지, 서로 어떤 경어 표현을 쓰는지를 보면 각자의 직위와 서열을 즉각 알 수있다. 술집의 여종업원, 주부, 학생, 기업 간부, 대학교수, 건설직 노동자,
엔지니어, 예술가들은 저마다 특유의 복장을 하고 있어서 누가 보더라도 한눈에 판단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사회의 인간관계는 예측가능성에 기반해서 항상 의례를 따르는 듯한 양상을 띠게 된다.
일본 사회생활의 이러한 예측 가능성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흔히 ‘일본적 문화의 한 측면이라고 뭉뚱그려져 더 깊은 이해를 가로막는 또 하나의 사례다. 예측 가능성 역시 허용된 틀을 벗어나 행동하면 죽을 수도 있었던 도쿠가와 시대의 권력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 거의 틀림없다. - P200

미쓰이가 노조를 파괴하고 대신 고분고분한 사측 노조를 만드는 데 성공하자, 다른 기업들도 그걸 따라하기 시작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때부터 일본의 대기업들은 정규직 남성 직원들에게 평생의 경제적 안정을 보장할 의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기업으로서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분기 이익이나 주가보다 훨씬 더 중요한 최우선 목표가 되었다. 직원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거나 회사가 재정적으로 힘들 때라도, 제대로 된 회사라면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금지되었다. 이렇게 경제적 안정의 보장이라는 좌파의 핵심적인 요구 사항이 충족되면서, 노동 투쟁은 점점 일종의 의례적인 절차로 변해갔다. 가끔 있는 반나절 파업은 중요한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사전에 조심스럽게 조율되었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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