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는 일본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축약해놓은 모델이라고 해도 좋을 회사다. 훌륭한 브랜드를 갖고 있지만,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갖은 종류의 사업부가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고, 이런 사업부들은 대부분 회사의 핵심 역량인 정밀 영상장비 사업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올림푸스는 전 세계 내시경의 70퍼센트 정도를 생산한다). 올림푸스는 또한 해외에서 계속 미심쩍은 인수합병들을 진행해왔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전략적인 목적이 아니라 1980년대 말 버블 경제 시기에 투자했다가 잘못된 프로젝트를 은폐하기 위한 목적의 인수합병이었다. - P351
도쿄전력은 일본 기업들의 전반적인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축소판과도 같다. 후쿠시마 재난 현장의 수많은 도쿄전력 직원은 사고 직후 긴박했던 며칠 동안 영웅적이고, 글자 그대로 자기희생적인 행동을 보여주었다. 반면 도쿄전력의 경영진은 명백한 직무유기를 해오고 있었고 결국 파멸적인 결과를 불러왔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본 기업들의 서비스 수준과 품질에 대한 집착은 여전히 다른 나라에서는 오직 꿈에서나 바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요즘 등장한 ‘블랙 기업‘이라든지 비정규직을 거리낌 없이 작취하는 관행을 보면, 일본 재계의 기득권층이 비록 개인적인 축재를 위해서는 아닐지라도 자신들 계층의 지위와 특권을 지키기 위해 단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P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