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원자에 비해 내 어투가 너무 점잖았던 것도 그의 경계심을 키운 이유 중 하나였다. L매니저도 점잖은 사람이지만 나중에 보니 그는 성격이 좀 ‘거친 택배기사를 좋아했다. ‘거친‘ 사람은 대체로 자존심이 그리 세지 않기 때문이었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야 나는 자존심이란 게 정말이지 이 일에 있어 방해물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 P55
회사의 업무량이 적으면 그만큼 배치되는 인력도 적었다. 자본가는 사람을 한가하게 내버려두지 않는 법이다. - P23
출근하는 길에 단층집들을 지날 때면 안에서 요리하는 냄새가 풍겨왔다. 하루 일을 끝내고 기분 좋게 소파에 늘어져 있는 사람들을 보며 그런 휴식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건만 그들보다 피곤한 느낌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 자신한테 욕을 퍼부었다. 내 몸은 내의지를 욕하고 내 의지는 내 몸을 욕했다. - P28
다들 자신만의 스트레스와 고충에 빠져 있어서 다른 사람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 그런 일터에서는 누구나 삶에 짓눌려 동정심이 바닥나고 자기도 모르게 무감각하고 차갑게 변해갔다. - P36
자고로 인생에 가장 어려운 세 가지 문제는 이런 것이다. 첫째, 누구를 사랑하게 될까? 둘째, 어떤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게 될까? 셋째, 삶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아는 것은 한 인간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다. 일과 자유를 동시에 얻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 P-1
먹고사는 문제만 끔찍이 여기는 이야기는 갑갑하다. 먹고사는 문제가 없는 척하는 이야기는 공허하다. 후안옌은 먹고살기 위해 두 발로 길바닥을 뛰면서도, 이따금 고개를 들어 높은 꿈을 응시한다. 그는 그 꿈에 자유라는 이름을 붙인다.(중략) 보수와 벌금, 감시와 별점, 플랫폼이 어떤 최신 경영 기술로 인간을 속박하든, 자유에 대한 갈망은 거래 대상이 아니다. 정신은 언제나 계약 조건 이상의 자유를 꿈꾼다. 그게 우리의 슬픔이자 승리다. - P-1
현대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인간과 물자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고, 그 속도가 당연한 것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누리는 그 속도는 누군가의 고된 노동과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뼈를 깎는 노력 덕에 유지되고 있다. 택배기사, 물류창고 야간 직원, 경비원 등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일들을 섭렵하며 자신과 세상을 직시한 노동자의 담담한 시각을 통해, 이 시대의 화려한 장막 뒤에 숨은 현실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 P-1
전한 동중서 이래 "선진의 여러 사상을 폐지하고 오직 유가 사상이 독존하게 된 이후" 중국 사회는 지나치게 엄숙해져 유쾌한 감성은 사라져버리니 유머러스한 이야기 역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엄숙함과 경건함이 사회를 뒤덮으니 경솔하고 가볍게 지껄이는 농담은 설 자리를 잃었고, 준엄한 도덕군자들의 풍모가 중국인들의 전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송·명 시기, 이학이 성행하자 이러한 인식이 전 사회를 지배하면서 유머는 더욱 깊숙하게 숨어버렸다. - P312
민요와 소문은 명대 정치를 그대로 반영하면서 왕조와 생사를 같이했다. 명나라는 원말 정치를 풍자하는 민요와 소문 속에서 탄생했고, 동시에 정치 부패를 원망하는 소리와 함께 생을 마감했다. - P325
맞추는->맞히는...편집을 어떻게 한 거야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