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불평등한 삶은 농민공 등 비공식적이고 열악한 노동자에게로 눈을 돌리면 더욱 심각하다. 야메이가 활동하는사회운동단체에서 발표한 보고서는 어느 통계 수치보다 현실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2013년 광둥성의 여성 농민공을 지원하는 NGO가 광저우 즈웨이 테크놀로지유한공사와 선전의 셔우치엔셔우 유한공사 여성 노동자를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공장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한 비율은 각각 69.7퍼센트와 71.2 퍼센트에 이르렀다. 그중 70퍼센트 정도의 피해여성이 문제 제기하거나 반발했지만, 46.6퍼센트가 처리 과정에서 흐지부지되어 아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한 것은 고작 10퍼센트였고, 퇴사 처리한 것은 1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 P85

남성 동료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한 한 여성 노동자가 상급자에게 이를 알린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몇 주 뒤 회사는 어처구니없는 처리 결과를 내놨다. 공장 안에 게시된 통지서에는 ‘어깨동무를 금지한다‘고 쓰여 있었다. 이는 피해 여성이 거둔 작은 승리처럼 인식될지 모르겠지만, 모호하고 단편적이어서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다. 사측이 여성 노동자가 겪는 성폭력 구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해결 방식은 여성이 성폭력 사건을 겪었을 때의 대처를 어렵게 만든다. 가해자에게 구두로 경고하거나 투서를 쓰는 등 대응을 시도할 수 있지만, 일터의 환경은 이미 여성에게 억압적이다. 특히 가해자가 상급 관리자라면 위계에 의한 강압적 분위기 때문에 저항과 폭로는 훨씬 곤란하다. - P87

2018년 이후 중국의 민간 영역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급격하게 위축됐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여전히 페미니즘이 유행으로 남아 있지만, 여성운동가 개개인은 심각한 탄압에 직면해 있다. 그들의 목소리는 금지되고 삭제되고 있다. - P93

"난 남성의 피해의식이란 게 뭔지 잘 모르겠어. 그렇게 경쟁할 문제인지도 모르겠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건 평등한 권리를 얻으려는 사람 모두가 밑바닥 사람들이라는 거야. 여성이 여성의 권리를 쟁취하면 남성이 자신의 권리를 빼앗기게 된다고 생각하는 대립적인 정서가 사회를 건강하지 못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 동아시아는 상명하복 문화가 짙어서 사람들이 스스로 억압에 맞서 항거할 엄두를 내지 못하잖아. 물론 미디어가 암묵적으로 유도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겠지."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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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베이징 시장은 "퇴거 조치가 지나치게 성급해선 안 되며, 인도주의적 보호 아래 주민들의 어려움을 도우며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전개됐다. 베이징시의 퇴거 조치는 강력하고 조급했으며, 주민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며칠 뒤 차이지 시장이 "기층 민중을 대하는 데는 진짜 총칼을 빼 들고 총검으로 피를 보듯 강경하게 대응해야 문제를해결할 수 있다"고 발언한 사실이 드러났다. 걱정스레 사태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분노했다. - P48

학생들은 "이번 강제 퇴거는 베이징이란 도시가 세워진 뒤 3,062년을 통틀어 가장 악랄한 행정 조치" 이며, "중국공산당의 당헌과 헌법, 관련 법규에 어긋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국가행정학원 왕위카이 교수는 관영 매체인 신화사 기고문에서 "책임을 인정해 하층민 강제 퇴거 피해자에게 보상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국은 ‘디돤런커우‘를 소셜미디어 금지어로 지정하고 관련 게시물을 모두 삭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 P49

중국 대륙 어디를 가든 곳곳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지방 도시에 새로 지은 아파트들은 여지없이 텅텅 비어 있다. 주택 공급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버블이 심해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아 있다. - P51

농민공의 도시 이주에는 두 가지 논리가 존재한다. 하나는 도시에서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도시에 완전히 정착하는 것이다. 1세대 농민공은 귀향을 원하지만, 1980년대 이후 도시에서 태어나 한 번도 본적지에 가본 적 없는 신세대 농민공은 도시에서 정착하길 원한다.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베이징에서 쫓겨나도 돌아갈 고향이 있는 이들은 대체로 연령대가 높은 농민공에 한정될 것이다. 농사 한번 지어본 적 없는 신세대 농민공이 수십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간들 제2의 삶을 시작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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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이 나라의 탄생부터 함께해 온, ‘공농병‘을 가장 귀하게 여긴다는 사회적 가치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투쟁을 한 것이지만 오히려 그 가치를 가장 단호히 수호해야 하는 정부에 의해 탄압을 받았다. 명분은 정부가 아닌 운동가들에게 있다.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은 또래 노동자들과 함께 싸웠다. 거리와 광장에 나가 시민에게 부당한 사실을 알렸다. 노동자의 요구가 정당할 뿐만 아니라 국가가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마르크스주의와 현대 중국의 혁명 역사에서 배운 대로 실천했을 뿐이지만, 학생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극심한 탄압이었다. 방학이 끝나기 직전 베이징대학 마르크스주의 학회의 대표적 활동가 위에신이 체포됐고, 새 학기가 되자 동아리 재등록이 불허됐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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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사회화‘를 둘러싼 대립은 사실 ‘현시점의 불쾌함‘을 강조하는 입장과 훗날에는 불쾌함이 소멸(=익숙해짐) 할 개연성이 크다고 강조하는 입장의 대립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중략) 어차피 인간은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니까 현시점에서 느껴지는 불쾌함 같은 것은 무시해도 좋다는 생각은 과연 올바른 것일까? - P228

중국의 감시사회화는 그 진행속도가 너무나 빠르고,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익숙해지는 데 필요한 시간을 주지 않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문제는 그 양상의 차이를 넘어서, 사회의 본질적인 차이와도 관계가 있지 않을까. - P229

이 책에서 고찰한 ‘행복한 감시국가(사회)‘의 본질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의 실현을 위해 그 수단으로 사람들을 감시하는 국가(사회)일 것이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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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독재자가 이루지 못한 일을 오늘날의 독재자는 이룰 수 있다. 하지만 과거의 저항자가 이룬 일을 오늘날의 저항자는 이룰 수 없다. - P217

사회학자 스즈키 겐스케도 말하듯이, 특정 아키텍처 때문에 사람들은 "방대한 정보 축적을 통해 행동을 제한받는 동시에, 행동을 제한받은 사실을 자발적 의사에 따른 의미 있는 행동으로 근기를 부여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 P225

현대의 감시사회화에 대해 생각할 점은 결국 우리 사회에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생각하는 것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가 그 존재를 긍정하는 하지 않든 AI 등의 새로운 기술은 점점 발전할 것이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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