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 고든호가 상하이 부두를 떠나고 3주 후인 1949년 5월 25일 새벽, 승리를 거둔 인민해방군이 상하이로 진군해 들어왔다. 전투에 지친 수천 명의 군인 중 많은 수가 신발도 없이 천으로 발을 감싼 농촌 출신의 소년들이었다. 그들은 이 동양의 진주를 장악하기 위해 도시의 주요 도로와 번드를 따라 빠르고 조용하게 움직였다.
그렇게 상하이가 함락됐다. 그렇게 상하이는 해방됐다.
(중략)
상하이 이주민들의 기댈 곳 없는 디아스포라는 살아남기 위해 낯선 환경과 마주하고, 그들이 한때 알았던 ‘바다 위 도시‘에서의 삶은 잊어야 했다. 그 세계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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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있는 광고판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술로 얻은 병을 치료한다‘이다. 지금까지 변경성을 돌아보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곳곳에 크고 작은 술집과 주점이 즐비하다는 점이다. 송나라 사람들은 무척 음주를 즐겼던 만큼 분명 술로 인한 병도 많았을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이 간판은 시대의 병폐를 명확하게 짚고 있다. 또한
‘술로 얻은 병을 치료한다‘라는 광고판은 황제의 주의를 환기하는 동시에 건의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나친 음주가 끼치는 해악은 비단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나친 음주로 인해 환락에 빠져들고 정신이 피폐해지면 사회와 국가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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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담긴 지식을 탐구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아름다움과 의미는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얻을 수 있다. 고증을 중시하고 감상을 경시하는 태도는 물속의 달을 건져내려는 것처럼 헛된 일이다. 더 정확히 알고자 하면 할수록 그 안에 숨은 뜻을 놓치게 된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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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품은 웅장한 장면으로 시작할 필요가 없다. 도리어 보잘것없는 도입부가 보는 이의 마음을 뒤흔드는 아름다운 풍격을 완성할 수도 있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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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 고비가 없다면 이 세상에는 소설도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소설은 역경을 위해 존재하고, 사람은 역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니까요. 소설 속 인물들이 역경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면, 그건 우리 독자들이 지지하고 믿어주며 포기하지 않고 붙잡아주었기 때문일 거예요. 그렇기에 현실과 상상이 공존하며 만들어낸 그 풍경 속을 벗어날 수 있는 거죠. - P343

점점 더 많은 문학 작품들이 영화나 드라마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 아주 환영할 만한 현상입니다. 문학 시장의 하락이 곧 문학 활성화의 시작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거니까요. 문학을 신의 제단에 바치는 제물로 여기거나 대단한 고전인 것처럼 받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새로운 시대가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거죠. 사실 이러한 변화가 있어야만 고전을 끌어안고 남 탓하는 대신 문학이 거리 구석구석으로 들어설 수 있게 됩니다. -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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