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비슷하기도 한 것이 아직까지도 일본의 컨텐츠에 바보스러울 정도로 정의롭고 올곧은 주인공이 늘 등장한다는 것...
가망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목숨 바쳐 지키고자 하는 대의를 향한 충성심과 순수함으로 싸우다 스러지는 고귀한 패자는 일본 문화에 식상하리만큼 자주 등장하는 전형 중 하나다. 19세기 말 봉 - P63
6세기 말 불교와 함께 화장의 전통이 일본에 들어오기 전까지 일본의 천황은 해자로 둘러싸인 열쇠고리 모양의 거대한 무덤에 묻혔다.(43쪽 사진) 이 무덤들을 관리하는 일본 궁내청에서는 무덤의 신성한 제례적 성격을 신성모독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고고학자들의 발굴활동을 거의 허락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이면에는 황실의 혈통이 한 번도 끊이지 않고 이어져왔다는 주장에 문제가 될 만한 사실이 발굴을 통해서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염려도 숨어 있다. - P49
오늘날 일본 생활의 모든 부분에 녹아 있는 정교한 취향과 세련됨은 헤이안 궁정의 극도로 귀족적인 미학에 그 뿌리가 있다. 일본 료칸에 도착해 객실에 놓인 완벽한 형태의 꽃꽂이를 볼 때나, 백화점에서 배달된 물건이 우아한 글씨의 제품 설명과 함께 계절을 암시하는 기막힌 포장에 담겨올 때나, 자동차 문을 열면 만나는 깔끔한 라인과 외형 마무리에 들어간 집착에 가까운 디테일을 볼 때면, 당신은 1000년 전 헤이안 귀족들의 외형에 대한 집착과 그 시절 섬세한 미학의 편린들을 보고 있는 것이다. - P56
일본은 인구 고령화, 금융 시스템의 붕괴, 경제학 교과서가 말하는 것처럼 작동하지 않는 재정 정책, 수익의 감소, 생산 설비 과잉 등 선진세계 전반에 출현한 도전들에 이미 지난 20여년간 대처해오고 있다(혹은 방관하고 있다). - P38
일본은 여전히 일본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엘리트 지배층은 최소한 한 가지 중요한 측면에서 점차 일본처럼 변해왔다. 그것은 상존하는 모순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의 동기를 스스로에게 숨기기 위한 심리적 곡예를 연마하면서, 동시에 그 숨은 동기에 충실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 P39
아버지는 필리핀에서 일본군들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 혐오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간밤에 일본군의 습격을 격퇴하고 난 다음 날 아침 이런 얘기를 한다. 아버지는 부대의 작은 막사에서 걸어나와서는 "부서진 몸들, 금방 죽어서 아직 매장되지 않은, 검게 그을리고, 부어오르고, 악취를 풍기는 시체들, 차마 쳐다볼 수도 없는 끔찍한 상처들 사이에 있는 한 병사의 시체에서 "어린 일본 소녀의 예쁜 사진이 들어 있는 작은 카드 케이스를 발견했다. 그다음에 이어지는 문장들에서, 나는 아버지가 죽은 병사가 갖고 있었을 인간다움의 증거와 씨름하는 흔적에 마음을 빼앗겼다. - P21
타이완에서는 건강하지 못한 이들도 구걸할 필요 없이 인간의 존엄을 누리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건강한 이들조차 갈수록 인간의 존엄을 버리고 구걸을 택하고 있다. - P125
"아마 이것도 운명이겠죠. 하늘은 시련을 내려 인생이 좀 더 공평해지게 하니까요." - P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