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는 프라이버시가 보호된다는 전제하에서, 기업이 개인정보를 이용하도록 허락하는 대신 편리한 서비스를 얻는 데 적극적이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기업인 바이두의 창업자 리옌훙이 2018년 3월에 개최된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서 강연하며 한 말이다. - P58

정보 제공은 단순히 기업이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만 필요한 조건이 아니다. 기업은 요금뿐만 아니라 데이터라는 또 하나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서비스를 싼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 만약 데이터 수집을 엄격하게 제한해 버리면, 그와 동시에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워질 뿐 아니라 요금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프라이버시와 싸고 편리함, 그 둘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에 대한 판단이 우리에게 요구되고 있다. - P59

데이터의 제공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앞에서 말한 긱 이코노미에도 큰 도움이 된다. 기존의 비공식적 노동 방식으로는 일을 해도 정말로 일을 했는지, 또는 얼마나 보수를 받았는지 증명하기 어렵지만, 긱 이코노미 체계에서 노동자는 그것을 이력에 남겨서 자신의 능력과 신용을 나타낼 수 있다. - P60

현재 중국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민간기업의 경제 활동뿐만 아니라 국영기업과 정부의 행정 분야에까지 미치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하에서 중국인들은 편리함의 대가로, 또는 편리함을 바라고 알아서 먼저 넘기는 형태로 정보를 기업이나 정부에 제공한다. 이렇게 데이터 경제가 발전한 정보사회는 감시사회와 종이 한 장 차이,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감시사회 그 자체라고 말할 수있을 것이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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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혁신의 특징은 단지 투입이 빠른 것만이 아니라, 엄청난 속도로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 P40

알리바바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인이 사용하기 편리한 서비스를 어떻게 실현할지‘에서 이베이와 아마존을 이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품 중심 전자상거래‘와 ‘사람 중심 전자상거래‘ 라는 시점에서 바라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P42

이 앱들은 이용자에게 대단히 편리한 것이지만, 동시에 방대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로가 되기도 한다. (중략) 중국의 거대 IT기업은 슈퍼앱을 통해 이용자가 누구와 교우관계를 맺는지, 어느 정도의 빈도로 대화하는지 등의 커뮤니케이션 정보, 그리고 미니 프로그램을 통해 유저가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등 세세한 정보까지 파악하고 있다. - P49

언제 어디서 어떤 노동을 해서 얼마만큼의 수입을 얻었는지 등의 노동 관련 데이터도 거대 기업의 손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었다. 그 전환기가 된 계기는 5~6년 전부터 등장한 긱 이코노미다. 긱 이코노미란 평소에는 각자 활동하는 뮤지션들이 필요할 때만 함께 모여 각 세션으로 연주하듯이, 정해진 업무가 아니라, 아주 짧은 기간 동안, 1건당 일정한 보수를 받는 형식으로 고용하는 경제현상을 말한다. - P49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직업이 생겨났다기보다지금까지 있었던 일이 더욱 효율적인 방식으로, 더욱 고수입으로 변했다는 표현이 더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도 역시 개인 데이터 수집 문제가 발생한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방식으로 일하던 사람들의 노동 실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했는지 등 그 모든 것이 데이터로 모이게 되었으니까 당연하다. - P56

"중국 소비자는 프라이버시가 보호된다는 전제하에서, 기업이 개인정보를 이용하도록 허락하는 대신 편리한 서비스를 얻는 데 적극적이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기업인 바이두의 창업자 리옌훙이 2018년 3월에 개최된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서 강연하며 한 말이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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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여러 국가와 일본이 중국의 ‘감시사회화‘를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유 중 하나는, 다음 장에서도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중국의 기술 진보나 사회 적용 속도가 너무 빨라 전문가라도 상황을 쫓아가기가 무척 힘들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주된 이유로는 중국의 사회체제가 보편적 인권 · 의회제 민주주의 · 법의 지배·입헌주의 등의 보편적 가치에 바탕을 둔 체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급격히 변화하는 기술, 특히 감시사회와 관련된 기술이 중국에서 도대체 어떻게 사용되는지 몰라서 생기는 ‘불확실성‘을 막연히 두려워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 P25

경제학자 이노우에 도모히로는 AI·빅데이터 · 사물인터넷(IoT) 등의 차세대 범용목적기술(GPT)을 빠르게 발전시킨 국가가 4차 산업혁명의 패권을 쥘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중국을 가장 유력한 후보 국가로 예측하고 있다. "차세대에 가장 중요한 기술인 AI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대처가 중국 내에서 가장 활발" 하고, 나아가 "인구가 많고 독재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인권을 경시하며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데이터를 얻기 쉽기" 때문이다. - P27

정치권력이 국가에 집중되는 권위주의 국가야말로 AI 패권을 잡는다는 주장의 유행은 현재 중국 사회에서 기술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유포리아(행복감)‘가 생긴 상황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다. - P28

중국의 현재 상황은 더 편리하고 쾌적한 사회를 바라는 사람들의 공리주의적 욕망을 바탕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SF소설이라도 <1984> 보다는 서두에서 인용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속의 세계에 훨씬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 P32

필자는 더 행복한 상태를 바라는 사람들의 욕망이 결과적으로 감시와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 중국에서 발생하는 현상과 선진국에서 발생하는 현상, 나아가 <멋진 신세계>와 같은 SF소설 작품이 암시하는 미래상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 P33

최근에는 기술 발전에 따른 감시사회화는 멈출 수 없는 움직임이라고 인정하고, 대기업과 정부의 빅데이터 관리·감시를 시민(사회)이 어떻게 점검할지에 대한 논의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공산당 일당지배가 이어지는 현대 중국에서 ‘정부 감시를 대상으로 한 시민의 감시‘ 같은 메커니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편 현대인들이 감시사회를 받아들인 배경에, 서로 맞교환 관계인 편리성 · 안전성과 개인 프라이버시(인권) 사이에서 전자를 더 우선시하는 공리주의적인 자세가 존재한다면, 감시사회를 수용하는 데 중국과 서양 선진국들 사이에 명확히 선을 그을 수는 없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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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럽 인터내셔널 어소시에이션이 2020년 3월에 세계 30개국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러스의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된다면 자신의 인권을 어느 정도 희생해도 괜찮다" 라는 생각에, 이탈리아에서는 93%, 프랑스에서는 84%, 전체로는 75%의 응답자가 찬성했다.
- P6

고쿠가쿠인대학의 나지현 교수는 저서 <번호를 창조하는 권력>에서 ‘집‘을 단위로 인원을 파악하는 호적 제도가 메이지 시대 일본이 근대화를 목표로 가부장(호주)에게 징병 면제나 참정권 등의 권리를 부여하는 대신, 호적 편성이나 징세·징역의 운용을 말단에서 담당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점을 짚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호적 제도는 ‘집‘ 보다 더 작은 ‘세대 단위의 제도로 바뀌었지만, 국가가 ‘개인‘을 직접 파악하는 데 계속 장애가 되었다. - P8

일본에서 감시사회화가 진행되지 않는 이유로는 사회 내부에 낡은 공동체적인 점이 남아 있거나, 개인정보 관리 체계 도입이 늦는 점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국가에 정보를 건네주기 두렵다는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점이 크다. 그 원천은 20세기 전반에 아시아및 태평양을 무대로 일본이 일으킨 전쟁, 그리고 패전 후의 경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P9

후지타에 따르면, 현대의 전체주의는 다음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첫 번째는 ‘전쟁으로서의 전체주의, 두 번째는 ‘정치 지배로서의 전체주의, 그리고 현재는 ‘생활양식으로서의 전체주의‘, 즉 ‘안락을 향한 전체주의다. - P10

2010년 전후, ‘중국판 트위터‘라고도 불리는 웨이보로 대표되는 SNS가 보급되면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이용한 사회운동이 중국 사회를 변화시키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을 당국이 완전히 봉쇄해 버렸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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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는 자신과 정치적 지지자들에게 일본이 단지 미국의 부하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런 일이라면 미국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었다. - P591

핵심적인 문제는 일본이 계속해서 과거를 청산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신화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거짓 신화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동중국해와 동해 너머로부터 일본을향해 날아오는 위협과 비난이,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모를 막연한 증오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 P598

아베와 그의 무리도 진짜로 전쟁을 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전쟁이 수반하는 것들을 갈망한다. 사람들 사이의 열광, 목적의식, 명확함, 위계질서, 경의가 생겨나기를 원하고, 의심과 거리낌과 비판을 일소하기를 바란다. 이런 갈망은 그저 환상일 뿐이다. 사회 전체가 빠르게 노화되고 있는 갸루와 초식남과 오타쿠의 시대에, 수백만의 젊은이가 천황을 위해 죽지 못해 안달이던 1930년대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 리 없다. - P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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