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라이라는 라이더는 사거리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다가, 서둘러 출발하던 동료 노동자가 차와 부딪혀 오토바이와 함께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동료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도 웨이라이는 멈출 수 없었다. 손에 든 음식의 배달 시간이 늦었고 새로운 주문도 들어왔기 때문이다. - P181

노동자들이 몰리면서 배송비는 더 낮아졌고, 같은 금액을 벌려면 더 많은 배달을 할 수밖에 없기에, 노동자들의 사고 위험은 더욱 커졌다. 회사들은 배송비가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하지만, 알고리즘은 언제나 배달 노동자에게 불리하고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노동자는 아무런 발언권이 없다. - P183

장잔에 대한 가혹한 처벌, 그리고 다른 시민기자들의 침묵을 강요하는 실종에는 ‘중국이 공산당의 지도 아래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공식 역사 이외의 다른 내용은 망각하게 하려는 중국 당국의 의도가 담겨 있다. 중국의 성공 스토리에 흠집이 나는 것을 막으려는 중국 당국과 중국의 초기 대응 실패로 전 세계가 겪는 고통을 상기하려는 외부 세계 사이에 기억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 P198

시진핑 시대 들어 중국 당국은 독립적인 언론인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막았다. 시진핑 주석은 언론의 역할에 대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확산시키면서 당을 사랑하고 당을 보호하고 당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이 ‘당을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명령 앞에서 힘없는이들의 고통과 사회의 문제를 알리려는 이들이 설 공간은 사라져갔다. 2019년 10월부터 중국 정부는 자국 언론인들이 5년에 한번기자증을 갱신할 때마다 ‘시진핑 사상(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시험을 의무적으로 치르고 통과해야만 갱신할 수 있게 했다. 당과 주석에 충성하는 것이 언론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 되었다. - P203

사회주의 여성의 주도적 역할을 추켜올렸던 중국 당국은 이제 미투운동과 페미니즘의 확산을 불편해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들을 서구 사상에 오염된‘ ‘반중국적‘인 반역자로 몰아세운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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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학에서 모든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정치 과목은 본래 마오쩌둥 사상과 덩샤오핑 사상 두 가지였다. 여기에 시진핑 사상을 추가했다는 것은 최소한 시진핑이 자신이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초기의 가장 유명한 두 지도자만큼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공산당은 "시진핑 사상은 현대 중국의 마르크스주의이며, 21세기 마르크스주의의 새로운 발전" 이라고 강조한다. 2020년 가을부터 베이징대, 칭화대 등 중국 37개 주요 대학은 시진핑 사상 강의를 시작했다. 시진핑 사상을 21세기 마르크스 사상으로 떠받드는 중국공산당이 불평등에 맞서 노동자들을 지원하려는 좌파 학생들을 탄압하는 현실은 기묘한 질문을 던진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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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초고속 성장 시대가 끝나고, 미국과의 패권 경쟁으로 외부 환경이 악화되고, 노동자들의 파업과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지도부는 통제 강화로 사회불안 요소를 원천 차단하기로 결정했다.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의 영도에 대한 절대적 복종을 강조하면서 인민의 주체성과 아래로부터의 목소리는 철저히 통제하는 쪽으로 급속한 방향 전환이 일어났다. - P167

민주와 평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중국 현대사의 오래된 미완의 과제다. 1919년 반제국주의와 함께 민주와 과학을 요구했던 5·4운동의 과제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이후 특권에 반대하고 공정한 사회를 요구했다가 반우파 투쟁에서 희생된 학생들, 문화대혁명 이후 정치 현대화를 요구했던 민주의 벽 운동, 1989년의 톈안먼 시위를 거쳐 노동운동과 인권운동으로 이어져왔다. - P168

(선멍위는) 노동자들에게 선택의 권리란 "임금이 너무 낮아 주말에도 휴일근무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산재를 신청하면 보너스가 깎이기 때문에 산재 신청 포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관리자의 학대와 욕설에도 묵묵히 참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 P172

중국공산당의 역사를 돌아보면, 엘리트들이 농민과 손을 잡았을 때, 한 알의 불씨가 광야를 불사르듯 혁명의 불길을 일으켰다. 1989년 톈안먼 시위의 한계는 학생들이 노동자, 농민과 제대로 연대하지 못한 것이었다. 자스커지 사건은 마르크스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에 따라 중국 사회를 바꾸려던 대학생들과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노학연대‘를 이루고 함께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중국공산당에게는 매우 민감한 경고음이 되었을 것이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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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륙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억압적 통치가 강화되고 해바라기운동과 같은 해에 홍콩에서 일어난 우산혁명이 중국 당국의 탄압을 받으면서, 중국의 통치 방식에 반감을 느끼는 대만인과 홍콩인의 정서가 강하게 공명했다. 해바라기운 동과 우산혁명은 대만의 여론에 "중국과 우리의 길은 다르다"는 선명한 신호를 각인시킨 역사적 분기점이었다. - P149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대만을 지렛대 삼아 중국 흔들기를 계속할 것이고, 2021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2022년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20차 당대회를 맞아 정당성과 성과를 부각시켜야 하는 시진핑 주석도 ‘대만에 대한 무력통일도 가능하다‘는강경 태세에서 물러서기 어렵다. 미-중 양국 모두 두 강대국의 실제 군사적 충돌로는 나아가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선은 그어두고 있지만, 대만 카드를 패권 경쟁에서 충분히 활용하며 위태로운 공방전을 계속할 것이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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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인들은 시진핑 시대 들어 크게 악화된 중국 대륙의 권위주의, 통제, 감시가 홍콩인들에게도 강요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일국양제‘ 약속에 보장된 홍콩인들의 삶의 방식을 지키고 민주화를 진전시키길 원했지만,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홍콩인들의 완전한 복종이었다. - P123

경찰의 폭력, 시위 참가자들의 실종과 석연치 않은 죽음, 시위를 주도한 운동가들에 대한 습격이 이어졌다. 공권력에 대한 신뢰는 사라졌다. 비폭력 시위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대다수가 평화 시위를 이어갔지만, 경찰과 대치하는 선봉에선 청년들이 폭력으로 경찰에 맞서기 시작했다.(중략) 언제라도 체포되거나 ‘의문사‘ 당할 수 있다고 불안해하면서 많은 청년들이 유서를 써두고 시위에 나섰다. - P123

오랫동안 홍콩인이란 정치에 무관심하고 각자도생에 바쁜 이들로 여겨졌다.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홍콩의 정치는 친영국 엘리트들과 부동산 재벌 · 자본가들만의 것이었다. - P134

우산혁명이 좌절한 이후 ‘우산세대‘가 등장했다. 이들은 부모 세대의 중국 시민사회 지원에 큰 관심이 없었다. 중국은 남이고 우리는 홍콩인이란 정체성이 높아졌다. 홍콩 민주화를 넘어 홍콩 독립을 강조하는 본토주의 단체들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홍콩에서 원정 출산, 싹쓸이 쇼핑, 부동산 투기를 하는 대륙인들에 대한 노골적 혐오감을 드러내는 인종주의적 주장도 나왔다. - P136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일부가 미국과 영국 국기 등을 흔들면서 외국 정부의 개입을 요구한 것은 논란과 파장을 몰고 왔다. (중략)
중국공산당은 이 지점에 주목했다. 시위대 일부의 반중국, 독립 주장을 지목하며 홍콩 시위대 전체를 "매국노"로 규정했다. (중략)
중국 지도부는 홍콩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대신, 이들의 절박한 시위를 안보 불안의 문제로만 보았다. - P127

홍콩의 좌파 활동가 연구자 그룹인 라우산Lausan은 2020년 5월 22일 발표한 글에서 "최근 몇 년 사이 홍콩 민중운동은 중국을 이웃나라 혹은 적대적 대상으로 보는 논법을 써왔지만 이런 논리로는 중국공산당의 민족주의에 맞설 수 없다"며 "국가 안보라는 미명하에 억압당하고 있는 대륙 내의 인민들과 단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 P129

"지금 중국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희망을 정부나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에게 둔다. 그들은 우리가 (톈안먼 시위를 했던) 30년 전에 상상했던 것을 이미 뛰어넘었다. 그들이 권리를, 그리고 어떻게 싸워나갈지를 자각한다면, 여기에 희망이 있다." 그는 "중국공산당 정부는 노동자 가족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권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들이 직면한 가장 큰 정당성 이슈는 부의 재분배 문제다. 이런 긴장 때문에 중국 노동자들은 계속 힘을 얻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P134

"30년 전 베이징에서 우리는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자유라고 불리던 어떤 것을 간청하다가 탄압을 당하자 바로 포기했다. 우리가 그것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홍콩의 젊은이들은 구걸하지 않고 요구한다. 그들은 자유 속에서 살아왔고 이제 누군가 그것을 빼앗아가려 하기 때문이다. 이 점이 근본적 차이다. 이 사람들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 - P136

6월 30일 밤 11시 보안법이 시행되면서 홍콩은 순식간에 낮선 공간으로 변했다. 보안법은 정부에 대한 비판은 물론, 홍콩의 사회운동 단체가 해외 인권 단체나 정치조직과 연대하는 것까지 국가분열, 외세 결탁 등의 죄목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해서 중국과 홍콩 당국이 비판 세력을 마음대로 탄압할 수 있는 요술방망이임이 드러났다. - P139

중국 당국은 톈안먼에서 제기된 민주와 평등의 요구 그리고 부패와 특권에 대한 문제 제기를 진압해버린 뒤에 저항수단을 잃은 국유기업 노동자들을 대량으로 해고하고 농촌에서 도시로 온 농민공들에게 제대로 권리를 주지 않은 채 저임금 노동력으로 활용해 급격한 시장화 개혁을 추진했다. 이것이 오늘날 중국 사회의 심각한 빈부격차, 농민공들이 겪는 심각한 차별의 주요한 기원이 되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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