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인들은 시진핑 시대 들어 크게 악화된 중국 대륙의 권위주의, 통제, 감시가 홍콩인들에게도 강요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일국양제‘ 약속에 보장된 홍콩인들의 삶의 방식을 지키고 민주화를 진전시키길 원했지만,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홍콩인들의 완전한 복종이었다. - P123
경찰의 폭력, 시위 참가자들의 실종과 석연치 않은 죽음, 시위를 주도한 운동가들에 대한 습격이 이어졌다. 공권력에 대한 신뢰는 사라졌다. 비폭력 시위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대다수가 평화 시위를 이어갔지만, 경찰과 대치하는 선봉에선 청년들이 폭력으로 경찰에 맞서기 시작했다.(중략) 언제라도 체포되거나 ‘의문사‘ 당할 수 있다고 불안해하면서 많은 청년들이 유서를 써두고 시위에 나섰다. - P123
오랫동안 홍콩인이란 정치에 무관심하고 각자도생에 바쁜 이들로 여겨졌다.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홍콩의 정치는 친영국 엘리트들과 부동산 재벌 · 자본가들만의 것이었다. - P134
우산혁명이 좌절한 이후 ‘우산세대‘가 등장했다. 이들은 부모 세대의 중국 시민사회 지원에 큰 관심이 없었다. 중국은 남이고 우리는 홍콩인이란 정체성이 높아졌다. 홍콩 민주화를 넘어 홍콩 독립을 강조하는 본토주의 단체들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홍콩에서 원정 출산, 싹쓸이 쇼핑, 부동산 투기를 하는 대륙인들에 대한 노골적 혐오감을 드러내는 인종주의적 주장도 나왔다. - P136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일부가 미국과 영국 국기 등을 흔들면서 외국 정부의 개입을 요구한 것은 논란과 파장을 몰고 왔다. (중략) 중국공산당은 이 지점에 주목했다. 시위대 일부의 반중국, 독립 주장을 지목하며 홍콩 시위대 전체를 "매국노"로 규정했다. (중략) 중국 지도부는 홍콩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대신, 이들의 절박한 시위를 안보 불안의 문제로만 보았다. - P127
홍콩의 좌파 활동가 연구자 그룹인 라우산Lausan은 2020년 5월 22일 발표한 글에서 "최근 몇 년 사이 홍콩 민중운동은 중국을 이웃나라 혹은 적대적 대상으로 보는 논법을 써왔지만 이런 논리로는 중국공산당의 민족주의에 맞설 수 없다"며 "국가 안보라는 미명하에 억압당하고 있는 대륙 내의 인민들과 단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 P129
"지금 중국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희망을 정부나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에게 둔다. 그들은 우리가 (톈안먼 시위를 했던) 30년 전에 상상했던 것을 이미 뛰어넘었다. 그들이 권리를, 그리고 어떻게 싸워나갈지를 자각한다면, 여기에 희망이 있다." 그는 "중국공산당 정부는 노동자 가족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권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들이 직면한 가장 큰 정당성 이슈는 부의 재분배 문제다. 이런 긴장 때문에 중국 노동자들은 계속 힘을 얻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P134
"30년 전 베이징에서 우리는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자유라고 불리던 어떤 것을 간청하다가 탄압을 당하자 바로 포기했다. 우리가 그것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홍콩의 젊은이들은 구걸하지 않고 요구한다. 그들은 자유 속에서 살아왔고 이제 누군가 그것을 빼앗아가려 하기 때문이다. 이 점이 근본적 차이다. 이 사람들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 - P136
6월 30일 밤 11시 보안법이 시행되면서 홍콩은 순식간에 낮선 공간으로 변했다. 보안법은 정부에 대한 비판은 물론, 홍콩의 사회운동 단체가 해외 인권 단체나 정치조직과 연대하는 것까지 국가분열, 외세 결탁 등의 죄목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해서 중국과 홍콩 당국이 비판 세력을 마음대로 탄압할 수 있는 요술방망이임이 드러났다. - P139
중국 당국은 톈안먼에서 제기된 민주와 평등의 요구 그리고 부패와 특권에 대한 문제 제기를 진압해버린 뒤에 저항수단을 잃은 국유기업 노동자들을 대량으로 해고하고 농촌에서 도시로 온 농민공들에게 제대로 권리를 주지 않은 채 저임금 노동력으로 활용해 급격한 시장화 개혁을 추진했다. 이것이 오늘날 중국 사회의 심각한 빈부격차, 농민공들이 겪는 심각한 차별의 주요한 기원이 되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P1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