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가 서술하고 있는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일본인은 패전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역사를 논할 때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를 함으로써 일본인의 아이덴티티가 분열하고 있다. 또한 파괴를 간절히 바라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그러한 일본의 왜곡된 아이덴티티를 고질라가 상징하는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의 상황은 고질라가 스크린에서 뛰쳐나와 일본 본토를 습격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인은 어떤 대응을 했는가? 가림막을 설치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한다. 심지어 프로젝터로 그 가림막에 번영하는 일본의 모습을 투사해 바라보고 있다." - P177
전후 체제가 끝나려고 할 때 속마음이 분출합니다. "우리는 이런 것을 아주 싫어한다. 우리는 진실로 패한적이 없기 때문에 서양식의 리버럴한 가치관 따위는 받아들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 P181
일본은 ‘패전의 부인‘이 병의 원인이긴 하지만 일본 말고도 모든 국민국가는 원점에서 뭔가를 부인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나라는 자국의 정통성에 관하여 어느 정도는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때 국가의 성립에 관한 정통성에 어울리지 않는 ‘불편한 진실‘을 부인합니다. 그런 식으로 조작하지 않은 나라는 아마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 P181
각각 방법이 다르고 의거한 이야기도 다르지만, 패전 사실을 솔직하게 전면적으로 받아들인 패전국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모든 패전국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패전을 부인했습니다. 아마도 패전의 부인이 야기한 병세가 가장 심각한 쪽은 일본과 프랑스일 테죠. 저마다 드러난 모습은 완전히 다르지만 ‘패전의 부인‘이 정치 왜곡의 뿌리라는 점에서는 모두 똑같습니다. - P185
자민당의 고치카이 같은 그룹은 아베 패거리에 비하면 훨씬 나은 편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그들이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견해가 지금의 자민당 정치에 일정한 알리바이로 기능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다모가미 도시오라는 사람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베는 이런저런 입장이 있기 때문에 자제해서 말할 수밖에 없다. 아베의 본심은 나와 완전히 똑같다. 아베가 자신의 입장에서 말할 수 없는 것을 내가 대신해서 말한다"고 말이죠. 다모가미는 온통 틀린 얘기만 하고 다니는 사람이지만 이 말만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 P192
왜 저 엘리트들은 싸우지 않을까요? 바로 역겹기 짝이 없는 엘리트 의식 때문입니다. 그들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이기 때문에 국가가 어떻게 바뀌더라도 국가의 지도적 중핵에 서 있는 자신들의 위상 자체는 변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어떻게 바뀌든 나는 언제나 위에 있을 테니까 상관없다. 지는 승부는 하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라 할 수 있겠지요. - P193
원전 사고 경우에도 국민 사이에서는 가능한 한 잊고자 하는 경향이 대단히 강합니다. 따라서 무의식 안에서는 파국에 이르는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한편,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괜찮아, 별일 아닐 거야"라며 현실을 부정합니다. 기묘한 균형이랄까, 양가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 P197
STAP 세포 사건 당시 주간지에서 ‘이과계 여성‘이니뭐니 하며 치켜세우더니 그 후 하루아침에 내팽개칩니다. 높이 치켜세워야 떨어질 때 낙차가 커지기 때문에 한껏 추어올리죠. ‘이놈은 머지않아 떨어져‘라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적절한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높이까지 들어 올립니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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