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은 2007년부터 박막형TV에 매년 2000억 엔 전후의 투자를 이어갔고, 샤프는 2009년 사운을 걸고 오사카부 사카이에 대형 액정패널 제조공장을 건설했다. 둘다 아날로그 방송에서 지상파 디지털방송으로의 이행을 염두에 둔 투자였지만, 이 무렵은 이미 ‘방송‘에서 ‘인터넷‘으로의 미디어 전환을 예견할 수 있던 시기였다. 플라즈마든 액정이든 TV는 이제 우리 생활의 기간 미디어가 아닌 것으로 되어가고 있었다. - P68

1990년대 컴퓨터의 주류가 메인프레임에서 PC로 변화하자 IBM도 후지쓰도 함께 힘을 잃었다. 얼마 안가 후지쓰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사업을 차례로 잘라내 매각하기 시작한다. 컴퓨터는 지금은 ‘전자계산기‘에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로 그 존재양태를 전환해가고 있지만, IBM도 후지쓰나 NEC, 히타치도 이 전환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 P71

고도성장기 성공체험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본기업은 그 시기 확립된 ‘일본적 경영‘의 질서유지에 집착했다. 버블붕괴 후 위기의 와중에서도 질서 파괴를 기피함으로써 전체가 서서히 침몰해갔던 것이다. - P85

곤이 이끌던 닛산의 성공은 일본 사회에 ‘신화‘를 만들어냈다. 해외에서 온 ‘이방인‘ 경영자가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일본기업에 대해 파격적인 개혁을 단행하고, 차례로 장벽을 돌파하며 성장으로 이끌어가는 신화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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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의 최적화는 전체의 최적화와 다르다. 부분적으로는 아무리 똑바로 쌓아올려도, 전체가 똑바르게 되지는 않는다. - P9

사람들은 성공에서는 배우지 못한다. 오히려 실패로부터, 성공보다도 훨씬 많은 것을 배운다. 참고로 스웨덴에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멀지 않은 헬싱보리에 규모는 작지만 민간이 지은 실패 박물관도 있다. 20세기 산업디자인의 실패작을 모아놓은 것으로 바사호 박물관과는 무관하지만, 나라에는 ‘실패에서 배운다‘는 사고방식이 시민들 사이에 널리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 P10

이데이의 경영은 매니지먼트적으로는 합리적이었지만, 소니라는 특이한 기업체의 독창성을 빼앗는 결과를 가져왔다. 즉, "전문성이 높은 사일로를 만드는 것에 의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회사의 효율화를 높이는 듯" 보였으나 각 사일로의 경영진은 "라이벌 기업뿐 아니라 회사 내 여타 부서로부터도 ‘몸을 지키려‘ 했다. 타부서와 참신한 아이디어를 공유하지 않게 되고, 우수한 사원의 타부서 이동도 꺼리게 됐다. 부서 간 협력이 사라졌고, 실험적인 브레인스토밍이나, 단기간에 이익을 창출할 수 없는 장기투자도 미루게 됐다. 어느 누구도 리스크를 감당하는 것에 소극적이 되어버렸다. " - P14

일본의 전기산업은 한국과 대만에 완패했다. 이 패배의 원인을 반드시 버블붕괴와 대불황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오히려 소니가 워크맨 이후 아이패드와 아이폰이 등장할 가능성을 깨닫지 못한 채 당시 가정에 인기가 있던 게임기 개발에 열중했던 것처럼, ‘가전‘ 카테고리가 붕괴한 정보사회의 미래상을 일본 기업들이 진지하게 내다보지 못한 것이 실패의 주요 원인이다. - P16

‘헤이세이‘의 30년을 일본의 단계적인 쇠퇴과정으로 본다면, 4개의 ‘쇼크‘가 이 과정에 박차를 가했다. 제1의 쇼크는 1989년에 정점을 찍은 버블경제의 붕괴이고, 제2의 쇼크는 1995년의 한신·아와지대지진과 옴진리교 사건이다. 제3의 쇼크는 2001년의 미국 동시다발테러와 이후 국제정세의 불안정화, 제4의 쇼크는 물론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다. ‘헤이세이‘는 일본사회가 이 4개의 국내외 쇼크와 이후 변화에 대한 대응을 강요받으며 스스로의 모습을 바꿔간 과정이다. - P30

이 두 번의 쇼크가 발생한 시점의 정권이, 전자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후자는 간 나오토라는 비자민당 총리의 지휘 하에 있었던 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두 번의 쇼크와 자민당의 총리는 조우하지 않았다. 이 자체는 역사의 우연이지만, 이후 정치의 변화에는 영향을 미쳤던 것은 아닐까. - P33

어떤 경우든 쇼크 몇년 뒤에는 자민당의 포퓰리즘 정권이 탄생했다. 미국처럼, 쇼크 뒤 재난자본주의가 직접 도입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1995년 쇼크 발생 몇년 뒤 정국은 우정민영화로 향했고, 2011년 쇼크 이후 도쿄올림픽 개최로 나아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재해와 심각한 사고, 불황과 국가 이벤트 개최, 공공부문의 민영화 사이에는 분명 노골적인 연계가 있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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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대체 왜 한한에 그토록 열광하는가? 혹자는 언론이 띄워준 탓이라 할 것이고, 혹자는 그저 시대가 잘 맞아떨어졌을 뿐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옮긴이가 생각하기에 가장 핵심적인 것은, 그가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 P486

한한은 꼰대들이 제시하는 이러한 길 말고 또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남과 다른 길을 걷더라도,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성공에까지 이를 수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도 그냥 성공하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쿨‘하고 멋지게 성공할 수 있음을, 한한은 자신의 사례로 몸소 보여준다. - P487

물론 한한의 글이 우리에게 무슨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은 아니다. 한한과 함께 수많은 머저리와 꼰대를 신나게 공격한 후에 우리에게 남는 것은, 어쩌면 더 깊은 허망함일 수도 있다. 세상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도 않을 것이고, 사회가 갑자기 더 좋은 곳으로 바뀔 리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래 글이란 그러한 것이다. 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총칼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과는 다르다. 한한의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당신의 마음에 조그마한 파문이라도 일으켰다면, 세상은 이미 그만큼 변화한 것이다. - P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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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팡저우모」 선정 2009년 올해의 인물‘에서 한한은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한한이 사랑스럽고 존경할 만한 이유는그가 중국 사회에서 추구할 수 있는 최대한의 독립과 자유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자신이 가장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 P455

말을 할 때건 글을 쓸 때건 간에, 한한은 스스로가 늘 권위를 해체하려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 P456

난두저우칸: 뭔가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
한한: 있지만, 실제로는 한 개인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어요. 그런 건 결국 그리 큰 영향을 가져오지 못해요. - P460

난두저우칸: 눈치를 본 적이 있습니까?
한한: 항상 보죠. 어릴 적 작문을 할 때부터 그래왔는데, 선생님이 좋아할지 싫어할지 눈치를 살폈죠. 하지만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하면 지도자들께서 좋아하실지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지경입니다. 당국은 참 이상합니다. 당신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들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죠. 당신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그들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정부는 법을 하나 제정해야 합니다. 법의 이름은 ‘무엇을 말해야 하고, 무엇을 말해서는 안 되는가‘입니다. - P466

난두저우칸: 어떤 네티즌들은 쉬즈위안의 글에 엘리트주의가 너무 강하다고 말합니다. 당신은 보다 민초에 가까운 사람들을 대변합니까?
한한: 아닙니다. 더 엘리트적이거나 더 민초적이라는 구분은 없습니다. 제게 참말을 할 용기가 있다고들 하지만, 중국에 참말을 할 용기가 있는 사람은 적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 가지, 즉 이것이 문학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잊지 않는 것입니다. 참말을 하는 것과 글을 잘 쓰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 P470

문제를 시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분명 정확한 견해입니다. 어느 시대건 경솔하고 멍청한 면이 있기 마련입니다. 쉬즈위안이 예전에 쓴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관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잡문을 쓰는 사람들은 모두 무의미하게 올바르기만 합니다. 누가 봐도 당신이 옳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입니까? 쉬즈위안도,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사회가 무의미한 올바름에만 집착할 때 유의미한 잘못은 생존의 공간을 잃게 된다는 점입니다. - P472

동기를 가지고 사람을 의심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동기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게 되면 무척 피곤해집니다. 모든 지식인, 좋은 사람, 자선사업가가 의심의 대상이 됩니다. 이는 정말 사람을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일이죠. 동기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나쁜 사람입니다. 사람의 동기란 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동기를 의심하는 것보다 그 결과를 추궁하는 편이 낫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동기를 결코 의심하지 않습니다. - P474

진짜로 형편이 어려울 때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사 광고는 정말 못 써주겠다, 대신 프런트에 서서 얼굴마담 노릇을 해주겠다고요. 아마 프런트를 맡아주는 일의 대가는 광고를 써주는 금액의 몇 분의 일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 몸은 괜찮은 상업 브랜드와 계약할 수 있어도, 아쉽게도 제 글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중략)
만약 제가 모든 상업적 행위를 거절하고, 또 체제 내에서 작업하지 않고, 아무런 조직에도 의지하지 않으면서도 항상 이런 스타일로 글을 쓰는 것이 보고 싶다고 하신다면, 저는 아마 몸을 팔러 다니는 수밖에 없을 것 같군요. - P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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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에 맞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 당신이 진지하면 진지할수록 그는 더욱 진지하지 않은 행동을 한다. 당신이 깜짝 놀라 혼비백산하면 그는 아무 일도 아닌 양 행동할 것이다. - P441

그에게 제도권 편집자가 될 준비는 잘 했느냐고 묻자,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않는 성격이 대번 발휘되었다. 그는 제도권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의 기준이 애매모호하다고 비판한 후, 새 잡지는 제도권에 속한 잡지처럼 운영하지 않을 것이고, 개성 있게 만들어낼 것이다. 자신도 고리타분한 제도권에 속하는 편집자가 될 생각이 없고, 위험에 대해서라면 생존해나갈 수 있다면 계속하고, 계속할 수 없다 해도 유감은 없다고 말했다. - P442

난두저우칸: 루진보의 말로는 잡지에 많은 유명인들의 글이 실린다고 하던데.
한한: 분명 유명인들, 혹은 내가 인정하는 사람들이 좀 있다. 그 사람들은 원고도 제일 먼저 보내왔고, 수준도 제일 높았다. 반대로 투고를 받은 원고들은 별로였다. 하지만 죄다 유명인의 글만을 실을 수는 없는데, 그렇게 한다면 특정 집단 내부의 교류가 되고 만다. - P443

난두저우칸: 당신의 사진으로 표지를 만들 계획이 있는가?
한한: 그러지 않을 것이다. 이 잡지는 개인의 것이 아니며,
나는 개인적 영향력을 이용해서 독자를 끌어모으고 싶지 않다. 잡지에 글을 싣는 작가들이 나를 모방하지 않기 바란다. 그런 잡지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잡지의 편집자란 마땅히 그 방향만을 결정하는 사람이어야 하며, 어느 날 내가 편집을 맡지 않게 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 영향력에 의존해서는 잡지가 살아남을 수 없다. 나는 내 개인의 자서전 같은 분위기로 잡지를 만들고 싶지 않다. - P444

지금의 문학잡지들은 훌륭하다고 보기 어려운데, 오래된 것들은 너무 오래된 티가 나고 새로 나오는 것들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 세상은 무척 현실적이다. 집값이 그토록 높으니, 많은 사람들의 꿈은 집을 한 채 갖는 것이 되어버렸고, 여자들은 모두 돈 많은 남자에게 시집가기만을 바라며, 사회의 모든 꿈이 이런 물질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런 잡지들이 또다시 이런 것들을 부추기니, 아주나쁜 짓이다. 사람들에게는 꿈이 있어야 한다. - P446

원고료는 업계 표준의 10배에서 40배 정도로 결정했는데, 한한은 문화 시장의 파괴자가 되려 한다며, 문화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한다. 만일 잡지가 잘 안 팔린다면 그만둘 거라 한다. - P449

내가 제일 종사하고 싶은 업종은 부동산업이다. 나는 집을 지은 다음, 사람들에게 1제곱미터당 몇백 위안밖에 받지 않겠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람들에게 원가가 얼마나 들어가는지를 가르쳐주고 싶다. - P451

내게 있어서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하나의 문학잡지로서 우리가 작가들에게 지불하는 원고료가 1000만 위안이라는 것이다. 국내의 어떤 잡지도 우리와 비교할 수 없다. 나는 이 시장을 깨부수러 왔다. 문학잡지의 원고료가 올라가기를 희망한다. (중략) 나는 시장가격을 끌어올리려 한다. - P452

난두저우칸: 파괴자가 되기를 즐기는 것 같다.
한한: 글쓰는 사람들이 너무 가난하기 때문이다. 후순위표를 보라, 모조리 무슨 부동산 하는 사람들이며, 작가가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문화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토록 가난하니, 우리는 문화 대국이라고 말할 면목이 없다. - P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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