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드라마 : 특수사건전담반 TEN 시즌 1 (4disc)
이승영 감독, 조안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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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에 대한 호평을 여러 곳에서 많이 들어서 찾아 보았다. 이 TEN 말고도 OCN에서 오리지널로 제작한 수사물들은 꽤 좋은 평을 받는 모양인데, 일단 정통 수사물을 표방하고 나온 이 TEN에 가장 관심이 가서 찾아 보게 되었다. 나흘 만에 시즌2까지 쭉 달렸다..

요즘은 계속 미드만 보고, 아주 가끔 영드나 일드를 보고 있었는데 한국 드라마는 정말 오랜만에 봤다. 사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드라마의 국적보다는 소재라, 어느 나라 드라마를 보든 수사물만 찾아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취향 때문에 이 TEN도 볼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수사물이 아니었으면 아마 안 봤을 듯..;


'특수사건 전담반 TEN'이란, 범인 검거 확률 10% 미만의 강력 범죄를 수사하는 전담팀을 의미한다.(2시즌 끝까지 보고도 몰랐다가 프로그램 홈페이지의 소개를 보고야 알았다; 그래서 TEN이었구나..) 시즌1의 첫화, 두 시간이 넘는 특집편에서, 7년 전에 발생했던 사건과 같은 수법으로, 얼굴에 청테이프가 칭칭 감겨 질식사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경찰청에서는 이 잔인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7년 전 문제의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전직 경찰이자 현 경찰대학 교수인 여지훈을 불러들인다. 여지훈은 신참 형사인 박민호를 조수 삼아 이 청테이프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한편 같은 시점에 전혀 다른 사건인 듯 보이던 살인사건과 실종사건을 조사하고 있던 백도식 형사와 남예리 형사가 수사 도중 이 사건들이 청테이프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이 네 사람은 함께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이 사건을 해결한 후 경찰청의 정우식 국장은 여지훈에게 정식으로 국장 직속 팀을 꾸리라는 제안을 하고, 여지훈은 이 사건을 함께 수사했던 형사들을 그대로 팀에 합류시켜 TEN이라는 특수사건 전담팀이 탄생하게 된다.


TEN팀의 최초의 사건, 즉 이 청테이프 사건을 수사하면서 예전에 'F'라고 불렸던 사건과의 연관성이 드러난다. 이 'F' 사건은 여지훈 팀장의 과거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F라는 사건은 이 시리즈 전체를, 즉 시즌2까지를 관통하고 있다. 시즌1에서는 F사건과 관련된 여지훈 팀장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나고, 팀원들과 그 사건의 인연도 드러난다. 시즌1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F사건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그 에피소드는 시즌2 초반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일견 해결된 듯 보였던 F사건에 아직도 비밀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런 비밀을 남긴 채 시즌2는 의미심장한 장면을 끝으로 종결이 된다.

아직 시즌3 제작이나 방영에 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는 모양인데-결정이 됐는데도 이렇게 아무 말도 없을 리는 없다고 본다-이렇게 떡밥 회수 다 못 한 채로 그냥 끝나면...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_-


이 F사건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시즌1과 2는 각각 조금 다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시즌1에서는 일단 F사건과 관련된 여지훈 팀장의 과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 팀장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나 과거에 관해 얘기하는 대사가 적절히 표현되어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그리고 시즌2에서는, F사건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아직 비밀이 남아 있고, 그 비밀을 지킬 것인가 혹은 밝힐 것인가가 중점이 된다. 여지훈 팀장이 몇몇 사건들을 수사하면서 사건에 숨어 있는 비밀을 대하는 태도, 사건 관계자들로 하여금 그 비밀에 대면하게 하는 태도가 시즌2 내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정작 그 여지훈 팀장에 관한 비밀, 팀원들은 알지만 팀장만 모르고 있는 그 비밀을 그에게 밝혀야 할지 아니면 지켜야 할지에 대해 팀원들은 팀장의 태도를 보며 고민하게 된다.


시리즈의 주된 노선은 이러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드라마는 옴니버스식의 수사물 드라마이다. 즉 매 화 다른 사건이 일어난다. 개인적으로 사건 자체의 재미는 시즌1이 조금 더 나았다고 본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수사물로서의 재미는 시즌1의 사건들이 좀더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시즌2에서는 너무 '감정'이라는 측면이 강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사실 시즌1에서도 감정적인 측면이 많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시즌2가 더욱 그러하다) 특히 시즌2의 3편 같은 경우는 나는 상당히 불만스러웠다. 다른 편들도 그보다는 나은 정도였지만 너무 감정적이라는 느낌은 여전했다.


한국 드라마를 너무 오랜만에 보다 보니 조금 적응이 안 된다는 느낌도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봤다. 캐릭터 설정은 대체로 괜찮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지훈 캐릭터가 좀 ...뭐랄까 오글거린달까.. 대사며 성격이... 그래도 시즌1때의 냉정함이 강조된 캐릭터가 시즌2보다는 좀더 나았던 것 같다.

백형사 캐릭터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박민호 캐릭터도 괜찮은데 나는 시즌1때의 이미지랄까 스타일(특히 머리모양;)이 더 마음에 들었어서 시즌2를 보는 내내 조금 아쉬웠다. 귀여워지긴 했지만 어딘가 좀 날티가 나는 느낌이라;;

남예리 캐릭터는 일단 내가 조안이라는 여배우를 좋아해서 즐겁게 봤다. 조안은 별순검 오리지널(OCN에서 방영한 시즌들 말고 06년인가 아주 오래 전에 MBC에서 처음 방영했던 드라마)에서 처음 보고 그 때부터 마음에 들었던 배우였기 때문에 좋아하는 배우의 연기를 이 드라마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시즌2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팀원 중 한 명의 납치사건이라는 큰 사건으로 시즌의 피날레를 인상적으로 장식했다. 그러나 그 사건 해결 이후에 시청자들로 하여금 의문을 가지게 하는 의미심장한 장면이 더 나옴으로써 다음 시즌에 대한 포석을 깔아 두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다음 시즌은 과연 제작될 것인지, F사건은 과연 영원한 미제 사건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다음 시즌에서 속시원히 해결될 것인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시즌2의 마지막 부분에 소나기가 내리는 장면은 TEN팀의 네 사람이 처음으로 같은 장소에서 마주쳤던 첫 에피소드의 그 장면을 상기시키는데, 이 소나기가 과연 팀의 시작과 짝을 이루는 팀의 결말을 의미하는 것인지, 혹은 그 때 네 사람이 만났듯 결국 또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것을 상징하는 것인지, 아직 좀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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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 1 - 개정판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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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닌 타인에 대한 사랑을 견디지 못해서 쓴 글이어야 창작이다.-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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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천년을 사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 23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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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선택해야 한다면 최소한 세르반테스는 읽었어야 한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무엇 때문인가? 만약에 어느 독자아게 『천일야화』(전체) 또는 『칼레발라』가 훨씬 더 중요하고 급박하였다면? 더구나 여기에서 고려되지 않은 것은, 훌륭한 독자들은 어떤 작품을 사랑할 경우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번 다시 읽으며, 가령 프루스트를 네 번 읽은 사람은 다른 책들, 아마도 자신에게는 덜 중요한 다른 책들을 읽을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독자들이여, 안심하시라. 열 권의 책을 읽든 같은 책을 열 번 읽든, 똑같이 교양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단지 전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나 걱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이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들이다.-129-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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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이야기들에 둘러싸여 사는 것만큼 큰 호사가 없다. 아무리 좋은 것, 맛있는 것, 예쁜 것을 가지게 되더라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다면 그 삶은 재미없고 지루할 것이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들을 접할 수 없다면 다른 조건이 모두 충족되더라도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야 나는 "내가 상상하기에 천국은 도서관과 같은 모습일 것이다"라는 보르헤스의 말을 이해한다. 손만 뻗으면 세상의 모든 이야기에 닿을 수 있는 그런 곳이야말로 진짜 천국일 것이다.


책을 산다는 것은 결국, 이야기를 소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집에는 내가 책을 보태지 않아도 이미 책이 쌓여 있고 쉼없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계속해서 책을 사다 늘리는 것은 결국 '이야기'를 소유하고 싶은 욕구에 다름 아니다. 책을 사고, 읽고, 밤을 지새워 읽어도 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책을 사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은 내 마음에 드는 이야기, 내 기억에 남을 만한 이야기, 내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줄 만한 그런 좋은 이야기들을, 내가 소중하게 간직하게 될 이야기들을 찾아 헤매는 과정일 것이다. 책뿐만 아니라 어느 시점부터는 영화나 드라마의 DVD도 사 모으게 되었는데, 영화의 경우 내가 보지 않은 영화의 DVD를 사는 것이 아니라 일단 한 번 보고 마음에 든 영화의 DVD를 사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만 봐도, 마음에 든 이야기들을 소유하고 싶어서 사는 것이라는 것이 확실해진다.

생각해 보면, 나는 내가 돈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 거의 항상 책을 샀다.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서 적어도 한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추가 마일리지를 받을 정도의 금액을 채워 주문하곤 했다. 멤버십이 최고 등급을 찍은 적도 여러 번이다. 그나마도 내가 한국에 있는 것이 아니니 그 정도이지, 계속 한국에 있었다면 아마 그 등급을 쭉 유지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다.

결국 나는, 내게 있어 '이야기'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전부터, 이야기를 소유하고 싶다는 내 욕구를 인식하기 전부터도 이야기를 계속 모아 왔다는 것이 된다. 그런 내 무의식은 내가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것뿐, 오래 전부터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되었으니까, 혹은 대학에 입학한 후부터는 책을 항상 읽어야 하는 전공이니까, 그런 식으로 생각해 왔지만 사실은 이야기 그 자체가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다. 내 독서 성향이 문학작품 쪽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 역시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의 숭배자로서 나는 늘, 어떻게 되었건 간에, 소설이라고 하는 것은 모름지기 그 플롯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재미를 누릴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에코의 이 말을 처음 읽었을 때 무릎을 치며, 결국 내가 지금까지 가장 사랑했던 작가들은 이 원칙에 가장 충실했던 작가들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었다. 나는 아직도, 언제나, 앞으로도 끝없이, 훌륭한 플롯을 가진 멋진 이야기를 찾아 헤매며 그런 이야기들을 소유하는 데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일부러 그리 다짐하지 않는다 해도 나는 언제나 이 말을 실천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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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 2 - 개정판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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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토록 애타게 찾고 있던 사람이야말로 당신이 아니던가. 나는 여기에 있다.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며 여기에 있다. 당신을 알아보지 못해서 나는 번번이 당신을 잃지 않았던가? 당신을 알아보고도 두려워서 번번이 당신을 잃지 않았던가? 당신을 알아보고도, 당신을 잃어버려야 할 것 같아서 번번이 잃지 않았던가?-725-7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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