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식의 입장에서 느끼는 모성과 육아를 하는 입장에서의 모성은 굉장히 다를 수밖에 없다. 나의 엄마로부터 경험한 모성은 절대적이지만, 그만큼 타인의 모성은 비이성적으로 보이기도 쉬운 것이다. 그건 마치 무조건적인 사랑과 한없는 이기심의 충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혀 다른 그 두 개념을 마치 같을 것이라고 여기는 건 타인의 모성을 이해할 수 없는 것, 더 나아가 불편한 것이라고 느끼게 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 P201
‘나는 약자‘라는 프레임에 기대서 당면한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일을 귀찮아하고 회피하려는 심리를 가진 이들에게, 맘카페는 편리한 문제해결사다. 내가 그저 "저만 불편한가요?"라고 쓰면, 맘카페의 회원들은 알아서 공감해 주고 힘을 모아 집단적으로 공격해 준다. 그러니 이들에게 맘카페라는 공간은 당사자가 결국에는 알아서 "죄송합니다." 소리를 하게 만들고야 마는, 약자를 순식간에 강자로 만들어 주는 궁극의 편리함을 제공한다. ‘약자‘라는 프레임은 이렇게 내 손을 더럽히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거기에 더하여 ‘착함‘이라는 프레임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 P205
요약컨대, 맘카페는 마케팅 대상으로 잘 세분화(segmentation)된 회원의 집합소(cluster)이다. 일반적인 기업에서 마케팅을 기획할 때, 효과를 볼 마케팅 대상을 추려내고 집약시키는 작업조차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그런데 마케팅할 대상을 알아서 모아놓은 집합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선 광산에서 노다지를 발견하는 것과 같다. 판매해야 할 대상, 타깃(target)을 정확히 조준하여 마케팅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맘카페의 경우, 특정 지역 상권을 대상으로 하는 업체라면 마케팅의 정확도는 더욱 높아진다. - P211
‘우리 사회의 행복한 가정‘은 가족 내의 유대관계와 화목함보다도, ‘이러한 사회적인 목표를 달성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다시 말해 가정의 궁극적인 목표 달성은 엄마의 주된 미션이 되고, 또 그 목표의 실패는 엄마가 아이를 잘못 키운 책임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엄마에게 있어 맘카페에서 얻어야 할 정보는 내 자식, 내가족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정보라는 의미가 된다. - P212
모성의 사회적 의미가 여성을 옭아맨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결국 우리 사회의 모성은 자신이 정한 것보다 타인이 만들어낸 잣대, 외부적 잣대에 끼워 맞춰져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사실 여성의 내면과 삶의 가치관이 굳건하다면 자녀를 어떻게 키우든지 누가 뭐라 해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살면 된다. 그러나 이 사회는 여성과 엄마에게 바라는 것이 너무도 많다. 이 과정에서 엄마로서의 긍정적인 정체성이 약해져 있다면, 모성은 한낱 자신을 옭아매는 기제로 느껴질 것이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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