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감이 조성되는 현상도 간과할 수 없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공포심이다. 아이를 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항상 시끄러운 아이들은 그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다. 이런 아이들의 단편적인 모습은 사회적으로 육아 자체가 오로지 매우 힘든 것으로만 인식하게끔 한다. 육아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선택하고 싶지도, 더 깊이 알고 싶지도 않은 삶의 형태가 되는 것이다. - P259

우리가 타인의 모성을 불편해하는 이유는 본능에서 찾을 수 있다. 모성이 원래 아주 동물적인 본성이기 때문이다. 모성은 애초에 내 자식의 생존과 번식을 목적으로 하는 감정이다. 그래서 이 감정은 내 자식을 생존시키겠다는, 아이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때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이기심으로까지 변질되기 쉽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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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애 엄마들은 브런치를 먹지 말아야 할까? 여기엔 두 가지 측면의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 경제력이 단절된 여성이 호의호식하는 것에 대한 혐오와 육아와 가사노동에 대한 가치 절하다. 특히 여기에는 전업주부를 경제적 무능력자로 간주하는 시선과 그러한 무능력함에 대한 혐오가 짙게 깔려 있다. 즉, 그런 여성들은 아이와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편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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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식의 입장에서 느끼는 모성과 육아를 하는 입장에서의 모성은 굉장히 다를 수밖에 없다. 나의 엄마로부터 경험한 모성은 절대적이지만, 그만큼 타인의 모성은 비이성적으로 보이기도 쉬운 것이다. 그건 마치 무조건적인 사랑과 한없는 이기심의 충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혀 다른 그 두 개념을 마치 같을 것이라고 여기는 건 타인의 모성을 이해할 수 없는 것, 더 나아가 불편한 것이라고 느끼게 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 P201

‘나는 약자‘라는 프레임에 기대서 당면한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일을 귀찮아하고 회피하려는 심리를 가진 이들에게, 맘카페는 편리한 문제해결사다.
내가 그저 "저만 불편한가요?"라고 쓰면, 맘카페의 회원들은 알아서 공감해 주고 힘을 모아 집단적으로 공격해 준다. 그러니 이들에게 맘카페라는 공간은 당사자가 결국에는 알아서 "죄송합니다." 소리를 하게 만들고야 마는, 약자를 순식간에 강자로 만들어 주는 궁극의 편리함을 제공한다. ‘약자‘라는 프레임은 이렇게 내 손을 더럽히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거기에 더하여 ‘착함‘이라는 프레임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 P205

요약컨대, 맘카페는 마케팅 대상으로 잘 세분화(segmentation)된 회원의 집합소(cluster)이다. 일반적인 기업에서 마케팅을 기획할 때, 효과를 볼 마케팅 대상을 추려내고 집약시키는 작업조차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그런데 마케팅할 대상을 알아서 모아놓은 집합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선 광산에서 노다지를 발견하는 것과 같다. 판매해야 할 대상, 타깃(target)을 정확히 조준하여 마케팅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맘카페의 경우, 특정 지역 상권을 대상으로 하는 업체라면 마케팅의 정확도는 더욱 높아진다. - P211

‘우리 사회의 행복한 가정‘은 가족 내의 유대관계와 화목함보다도, ‘이러한 사회적인 목표를 달성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다시 말해 가정의 궁극적인 목표 달성은 엄마의 주된 미션이 되고, 또 그 목표의 실패는 엄마가 아이를 잘못 키운 책임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엄마에게 있어 맘카페에서 얻어야 할 정보는 내 자식, 내가족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정보라는 의미가 된다. - P212

모성의 사회적 의미가 여성을 옭아맨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결국 우리 사회의 모성은 자신이 정한 것보다 타인이 만들어낸 잣대, 외부적 잣대에 끼워 맞춰져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사실 여성의 내면과 삶의 가치관이 굳건하다면 자녀를 어떻게 키우든지 누가 뭐라 해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살면 된다. 그러나 이 사회는 여성과 엄마에게 바라는 것이 너무도 많다. 이 과정에서 엄마로서의 긍정적인 정체성이 약해져 있다면, 모성은 한낱 자신을 옭아매는 기제로 느껴질 것이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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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나라 정벌 - 은주 혁명과 역경의 비밀
리숴 지음, 홍상훈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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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의 소설에서 소달기는 무시무시한 여우의 정령으로서 오로지 주창을 해치려고 음모를 꾸미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그녀가 바로 주창이 석방되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은혜는 주족에게 대단히 중요한 것이어서, 달기는 비록 많은 악명을 짊어지고 죽었으나, 주족이 천하를 탈취한 뒤에 무왕은 그녀의 가족을 중용했다. 주왕이 자살한 뒤에도 상 왕조는 완전히 멸망한 게 아니어서, 무왕은 주왕의 아들 무경 즉 녹보에게 은허에서 상나라 왕의 지위를 계승하게 했다. 이 무경은 소달기의 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주족이 소씨 가족을 두텁게 신임한 것은 후세의 소설과는 그야말로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고 하겠다. - P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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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나라 정벌 - 은주 혁명과 역경의 비밀
리숴 지음, 홍상훈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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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장괘>는 왜 강족을 숫양으로 나타내고 또 이렇게 은밀하게 묘사했는가? 나는 이것이 주족과 강족이 오래된 동족으로서 친연성이 있기 때문이리라고 생각한다. 주족으로서는 상 왕조를 대신해서 강족을 사냥하는 일이 도의상 일종의 치욕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역경』을 창작할 때 주창이 이미 상당히 상화되었고, 상족의 언어와 사유를 사용했을지라도, 대단히 은밀하게 표현하면서 심지어 ‘강‘이라는 글자조차 쓰려고 하지 않았다. - P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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