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처럼 잘도 먹는군, 이라는 소리를 듣고 프리다 맥파든을 사놓고 어딘가에 분명 뒀는데 왜 안 보이지 하고 찾아보니 책장 뒤쪽 한쪽 구석에 박혀서 보이지 않았던 것. 할 일이 그득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크한 글들만 읽다보니 이러다가 다 내버려두고 또 도망치고 싶어질까봐 뇌를 환기하도록 하자, 싶었다. 결코 당신은 믿지 못할 거예요, 라는 문장 하나에 꽂혀서 오 어디 읽어볼까. 



 그러니까 친구가 내내 프리다 프리다 프리다 하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만 해도 프리다 칼로,만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었으니까. 692,238개의 리뷰가 달린 걸 보고 오 역시 베셀답군. 그 중에 리뷰를 하나 읽고 시작. 인생은 장담할 수 없고 삶은 언제나 우리가 계획한 그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라는 속담이 겹쳐지기도. 하여 프리다 맥파든의 소설을 시작한다. 프리다 맥파든의 소설을 읽을 생각이 어제까지만 해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미 언젠가 책을 사두고 있었고 오늘이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라는 걸 먼지를 그득 먹은 책을 탁탁 털면서 알았다. 




  




"You won‘t believe it." - 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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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6-03-13 1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월엔 범죄소설 읽기에 딱인 것 같아요.ㅋㅋㅋ
프리다 맥파든 리뷰가 엄청나군요?
저도 맥파든의 소설 몇 권 읽었더랬죠. 그리곤 그쪽 세계로 완전 돌입!^^

수이 2026-03-13 18:48   좋아요 1 | URL
3월엔 범죄소설인가요? 전 스릴러 좋아하지 않는데 책나무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더도 덜도 말고 딱 10권만 읽어보겠습니다. 알라딘 리뷰는 읽지 않았어요. 스포당할까봐 ^^;; 제대로 된 페이지터너인지라 저녁 먹고 막 달리고 싶지만 자제하고 챕터 두 개만 더 읽고 멈추기로. :)

단발머리 2026-03-14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맥파든 한 권만~~ 하면 이 책 고를거 같고요. 이 영화 다 보지는 못했는데 영화 소개 리뷰 보았더니 배우들 연기가 후덜덜! 하더라구요. 아만다 너무 이뽀요~ 😍

수이 2026-03-14 20:47   좋아요 0 | URL
저도 클립으로 잠깐 봤는데 소설과 다르게 극중 인물들이 그려져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영화는 나중에 책 다 읽고 볼까 기대하는 중.
 








  














 이상 이야기라고 해서 혹하는 마음으로 읽고 있다. 제대로 발견한 건 '다시 이상'이라는 것. 선생으로서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건 모조리 다 해설해버리고 말겠다,라는 마음인지 아니면 이상의 팬으로서 가진 마음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간까지 읽으면서 아무래도 선생으로서의 한계가 조금 더 강하게 느껴지고 있다. 배움 하나가 깊어지면 세상을 바라보는 해상도가 높아져 좋은 것이다,라고 스승이 이야기했다는 말을 들었을 당시에는 그래서 어느 정도의 해상도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그 시선의 깊이가 참으로 궁금했는데 막상 실망에 실망만 더해지다보니 선생으로서는 괜찮을지 모르겠으나 인간이라는 역할 자체로 따지고 들자면 그닥, 이라는 생각이 왜 더해졌는지는 모르겠다. 이건 어쩌면 가르치기 좋아하는 이들의 바운더리인가 싶기도 했지만. 가르치는 걸 좋아한다면 그저 가르침만을 행할 일이지, 그 이상의 다른 영역은 넘보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아 이 이야기는 이 소설 이야기는 아님. 이십대 초반에 권영민의 책으로 공부해본 학생 시절을 거쳤으니 선생으로서의 틀을 넘어 자신이 바라보는 이상을 창작이라는 틀을 이용해서 세상에 더 가볍게 내놓고자 하는 의도는 꽤 훌륭하다고 여긴다. 그렇다면 역으로 시인으로서의 한계라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 있는 이상의 글을 다시 읽으면서 그런 의문도 품어보았으나 그 안에서 다시 머무는 동안 고요하게 파도치는 소리에 귀기울였다. 이상의 시를 처음 접했을 때가 교복 입던 시절이었는데 수십년이 지나고도 파도를 치게 한다는 게 좀 신기하게 다가왔다. 이야기할 거리가 아무것도 없어서 그저 평범하기만 한 일상들뿐이라고 노상 툴툴대던 소녀들은 이제 중년에 접어들어가면서 자기가 하고픈 이야기를 마음껏 지면에 펼쳐놓는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건 흥미롭다. 딱히 선생질할 생각도 그들에게는 없으니 더 이야기가 잘 나오는지도 모르겠고. 만일에 더 배우고픈 생각이 든다면 그건 '민낯'으로 되어가는 수많은 과정들 중 하나의 스텝일지도. 그렇다고 해서 그 배움의 끝에 모두가 '민낯'으로 성공하는 건 아니라는 걸 주변의 여러 이들을 보면서 알게 되고. 그래도 이제까지 하품하면서 페이지를 넘기지는 않았으니 완독 후 다시. 오랜만에 읽는 한국 소설. 정말 한국 소설을 읽지 않고 사는구나 이땅에서 살면서 다시 느낌. 권영민의 이상을 읽는 동안 아 내가 이상의 민낯을 제대로 보지 않았었구나, 그저 교복 입던 시절에 알았던 이상의 낯을 그의 민낯으로 잘못 알고 있었구나. 그렇다면 이 소설을 다 읽고난 후에 내가 할 일이란 명확하군.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을 믿고 이상은 수없이 자신의 뜻을 내세우지 않은 유년기를 보냈다. 위선이 싫으면서도 위선을 행했고 (좋은 게 좋은 것이니) 후에 그게 너무 못마땅해 억지로 위악을 내세웠다. 정직을 말하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이상은 정직한 얼굴을 내보였고 과정은 그대로 행해졌다. 아 이래서 좋아한 거였나?! 허나 남성으로서 여성을 대하는 태도는 그냥 미성숙한 소년에 불과. 인간 대 인간으로서는 소설 안에서 그닥 별로,로 그려지는 이상이다. 하긴 글 좀 쓴다고 해서 인간성까지 훌륭하리라고 보는 건 과대망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카프카와 이상이 겹쳐지는 대목들을 번갈아가면서 읽는. 관계성 속에서 찾아지는 자아에 대해서 두 작가가 한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서 얽히는 동안 오늘 저녁 메뉴는 까르보나라로 해줘, 라고 딸아이가 한 말을 떠올리며 냉장고에 없는 베이컨과 청양고추를 어디에서 사야 하나 하는. 선생으로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인을 더 잘 이해하고자 애쓰는 창작자로서의 필체에 조금 더 방점을 찍고 나머지를 읽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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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밑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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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인 조건을 먼저 서술하고난 후에 상황을 제시하는 것과 상황을 먼저 알려준 후 조건을 서술할 때, 그 어마무시한 괴리감이 놀라웠다. 글쓴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앎에도 불구하고 그 소소한 조건들에 사로잡혀 테마를 잃을 때 감탄도 나오긴 하지만. 단골 서점에 들려서 신간이 뭐가 들어왔나 체크하고 대형서점에서는 쉬이 볼 수 없는 책들을 훑고 다음에 사고픈 책도 찜해놓고. 100미터마다 한집 꼴로 떡볶이를 파는 곳이 세 군데 있는데 손님들이 득시글거리는 곳은 중간에 있는 집. 저기가 맛집이로군, 서서 떡볶이와 어묵과 순대를 입에 넣으면서 만족스러워하는 이들의 표정과 주인장의 표정까지 캐치하고난 후 다음을 기약했다. 카프카와 생떽쥐베리와 크리스타 볼프를 읽는 와중에 예니 에르펜베크를 시작했다. 겹쳐지는 것들이 은근 있어서 읽는 일이 더 흥미로워지고 있다. 어제 알라디너와 댓글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누다가 속으로 대꾸했다. 저는 바다와 같이 거대한 애정을 주고받는 일에 그다지 능한 인간이 아닌걸요, 악. 하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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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3-10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떡볶이집에 즐겨찾기 해주세요~~ 다음에 방문하리!!!

수이 2026-03-10 19:46   좋아요 1 | URL
떡볶이순대어묵 다 먹으려면 3키로 말고 5키로~~
 







감 놔라 배 놔라 왜 사람들은 자신의 식탁도 아닌데 위한답시고 원하지도 않는 조언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정말 위하는 마음일까? 아니면 자신의 뜻을 가스라이팅하는 걸까? 너는 내가 특별히 아끼는 사람이니까. 물론 그런 경계도 정하지 않고 말을 하는 거지만. 너는 왜 그렇게 살아? 이렇게 살아가는 게 훨씬 더 안전하고 편한데. 너만 그렇게 살아. 나는 그렇게 살아가는 게 너무 답답하고 한심해보여. 네가 그렇게 살아간다고 해서 그렇게 왜 살아? 라고 한 번도 나는 묻지 않았어. 부모자식, 형제자매, 그러니까 피가 뒤섞인 관계에서조차 그런 말을 하는 건 정말 조심해야 하는 일인데 말야. 자신의 시간이 아닌데 자신의 영역이 아닌데 자신의 사랑이 그저 최고인 줄 착각들을 하면서. 뭘 해라 뭘 하지 마, 이런 걸 왜 정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음. 독립적인 존재들끼리 마주해서 함께 하는데. 


정말 생을 가볍게 만드는, 하지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일, 그런 걸 드디어 내가 실천할 수 있게 됐을 때. 나를 불편하게 만들면 그걸로 끝인데 그걸 몰랐어. 그냥 내가 잘못 보는 걸 수도 있으니까 한번 더 기회를 줘야 하는 거잖아. 하지만 기회를 주면 그걸로 아주 심장을 시퍼렇게 멍들게 할뿐이라는 걸. 


심장이 내내 뛸 거라고 여기지. 하지만 우리의 심장은 언젠가 멈출 수밖에 없어. 검버섯과 기미와 주름으로 그득 덮인 얼굴로 맨 마지막에 어떤 생각을 하며 심장의 마지막 북소리를 들을지는 오직 스스로만이 정할 수 있는 거고. 그러니까 남의 인생에 함부로 감을 놓고 배를 놓아라 하면 너무 멍청한 일. 너는 왜 그렇게 멍청한 생각들만 그득 하고 살아? 라고 묻는 건 매일밤 같이 몸을 섞는다고 해도 해서는 안될 말. 설령 그렇게 생각을 한다고 해도. 


나는 천재야. 이 말을 하지 않는 유일한 이. 천재가 나는 천재야, 라고 하는 거 나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라고 함.


미친듯이 속사포처럼 말을 퍼붓고. 


봄이 아닌 줄 알면서도 봄이라고 착각을 하고 둘 다 옷을 얇게 입고 나가 바들바들 떨었다. 미신일 줄 알면서도 그 미신을 잘 지키면 바운더리 안에서 내내 안전할 수 있으리라고 여기는 태도는 어리석지 않다. 선선하게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용서하기로 했어. 저주만 내내 하니까 지쳐서. 그래서 고백록을 쓰기로 했어. 하지만 당분간은 더 방탕하게 살아보고 싶어. 나는 그걸 자유라고 믿으니까. 여기에도 흰 머리, 저기에도 흰 머리. 황정은 소설가 이야기를 했고 김지승의 리뷰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심층적인 규정들로 인간의 모든 걸 파악할 수 있으리라고 여기는 그 태도가 너무 오만해서 나는 그쪽으로는 읽고 싶지 않아. 인간은 그렇게 심플하지 않잖아.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고 싶지 않아. 그렇게 세상을 향해서 오만한 시선을 보내고 싶지 않아. 그런 건 나를 더 시니컬하게 만들어. 


사진을 얼마나 못 찍던지, 보이는 그대로 카메라를 들이밀면 그 시선대로 모든 게 다 들어올 줄 아는데 번번이 그게 아니라는 걸 또 알게 되고. 광화문과 너머로 보이는 북악산을 바라보면서 봄이 곧 너머에서 올 것임을. 올린 사진들은 모두 그녀가 찍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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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3-09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광화문과 김치찌개는 쉽게 이해되는 조합이고, 고닉과 치즈 케이크는 환상적인 조합이네요 ㅎㅎ

수이 2026-03-09 22:28   좋아요 0 | URL
읽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