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삼킨 세계사 - 12척 난파선에서 발견한 3500년 세계사 대항해
데이비드 기빈스 지음, 이승훈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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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중요한 것은 물이다. 왜냐하면 물에서 생명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자들이 외계 생명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물의 존재를 반드시 찾는다. 우리 인간도 수 많은 세월을 거쳐서 오늘날의 인류로 진화했는데 근원을 따지자면 물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의 역사는 물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많은 문명들이 강을 끼고 발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발달한 문명들은 바다로 나아가려고 했다. 많은 영역의 바다를 지배한 세력이 큰 나라로 성장하게 된다. 그만큼 바다는 역사상에 중요한 공간인 셈인데 다르게 말하면 바다를 통해서 역사를 알게 된다는 말도 되겠다.


그래서 바다와 관련한 역사를 잘 살펴야 역사의 흐름을 잘 알 수 있다. 작은 바다, 큰 바다를 건너기 위해 노력한 나라가 결국 강력한 국가가 되고 인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경우가 많다. 그동안 바다와 관련한 역사 책들은 제법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색다른 방법으로 역사를 복원 시키고 있는데 바로 '수중 고고학'이다. 바다에서의 고고학인데 우리가 보통 고고학이라고 하면 모래 바람을 마시면서 땅을 파고 들어가는 것이 연상이 된다. 


그런데 바다를 헤엄치고 들어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이 연구가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서 관련한 장비의 발달로 더 깊은 곳으로 탐험이 가능해지면서 많은 역사적인 배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지은이는 그런 바다 속의 고고학을 평생 연구한 학자고 이 책은 그 발견한 많은 배들 중에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것들을 선별해서 그 속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사실 제대로 연구만 할 수 있다면 수중 고고학만큼 특별한 탐사도 없다. 육지는 한 문명이 일어나서 그냥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위로 많은 문화가 겹겹이 쌓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하나 하나 따져 들어가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난파선은 침몰 당시에 사용되던 것이라 비교적 정확한 연대 측정을 할 수 있다. 난파선 위에 또 난타선이 있고 그런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난파선을 탐사하는 수중 고고학의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1장에서 청동기 시대의 난파선을 소개한다. 무려 기원전 16세기의 흔적이다. 사실 청동기 시대 하면 감이 잘 안 잡히는데 우리 고조선 건국인 기원전 2333년 전이 청동기 시대다. 그 까마득한 시대에 바다를 건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영국 '도버 보트' 를 이야기한다. 공사 중 발견된 이 배는 여러 조사를 거쳐 기원전 1575~1520년 경 건조 되었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리고 이 배를 복원해서 시험 항해를 해 본 결과 실제로 잘 나아갔다. 이것은 당대에 조수, 해류와 바람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영불 해협은 물론이고 저 멀리 발트해나 비스케이만까지 가는 것도 가능 했을 것이라고 추정이 된다. 영불 해협이 어디 옆 바다인가. 그 옛날 아주 멀리 느껴지는 그 바다를 이미 인간은 건너서 여러 가지 교류를 했다는 것을 이 배를 통해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이다. 


2장의 울루부룬 난파선을 통해서는 후기 청동기 시대 에게해의 미케네 문명과 동지중해의 교류의 흔적을 알 수 있고 그 속에서 발달, 쇠퇴의 과정을 겪는 이야기를 엮어낸다. 3장과 4장은 서양 문명의 기둥이라고 할 그리스, 로마 시대의 교류를 통해 바다를 제패해야 결국 제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마지막 12장에서는 비교적 최근의 일인 제 2차 세계 대전에서 활약한 상선 'SS 게어소파호'의 이야기다. 많은 상선들이 전쟁 물자를 싣고 영국 인근 바다를 항해하다가 독일 유보트에 의해서 격침 당했는데 전쟁이 끝날 때까지 거의 3500척 이상의 배들이 가라앉았다고 한다. 책은 게어소파호의 항해를 통해서 교역과 전쟁의 실제적인 모습을 흥미롭게 추적하고 있다. 침몰하는 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증언과 배에 실린 많은 편지를 통해 정말 치열하게 싸웠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상선 선원들의 용기와 분투가 없었다면 전쟁은 더 오래 갔고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이 되었을 것이다.


책은 이런 식으로 각 시대 별로 인상적인 배를 소개하고 그 배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연구가 되었는지 설명하면서 배가 운행되던 당대의 역사를 소개한다. 가까운 곳을 가는 배가 아니라 먼 곳을 가는 배였기에 관련해서 많은 짐을 싣고 있었고 바닷속에서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는 여러 유물을 통해서 당대를 복원하고 있다. 육지에서 발굴한 여러 유물과 대조해서 그 시대를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지역에서 생산이 안 되는 어떤 유물이 이런 난파선을 통해서 바다를 통한 교류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등 수중 고고학은 육지의 고고학과 상호 보완하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바다는 무섭다. 그래도 인류는 바다로 나아가려고 끊임 없이 노력했고 수 많은 희생을 통해서 결국 대륙과 대륙은 연결이 되었다. 지구의 바다와 호수에는 기록된 것만 25만 척 이상의 배가 가라앉아 있는 것으로 추정이 된다고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치열하게 전투를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바다로 나아가려는 인류의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 날의 번영은 없었을 수도 있다. 오늘날에도 바다를 통해서 얻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옛날 바다를 제패한 영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했 듯이 바다를 어떻게 경략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인간과 바다 그리고 바다와의 격렬한 싸움의 흔적인 난파선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많은 비밀을 알게 한다. 


책은 재미있다. 각 시대를 대표해서 12개의 난파선을 소개하지만 그 속의 역사적 사실은 두툼하다. 바다를 통해 사람과 물자가 오고 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발전을 이룩게 했는지 그 인과 과정을 잘 살펴 설명하고 있어서 인류 역사에서 새삼 바다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준다. 난파선이 발견이 되어 어떤 식으로 연구가 되고 결과를 도출해 내는지 수중 고고학의 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책 쪽 수도 많지만 속에 든 내용은 더 많다. 시간을 들여 세심하게 읽어야 지은이가 전하는 내용을 다 흡수할 수 있다. 정성이 깃든 고급스러운 책이다.



[본 서평은 부흥 까페 서평 이벤트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https://cafe.naver.com/f-e/cafes/10758331/articles/23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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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고려거란전쟁 : 구주대첩 세트 - 전2권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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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고려는 나라를 일으킬 때부터 고구려를 계승하다는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나라 이름도 고려라고 칭했다. 고구려의 옛 수도인 평양을 제 2의 수도로 삼으면서 서경이라고 이름 짓고 잃어버린 옛 영토를 다시 되찾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런 고려의 움직임은 옛 고구려 땅인 만주를 장악한 세력에게는 현실적인 위협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고려가 막 건국해서 후삼국을 통일 할 때는 중국의 혼란기여서 괜찮았지만 대륙이 안정적이 되면서 중국 본토는 송나라가, 만주는 거란이 장악하게 되면서 우리의 실질적인 위협으로 거란이 부상하게 된다. 특히 거란은 고구려의 후신이었던 발해를 멸망시켜서 고려에게는 적대적인 나라였다. 거란이 점점 강성해지고 고려의 체계로 단단해지면서 어찌 보면 필연적으로 충돌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중국을 정복하려는 거란에게는 후방의 고려를 두고 송나라를 침공할 수가 없었다. 고려가 적당히 거란에게 고개를 숙였으면 큰 일이 안 일어났을 수도 있지만 고려가 어디 그럴 나라인가. 결국 고려와 거란은 일전을 불사하는 전쟁을 하게 된다.


거란의 군대는 당대 동아시아 최강의 군대였다. 5대 10국의 혼란기를 잠재우고 중국을 통일한 송나라를 궁지로 몰아서 멸망을 시킬뻔했다. 이미 발해라는 동북아 강국을 멸망시킨터였다. 그랬기에 고려에도 분명히 화친파가 있었다. 실질적으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외교로 상황을 무마 시켰다면 더 좋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고구려 계승 의식이 강했던 당시 고려로서는 거란에게 미리 항복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결국 거란의 침공을 받게 된다. 그리고 총 3차에 걸쳐 장장 25년간 거란과 전쟁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고려거란전쟁' 이다.


이 전쟁은 결과적으로 동북아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고 패한 거란은 물론 승리한 고려도 여러가지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고려의 완전한 복속을 고집한 거란은 계속해서 고려를 침략했지만 끝끝내 성과를 이루지 못했고 그 영향으로 중국 송나라를 더 압박하지 못 한데다가 국력을 소진해서 나중에 여진에게 당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고려는 이 장대한 전쟁에서 결국 승리하지만 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많은 문물 특히 많은 역사 책들이 없어지게 된다. 그러나 역경을 극복했기에 이후에 이어지는 이 백 년의 평화의 초석을 다지게 되었다. 고려에게는 나라의 기틀을 정비하고 튼튼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책은 이런 고려거란전쟁의 전 과정을 소설로 나타낸 것이다. 전작은 1차,2차 전쟁을 잘 이야기했다면 이번 편은 마지막 3차 전쟁으로 귀주대첩으로 많이 알려진 그 유명한 구주대첩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책은 바로 구주대첩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의 배경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것이 1권이다. 2차 전쟁에서 몽진을 당하는 수모를 겪고 결국 거란을 물러나게 했던 고려는 당시 약조했던 고려 현종의 거란 친조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자 거란은 강동6주를 내 놓으라고 했고 고려로서는 당연히 그것도 들어주지 않았다.


장차 송을 멸망시키고 대륙을 통일할 꿈을 꾸었던 거란이 말 안 듣는 고려를 이쁘게 볼 리가 없었다. 몇 번에 걸친 위협과 압박에도 불구하고 결국 모든 것을 거절한 고려에게 거란은 전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다. 상권에서 점점 짙어가는 전쟁의 그림자를 세밀하게 조명하고 있다. 2차 전쟁에서 몽진까지 하면서 권위가 땅에 떨어진 고려 현종이 차츰차츰 문물을 정비하고 국력을 기르면서 다가올 전쟁에 대비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초반부는 '하공진' 이라는 이름이 빛난다. 현종이 직접 고려에 오라는 압박을 뒤로 하고 대신 거란으로 갔던 하공진은 노련하게 여러 정보를 고려에 알려주면서 애국심을 발휘한다. 거란의 황제는 그 충심과 능력을 높이 사서 거란으로 귀순하라고 하지만 고려를 저버릴 수 없다고 거절하고 순국한다. 3차 전쟁 승리의 큰 원동력은 하공진 같은 충신이 있었기에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상권 중후반부부터 강감찬이 등장한다. 사실 구주대첩의 영웅 강감찬은 문신 출신인데 큰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 아니다. 그래서 그 활약상이 잘 드러나지 않았는데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고 나라의 명운을 걸 전쟁이 다가오면서 그 인물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책에서는 작은 직책에서 시작해서 실제 전투를 치르고 점점 능력을 발휘하는 강감찬의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 그것이 하권에 이르러 다양한 각도에서 그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고 대첩이 일어나기까지 여러 상황을 복합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실 당대 최강의 군대를 맞서 싸워 승리로 이끈 최고 지휘관인 강감찬에게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 그가 없었다면 그의 빛나는 전략이 없었다면 고려가 승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적인 전투를 치룬 여러 인물들이 없었다면 역시 고려가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책은 단편적인 사실만 알고 있었던 구주대첩의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잊혀진 주요 인물들의 활약상을 다시 되살리고 있다. 특히 강민첨과 김종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강감찬과 함께 최소한으로 기억해야 할 인물이다.


이들과 함께 고려의 국운을 건 대전쟁을 치룬 고려 현종도 분명히 기억해야 할 인물이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뒤로하고 약했던 즉위초의 모습에서 한 나라를 강건하게 경영하면서 결국 외적으로부터 고려를 지켜낸 당시 고려 황제의 위상이 어떻게 보면 가장 크다고 할 것이다. 책에서는 점차 성장하는 현종의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조선에 세종이 있다면 고려에는 현종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고려 시대는 조선에 비해서 사료가 많지 않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고려의 역사도 단순한 내용들이 많다. 구주대첩 강감찬 이런 식이다. 그러나 이 전쟁은 한 줄로 표현할 수 없는 전쟁이다. 고려 중기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25년간이나 분투한 고려인들의 불굴의 의지를 엿 볼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인데 그 전개 과정에 대해서 잘 알기 어려웠다. 이번에 나온 고려거란전쟁 구주대첩편을 통해서 어떻게 이런 큰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얼마나 많은 위대한 인물들이 있었는지 잘 알 수 있다. 1차 전쟁부터 나오는 지은이의 전작을 함께 읽으면 고려와 거란간의 거대한 전쟁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이 소설로 아주 재미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본격 소설가가 아니기 때문에 소설적인 재미는 덜한 편이다. 하지만 딱딱한 역사책을 보기 보다는 이런 소설화된 책을 보는게 당대를 알아가는데 더 쉽고 재미있다. 이 책을 통해 고려거란전쟁의 실체를 알아가기에는 딱 적격인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소문만 무성했던 고려거란전쟁의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컸는데 관련되는 책도 나왔으니 좀 더 세밀하고 재미있게 극본을 써서 드라마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조선의 임진왜란만큼이나 중요하면서 드라마틱한 내용이 이 전쟁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려거란전쟁을 알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줄 책이라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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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턴 숲의 은둔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14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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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12세기 중세를 배경으로 당대의 모습을 세밀하게 보여주면서 거기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 주로 욕망과 관련된 살인이나 실종, 납치 등의 전개를 통해 진정한 추리의 맛을 느끼게 하는 고급 역사 추리 소설이다. 당시는 잉글랜드의 내전 상황이었는데 시리즈 내내 이 상황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자주 나온다. 언뜻 스쳐 지나가는 듯 해도 결국 불안한 정국과 관련된 사건 사고들이 많아서 역사 추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야기는 이턴의 영주가 죽음으로써 시작된다. 영주는 스티븐 왕의 편에서 전투에 참여했다가 부상을 얻어서 집에 돌아와서는 얼마 안 가서 죽고 만다. 그런데 그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었는데 나름 아들에 대한 보호 조치를 해뒀다. 그것은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교육을 부탁한 것이었다. 바로 캐드펠 수사가 사는 수도원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의 아버지인 이턴의 영주가 사망한 것이다.


문제는 아이의 할머니인 디오니시어였다. 그녀는 아이를 이용해서 재산을 늘리려고 한다. 나중에 손자에게 이익이라고 하지만 결국에는 그녀 자신의 욕망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당연하게 아이의 아버지에게 아이의 미래를 부탁 받은 수도원의 반대에 부딪힌다. 그러던 어느 날 에이턴 숲에 한 사람이 나타나는데 사람들은 그를 성자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와 그의 일행의 등장은 디오니시어와 수도원 간의 갈등을 더 부채질 할 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사건이 벌어진다. 수도원에서 묵던 사람이 에이턴 숲에서 살해되고 무엇보다 어린 후계자가 사라지고 만다. 한 사람은 살해되고 한 사람은 실종되고. 이제 우리의 캐드펠이 나서지 않을 수가 없다. 영주의 어린 아들은 수도원이 보호하기로 그의 아버지와 약속을 했는데 사라지다니 캐드펠은 다각도로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간다.


늘 그렇듯이 이 시리즈에는 단순히 사건 사고가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사람이 있다. 사람의 기본적이 욕망이나 품은 마음 등이 사건이 일어나게 하고 살인에 까지 이르게 된다. 캐드펠은 사건을 해결함과 동시에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잘 드러나게 해주고 있어서 새삼 사람의 욕심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은 다른 시리즈처럼 재미있다. 배경은 현대가 아닌 거의 천 년 전의 중세 시대라서 느린 전개가 장점이긴 하지만 이번 내용은 조금 빠르게 전개가 된다. 그래도 내용이 탄탄하고 치밀하게 전개가 되고 있어서 짜임새 있게 느껴진 책이었다. 범인을 찾아가는 탐정 캐드펠의 진지한 모습이 흥미롭게 느껴졌고 다른 캐릭터들도 입체감 있게 그려져서 더 흡입력 있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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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동양 편 지리로 ‘역사 아는 척하기’ 시리즈
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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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역사에는 어떤 요인으로 일이 일어나는데 우리는 그 결과를 다 알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결과만 알면 왜 그렇게 일어났는지를 모른다. 그런 것은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결과의 원인을 알아야 하는데 때로는 그것이 다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 그것은 역사라는 것이 우리 실생활에서 공간적으로 일어나는 일인데 결과는 그냥 평면적인 글로만 알기에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도를 통해 본다면 역사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글로만 보면 이해가 잘 안 가던 것이 지도를 통해 보면 아 하고 이해가 가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이미 지도를 통해 역사를 더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던 지은이가 지난번 서양편에 이어서 이번에는 동양편으로 돌아왔다. 이 시리즈는 그냥 대충 글로 알고 외우기만 했던 역사를 지도를 통해 알려줌으로써 더 쉽게 이해하게 한다. 수긍이 가는 역사는 외우기도 잘 외워진다. 단순 암기보다 이해를 해야 더 잘 기억에 남는 다는 것을 잘 말해주는 실제적인 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나누어진다. 처음에 중국 그리고 한국과 일본이 한 장을 차지하고 남아시아와 중앙유라시아를 한 장에서 설명한 다음 동남아시아로 무대를 옯긴다. 유럽에 비해 드넓은 아시아를 설명하기에 조금 분량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중요하게 다룰 부분은 다 다룬 것 같다.


우선 중국의 발전은 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책에서는 하,수,강 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모두 강을 말하긴 하지만 조금 의미가 다르다. 하는 북중국을 대표하는 황하를 말하고 수는 북과 남의 경계인 회수, 강은 남중국을 대표하는 장강을 말한다. 이들 강들이 하나의 분기점이 되어서 각 지역의 지명도 만들어졌기에 강의 위치와 생태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강을 끼고 중국 문명이 발달했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영토는 크지만 원래 그렇게 컸던 것은 아니다. 중국 주변의 만주, 몽골, 신장위구르, 티베트등과의 경쟁을 통해 결국 그들을 통합해서 오늘날의 영토가 된 것이다. 북쪽의 황하와 남쪽의 장강은 각각 한족과 비한족의 대표적인 문화 지대였지만 결국 하나의 중국으로 융합이 되었다. 책은 각 지역의 강을 중심으로 중국의 갈등과 팽창을 잘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만주나 요동에서 문명을 시작했지만 결국 한반도로 내려왔다. 그 이유는 남쪽 한반도가 그만큼 살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거나 삶을 영위하는데 북쪽은 너무 추웠고 인구를 부양하고 밀집하기에는 장벽이 있었다.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각 지역의 이름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지리의 이름은 태백산맥이나 소백산맥 등 산과 강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나누어서 각 생활권을 형성하게 된다. 그래서 각 지역의 지명을 잘 보면 그 땅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다. 인구가 밀집하고 도시가 발달하는 것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남아시아에서 중요한 것은 히말라야 산맥이다. 이 히말라야 때문에 남아시아는 고립되기도 했지만 그 때문에 동-서아시아와는 다르게 독립적인 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다. 인더스강과 갠지스강의 평원때문에 인구도 크게 늘 수 있었다. 인구가 늘고 여러 생각들이 나타나면서 종교도 다양하게 펼쳐졌는데 힌두교, 불교에가 만들어지고 이슬람교도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 종교로 말미암아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로 나누어지게 된다. 


신장위구르와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들은 이른바 실크로드라고 불리는 유라시아 무역의 중심 통로였지만 징기스칸의 몽골이 무너지고 해양 무역이 발달하면서 쇠퇴했고 동아시아 만큼의 발달을 이루지 못하면서 오늘날에는 러시아와 중국 등 강대국의 영향 아래 살아가게 되었다.


유럽보다 더 넓고 역사도 오래된 아시아를 한 권의 책에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방대해서 어렵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아시아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가는 지 정도는 알 수 있다. 사실 중국만 다루어도 한 권이 모자라지만 전공자가 아닌 이상 책에 언급된 내용만 이해해도 아시아 세계사가 어떻게 형성이 되었는지 대략적으로 나마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좋다. 글 자체가 쉽고 어렵지 않게 잘 쓰여졌고 핵심적이 내용을 잘 설명해서 여러 자료나 그림, 지도를 통해서 이해를 더 높이고 있다. 아시아 각 지역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전체 아시아 지도를 머리 속에서 그리면서 이해할 수 있게 잘 썼다. 각 지역의 자세한 내용은 관련된 책을 보면 되겠고 이 정도만 해도 핵심적인 아시아 역사를 아는데 무리가 없게 잘 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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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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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는 상당히 고급스런 추리 미스터리 소설 시리즈다. 제목에 나와 있는 캐드펠이라는 카톨릭 수사가 사건을 풀어나가는 일종의 탐정 같은 역할을 하는데 사실 늘 기도하면서 경건한 삶을 사는 수사가 사건을 풀어가는 해결사를 직업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어떤 탐정이나 수사관보다도 날카로운 지성을 가진 캐드펠이 수도원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찌 보면 수동적이지만 적극적으로 풀어간다. 이미 그의 능력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배경은 12세기 전반기다. 1100년대인데 우리 나라는 그때 고려 시대로 묘청의 난이 일어나고 좀 더 지나서 그 유명한 무신정변이 일어나게 되는 연대다. 지은이는 이때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치밀하게 조사하고 구성해서 이야기만 읽어도 당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그 당시 사람들의 삶의 형태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잘 파악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다. 


캐드펠은 나이가 있지만 단순히 나이가 많아서 추리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젊었을 때 전쟁에 나가서 인간 본연의 선악을 크게 느끼게 되었고 이후 종교에 귀의해서 수도사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미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 많은 것을 깨달았고 그런 것과 함께 여러 경험이 어우러져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어서 그 많은 일들을 해결하고 있다.


이번 책의 사건은 단순하게 말해서 장미 한 송이로 일어난다. 장미는 어떤 상징일 것이다. 이 장미로 인해서 살인과 실종 등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주디스 펄은 남편을 잃고 자신의 집을 수도원에 기부를 했는데 조건부다. 조건은 성 위니프리드의 축일에 백장미 한 송이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주디스는 젊고 이쁜데다가 재산도 많다. 어느 누가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백장미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엘루릭 수사는 그 자신도 젊은데 매번 주디스를 보다가 그만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그가 죽었다. 장미나무 아래에서 칼에 찔린 채 발견이 된 것이다. 그리고 주디스가 납치를 당하면서 행적이 묘연해졌다.


이 사건들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데 또 하나의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주디스의 직원이었던 버트레드가 그녀의 흔적을 쫓다가 죽게 된 것이다. 그는 왜 살인을 당했을까. 그를 죽인 사람은 엘루릭 수사를 죽인 사람과 동일범인가.


이야기는 당연하게 주디스의 주위 인물들을 조사한다. 그들 중에 순수한 사랑의 감정으로 주디스와 결혼하려는 사람은 몇 없으리라. 대부분 그녀의 재산을 노리고 구혼을 했을터. 그러나 어떤 인물을 특정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다. 게다가 살인 사건이 또 일어나고 주디스는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캐드펠은 계속 해서 주위를 탐문하고 조금씩 실마리를 풀어 나간다. 결말은 사람에 따라서 뜻밖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주인공 주디스는 젊은 미망인이다. 아이도 없고 재산은 많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독립적이기 어려운 시대상을 잘 이용한 이야기다. 그런 시대적 배경에 장미라는 상징적인 소재를 끌어들여서 인간 본연의 욕망과 탐욕 등을 잘 버무려 낸 작품이다. 차근차근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캐드펠의 솜씨가 여전히 좋고 치밀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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