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에서 독특한 캐릭터로 주목을 받았던 시리즈가 돌아왔다. 바로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 아직 시리즈 이름이 공식적으로 붙은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데커 시리즈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희귀한 질병에 걸린 데커.
전작에서 살아도 살아있는게 아니고 죽어도 죽어있는게 아닌 상태였던 그는 그래도 억지로 살아보기로 한다. 어쩌면 그는 벌써 죽었을지도
모른다. 남은 삶은 덤이라고 생각하고 사는듯. 데커는 전편에서 인연을 맺은 FBI 요원과 함께 미제 수사 팀에 몸을 담게 되는걸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미제 수사 팀에 합류하기 위해서 차를 몰고가던 데커는 정말 우연히 한 사형수의 이야기를 라디오를 통해서 듣게 된다. 흔해빠진 사형수의
이야기에 그가 관심을 가질리는 없었으나 그 사형수는 달랐다. 그의 삶이 어쩐지 그와 아주 비슷했기 때문이다.
사형수의 이름은 멜빈 마스. 마스는 프로에서도 군침을 흘리는 예비 프로 풋볼 선수다. 프로에 들어가기 직전 그는 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그것은 자신의 부모를 살해했다는것. 모든 정황 증거가 그가 했다는것으로 가르키게 되고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지만 끝내 사형수로 전락하게 된다.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것이다. 그리고 이제 사형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의 기구한 삶이 끝나려는 순간!! 갑자기 형의 집행이 중지되고
그는 대기상태가 된다. 이윽고 석방. 왠 석방? 그가 석방이 된것은 그 살인사건의 진범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사람만이 할수
있는 진술로 인해서 결국 데커가 무죄임이 판명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진범은 그냥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같은 사형수였다. 사형이 집행되기전에 자신의 죄를 털어놓은것이다. 뭐 조금이라도 속죄할려고
한것인가. 그의 진술은 아귀가 잘 맞았고 신빙성이 있었기에 이내 데커의 무죄가 결정된것이다. 하지만 그게 뭔가 참...뭔가 참 타이밍도 그렇고
뭔가 너무 매끄럽다. 마치 원래 그랬던것처럼 그때 딱 맞게 일이 진행된것이다.
겉으로는 그럴싸했지만 뭔가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었고 그것을 데커가 포착해낸다. 아주 작은, 아주 아주 작은 실마리에서부터 시작하는데 누구도
확신하지 못했던 것에서 조금씩 조금씩 진실에 다가가게 되고 결국 엄청난 사실에 이르게 된다.
책은 전작보다 더 재미있게 진행이 된다. 절망의 나락에서 어느정도 올라온 데커의 앞뒤 가리지 않는 직진스타일이 이번 편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그래도 무조건 직진이던 것에 비해서는 신호등은 보는거 같다. 왜냐하면 혼자서 활동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FBI 미제사건
특수팀에 들어와있기에 다른 팀원들이 있는것이다. 이들이 좀더 세밀하면서 침착하게 데커를 도와준다. 그래서 사건의 실체를 찾는데 많은 도움을
얻는다. 이번에는 그들의 활약이 많이 두드러진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존재감을 인식시켰으니 다음편에서는 좀더 같이 활약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는 사형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충분한 수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판결이 된것은 나중에 되돌리더라도 우선 살아있어야
한다. 죽고나서 진실이 밝혀지면 무엇하겠는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흉악범에 대해서 사형 시키라는 여론이 많다. 충분히 이해할만하고 100%
범죄가 확실하다면 진짜 사형시켰으면 하는 생각이 있는것도 맞다. 그런데 이 책의 마스처럼 만에하나 진범이 아닌데 사형을 당한다면? 그래서 나중에
사실이 밝혀진다면 누가 보상을 할것인가에 대해서 여로모로 생각할 기회를 준다. 사형제를 폐지하거나 실행하거나 쉽게 판단할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술술 잘 넘어간다. 역시 주인공의 강한 캐릭터가 잘 발휘되고 그것으로 인해서 이야도 긴박감있게 진행되는거 같다. 이미 펴낸 작품이
많은데 어서 후속편을 보고 싶은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