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디렉터스 컷 - 살인을 생중계합니다
우타노 쇼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고 한다. 책값이 비싸다 싸다 논쟁도 있지만 그 근본에는 책을 읽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좋은 직장 잡기가 너무나 어려운 시대고 높아진 집값으로 직장인이 되어도 쓸 돈이 한정적이다.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책으로 풀기에는 쉽지 않은데다가 결정적으로 지금 세대는 이른바 영상세대다. 영상매체라고 해봐야 집에서 보는 텔레비전이나 밖의 극장정도 있던 시절에 비해서 지금은 그것을 벗어나서 손안에서 모든것을 볼수 있는 시대다.
단순히 글을 올리는 사이트의 시대도 벗어나서 동영상 전문 매체인 유투브가 검색 1위가 되는 시절. 아직 책을 읽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활자보다는 영상을 보는것이 익숙해진 시절인데 사실 볼꺼리가 많긴 많다. 그런데 이것이 함정이다. 볼꺼리가 많다는것은 그만큼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기 치열해졌다는 말이고 사람들은 이른바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서 갖은 수를 쓴다. 더 정성스러운 양질의 콘텐츠를 올리는것이 일반적이지만 그저 자극적이고 허무맹랑한 내용을 올리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급기야 인간임을 벗어난 패악의 범죄도 영상으로 올리는 시절이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시대적인 것을 잘 반영해서 스릴감있게 만든 작품이다. 내용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그냥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으로 트위터를 쓰던 한 견습 미용사가 우연히 살인을 저지른다. 세상에 울분으로 그런 행동을 했지만 곧 그것이 자신의 일이 되고 만다. 바로 살인마가 된것이다. 그런데 그가 쓴 트위터의 글이 알려지면서 황당하게도 인가스타로 부상한다. 한편으로는 유능하지만 프로그램을 위해서 조작도 마다하지 않던 한 디렉터가 있다. 그는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것으로 정직을 당하지만 이내 이 살인마를 접촉해서 영상으로 담으려 한다. 이 살인범의 뒤를 쫓는것은 경찰만이 아니다. 자신의 자리를 되찾고 대박을 터트리려는 일그러진 디렉터가 숨가쁘게 쫓아간다. 그렇게 끝날꺼 같은 내용이 막바지에 반전이 있으면서 분위기를 이끈다.
왕따를 당하면서 세상에 대한 울분과 분노가 생긴 그 미용사는 우리의 현실에 충분히 있다. 그가 살인범이 된것은 그 자신의 문제가 크지만 그를 괴물로 만든것은 남을 무시하고 경원시하는 사회의 문제도 없다고는 볼수 없을것이다. 그리고 경쟁에 내몰려서 하면 안되는 일을 하게 된 디렉터의 모습도 최근 여러차례 물의를 일으킨 모방송국의 편집사건과도 연결이 된다. 거기서도 그저 시청률 잘 나오게 하고 사람들이 채널을 돌리지 않도록 보고 웃도록 하기 위해서 아무런 윤리 의식도 없이 저질렀는데 책에서의 그런 조작도 같은 선상에서 생각할수 있는것이다.
책은 아주 속도감있게 빠르게 읽혔다. 중간중간에 짧은 단문 형태의 트위터도 나오면서 실제감을 느끼게 하는것이 역시 우타노 쇼고 답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은 어찌보면 단순하고 우리 중위에 있을수도 있는 일인데 이것을 작가 특유의 문장력으로 군더더기없이 짜임새있게 전개시키고 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하는 SNS 가 주요한 소재로 등장하기 때문에 더 실감있게 느끼게 되는거 같았다. 그리고 책에 있는 내용 자체가 실제로 일어난적은 없지만 충분히 일어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것은 그만큼 요즘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뭐 지은이가 사회적인 문제 의식을 제기 하기 위해서 소설을 쓴것은 아닐지라도 책에서 이야기하는 지금 세태의 문제점은 능히 인식할수 있을꺼 같아서 좋았고 역시 이 작가는 이렇게 휘몰아치는 빠른 전개가 특장점이란 생각이 든다. 어려운 부분없이 빠르게 읽을수 있으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잘 느끼게 하는 안정감도 주는 재미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