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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 : 간신전 ㅣ 간신
김영수 엮음 / 창해 / 202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나름 간신에 관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김영수 작가가 쓴 간신 3부작 중의 2부인 간신전이다. 1부에서 이론에 해당하는 간신론을 통해서 간신의 개념, 부류, 형태, 역사 등을 통해서 전체적인 틀을 이해하게 되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실제 간신들을 통해서 그 실체를 들여다보는 내용이다.
간신 중의 간신 그야말로 나라를 뒤흔들만큼의 대표적인 간신 18명을 시대 순서로 그 행적을 소개하고 있는데 모두 중국의 인물이다. 이미 중국에서도 역사적으로 간신으로 판정되어 수 백 년간 욕을 먹고 있는데 우리와 현실이 조금 다르긴 해도 그 행태는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간신들을 보면 우리 나라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사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간신들의 모습은 비슷하다. 그들의 공통점은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국가 권력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양심이 없다. 그러니 누가 봐도 어이가 없는 일을 뻔뻔스럽게 행하는 것이다. 이번 2부에서는 내용을 보면 혈압이 오를 인물들을 엄선한 느낌이다.
우선 '조고'라는 이름부터 나온다. 한자 성어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지록위마' 라는 말을 알 것이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이 희대의 말을 만든 사람이 바로 조고다. 아마 조고는 죽어서도 영광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만든 말이 수백 수천년이 흘러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나쁘게 말하는 거지만. 아무튼 이 조고는 춘추 전국 시대를 통일한 진시황의 측근으로 있다가 그의 사후 2대 황제인 호해를 마음대로 조종하면서 그야말로 실질적인 황제로 군림을 한다. 지록위마는 조고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황제조차 그를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 호해도 조고가 황제로 만든 것이다. 무능한 황제에 탐욕스러운 간신의 조합은 결국 통일 제국 진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소개된 많은 간신들 중에 참 답답하게 했던 간신은 진회다. 그는 북송의 관리로 시작해서 금나라에 투항했다가 남송으로 다시 와서 재상에 오른 간신이다. 그의 행태에서 공통점으로 보이는 것은 권력자의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이었다. 북송의 황제, 금나라의 황제, 남송의 황제 모두에게 그들이 듣고 싶은 말을 교묘하게 지어서 말할 줄 알았다. 그래서 모든 권력자가 그의 말을 믿고 중용을 했는데 그가 오랫동안 욕을 먹는 이유는 적국에 자신의 조국을 바칠려고 했기 때문이다.
금의 침략에 속수무책이었던 북송은 황제가 사로잡히고 수도가 함락되면서 결국 망하게 되었고 황족이었던 고종이 남으로 도망쳐서 남송을 건국하게 된다. 오늘날의 강남에 해당하는 이 지역은 풍부한 생산력으로 금의 침략에 버틸 기본적인 체력을 비축 할 수 있었다. 거기에 불세출의 명장 악비가 등장한다. 그야말로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던 송나라 군은 악비가 지휘를 하면서 반대로 금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한다. 남송에서 계획만 잘 세웠다면 북벌을 통해 전세를 역전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악비를 죽게 한 것이 바로 진회다. 갖은 모략으로 군 지휘관에서 끌어내리는 것도 모자라 역적의 죄명을 씌워서 죽인 것이다. 우리의 이순신 장군이 생각나게 하는 일이다. 그래서 진회는 그 이후로 대역적의 비난을 계속 듣고 있다.
이밖에도 나라를 망치거나 망하게 하거나 그야말로 규모면에서 어마어마한 역적질을 한 간신들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데 여기서 우리가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 간신은 그 모습을 이름만큼 보여주고 있는 거지만 그런 것을 허용한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다. 바로 황제다. 충분히 간신을 처치 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고 이용한 것도 있다. 악비를 죽이게 한 진회의 경우 당시 황제였던 고종이 악비를 두려워했기에 적극적으로 살리지 않았다. 그 뜻을 알았기에 진회도 마음껏 모함을 한 것이고. 왕조 시대의 간신은 그 자체만 악했던 것이 아니라 그를 기용한 결정권자 즉 왕이나 황제도 충분히 부패하고 악의 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우리 나라도 나름의 간신 목록이 있다. 그 중에서도 최악은 역시 조선을 망하게 한 이완용을 필두로 한 여러 친일매국노들이다. 역사란 것이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조선이 일제에 의해 망하고 수 십년 동안 일제에 많은 고통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게 만든 간신 매국노들을 처단을 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그런일을 겪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청산을 하지 못했고 이어서 독재 정권이 들어서서 더 많은 과오들이 쌓이게 되었다. 거기에서부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결국 간신들이 자신이 잘못해도 크게 벌 받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속 새기게 되고 또 다시 악독한 일을 저지를 수도 있는 것이다.
왕조 시대와 민주 시대는 다르다. 지난날의 매국노 같은 노골적인 간신은 잘 안 보인다. 그러나 간신은 간신이다. 나타내는 모습은 다를지언정 기본은 같다. 자신의 사리 사욕을 채우려는 욕망이 누구보다 강하다는 것. 자신과 그 족속만이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그런 초이기적이고 비양심적인 모습. 시대를 막론하고 나타나는 그들의 행태다. 지금 시대에 이런 간신들이 많이 나타나면 결국 국가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력 자체가 떨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또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간신은 대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욕심의 크고 작음이 있을 뿐이지 우리 주위에도 간신같은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다 없앨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억제를 해야 한다. 특히나 권력을 가지는 자리에 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간신론에 이어서 간신전을 통해 참과 거짓을 구별할 균형적인 시각을 조금이라도 갖게 된다면 이 책을 읽는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