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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ㅣ 에프 모던 클래식
애니 프루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7년 9월
평점 :
처음에 브로크백 마운틴을 영화로 접했었다. 웅장한 자연을 배경으로 이루어질수 없는 운명에 접한 두 남자의 이야기가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시간이 가면서 점점 울림이 큰 이야기로 다가왔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영화가 원작이 있다고? 원작이 있는지는 몰랐는데 원작소설이 있었다고 했다. 그것도 아주 유명한 작가의. 사실 원작자인 애니 프루라는 이름은 그때까지 들어보지도 못해서 책을 읽어보려고 했지만 어느새 절판이 되어버렸었다.
시간이 흘러 책의 가치를 인정한 다른 출판사에서 책이 나왔는데 제목은 브로크백 마운틴이지만 장편소설이 아니라 단편소설이었고 이 책은 그런 중단편을 모은 선집이었다. 표제작은 맨끝에 있었는데 원래 책 처음부터 읽는 관례를 깨고 바로 브로크백 마운틴부터 읽어내려갔다.
짧은 소설. 그런데 호흠은 길었고 그 이야기의 깊이도 보통은 넘었다. 길지 않는 분량에 남자들의 거친 분위기와 그 속에 있는 섬세한 모습을 절제력있게 잘 잡아냈다. 그들이 원하던 원하지 않았던 그 상황속에서 그들은 최선을 다한것이다. 영화도 어떤 특정한 사랑을 보여준게 아니라 그저 사람과 사람 인간대 인간으로써 생기는 삶의 사랑이야기를 담담히 그려냈는데 책으로 보니 그것이 더 압축되어 나타났다. 아무래도 영상으로 보는게 더 쉽게 느껴질지는 모르겠으나 책을 곱씹어 읽어내려가니 그 속의 깊은 여운을 더 느낄수 있었다. 역시 원작이 이렇게 좋으니 영화도 그렇게 잘 나왔는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이 브로크백 마운틴이라고 해서 여러 작품중의 대표작을 제목으로 정한게 아닌가했는데 사실 원작이 따로 있었다. Close Range: Wyoming Stories 1 인데 말하자면 와이오밍주에서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로 꾸민 와이오밍 이야기다. 여기서 와이오밍의 특생을 알 필요가 있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영화에서 보면 자연이 참 맑고 웅대한 느낌을 준다. 인디언어로 '대초원'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서부 개척시대에 카우보이들이 거쳐가야했던 요충지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도 인구밀도는 그리 높지 않아서 면적에 비해서 인구가 적은곳이고 와이오밍을 대표하는 것이 로데오, 목장, 카우보이라고 하는거보니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곳인거 같다.
하지만 앞뒤 막힌 고지식한 남자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자연이 주는 위대함앞에 여기에서는 어떤일이 일어나도 그 어떤일이 특이하다고 해도 와이오밍에서는 있을법한 이야기로 인식이 되는것이다. 작가는 이 와이오밍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과 자연, 자연을 관통하는 인간의 삶을 섬세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 대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그속에서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것이다.
이 책을 통괄하는 작가의 글쓰기의 특색은 처음에 흡사 다큐를 보는것처럼 자연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배경을 잘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롱테이크로 영화를 찍듯이 찬찬히 전체적인 배경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에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느낄수 있고 또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짐작이 가게 하는것이다.
영화로 워낙 인상이 깊었던 표제작인 브로크백 마운틴의 이야기가 전제가 되는것은 어쩔수가 없는데 의외로 다른 작품들도 읽는 재미가 있었다. 와이오밍주를 배경으로 한 인간삶의 모습이라는 전제를 파악하고 읽는다면 작가가 그려내는 그들의 삶이 눈에 선명하게 그려질것이다. 여러 작품중에서 특히 '가죽 벗긴 소'가 인상적이었다.
비록 영화로 인해서 알게된 책이긴 했지만 '애니 프루'라는 깊이 있는 작가를 알게된건 책읽기에서 큰 수확인거 같다. 대자연을 배경으로 특정지역을 장대하게 묘사하면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잘 그려내는 작가의 스타일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을 넓게 하는거 같다. 작가의 다른 좋은 작품도 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해진다.